"북 공개처형·재소자 성폭행 심각, 한국 '비판언론 탄압' 주장" 미 인권 보고서
한국 관련 김만배 인터뷰 제재 언급
국무장관 “이스라엘 이중잣대 없어”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북한의 국경 봉쇄로 중단됐던 탈북민 강제 북송이 재개되고 줄었던 북한 내 공개 처형이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국무부가 연례 인권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한국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죄를 포함한 표현의 자유와 정치권 부패 등을 주요 인권 이슈로 거론했다.
미국 국무부는 22일(현지시간) 발간한 ‘2023 국가별 인권 보고서’에서 “지난 한 해 동안 북한에서 유의미한 인권 상황 개선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코로나19 대유행 때 시행했던 국경 봉쇄를 해제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탈북자 강제 북송도 다시 시작됐다는 보도가 있다”고 언급했다. 2022년 기준 2,000명 이상의 탈북민이 중국에 구금돼 송환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증언이 보고서에 인용되기도 했다.
“북 교도관에 성폭행 면책권”
국무부는 매년 한국과 북한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인권 상황을 평가한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네 번째다.
북한 관련 내용은 이전 보고서와 비슷했다. “살인, 납치, 고문이나 잔인하고 비인도적인 처벌 등에 대한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우선 보고서는 “한 해 동안 정부나 그 대리인이 초법적 살인을 저질렀다는 보고가 많았다”고 짚었다. 탈북민과 비정부기구, 유엔 보고서 등을 인용, 북한 정권이 정치범과 탈북민 등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비사법적 사형’을 집행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비사법적 사형은 정식 재판 같은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집행되는 사형이다.
보고서는 특히 ‘공개 처형’ 증가세에 주목했다. 현장 학습의 일환으로 공개 처형 참관이 이뤄진다는 탈북민들의 전언, 코로나19 때 감소했던 공개 처형이 국경 재개방과 함께 다시 급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 내용 등을 전했다. 지난해 9월 국가 재산으로 등록된 소를 도살해 판매한 혐의로 9명을 공개 처형하며 2만5,000명이 이를 지켜보게 했다는 자유아시아방송(RFA) 보도를 사례로 들기도 했다.
고문 행태도 자세히 적었다. 구타, 전기고문, 물고문, 알몸 노출, 똑바로 서거나 누울 수 없는 작은 감방에 가두는 것, 손목으로 매달기 등이 북한이 자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 고문 종류다. 또 교도소 내에 만연한 여성 수감자 대상 성폭행 및 학대 실상도 폭로됐다. 교도관들이 사실상 면책권을 갖고 있으며 탈북 시도자들에게는 더 심한 성폭행·학대가 가해진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보고서가 추산한 북한 정치범 수는 8만~12만 명이다. 많으면 20만 명에 이를 수 있다는 추정도 있다. 보고서는 “북한 정부는 체제에 대한 비판을 정치 범죄로 본다”며 김씨 일가 사진이 있는 신문을 깔고 앉아도 처벌된다고 기술했다. 이 외에 언론이 검열되고 인터넷 접근은 제한된다고 밝혔다.
MB 사면·윤미향 재판 언급
같은 기간 한국 인권 상황에도 큰 변화가 없었다고 미국 국무부는 평가했다.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린 대북전단금지법을 언급했고 같은 해 8월 정진석 의원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개월형을 선고받았다는 사실도 소개했다. 이른바 ‘김만배 허위 인터뷰’ 보도와 관련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인터뷰를 인용한 방송사 4곳에 과징금을 매겼다는 사실과 이에 대해 한국기자협회가 비판적 언론을 탄압하려는 조직적 시도라고 규탄했다는 사실을 함께 거론하기도 했다.
정치권 부패와 관련해서는 2022년 12월 윤석열 대통령이 수뢰와 횡령 혐의로 17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이명박 전 대통령을 사면했다는 사실, 지난해 9월 서울고법이 정의기억연대 후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무소속 윤미향 의원에게 징역 18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는 사실 등이 보고서에 실렸다.
대구 주민들의 모스크 예정지 바비큐 파티 시위, 대구시의 퀴어 문화축제 교통법 위반 단속 등은 차별 사례로 지목됐다.
“적국·동맹 적용 기준 같아”
한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브리핑에서 ‘미국이 이스라엘의 인권 문제에 이중 잣대를 적용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해당 국가가 적국이든 경쟁국이든, 우방이든 동맹이든 그 기준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그는 중대한 인권 침해를 저지른 외국 군대를 미국 군대가 지원하지 못하도록 하는 레이히 법을 이스라엘에 적용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그간 사실 관계 확인 등 절차를 진행해 왔다며 수일 내로 더 많은 내용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무부는 보고서에서 이스라엘과 가자지구의 인권 상황에 대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모두 민간인 살해, 납치, 고문, 성폭력, 언론인 협박 등 중대 인권 침해를 자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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