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에 계약해지 책임 돌리거나, 어도어 지분 매각 압박하거나... 민희진의 2가지 시나리오 포착

노자운 기자 2024. 4. 23.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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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감사 통해 정황 파악
민 “오히려 하이브가 뉴진스 성과 침해”
김앤장 VS 세종 법정공방 불가피할 듯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왼쪽), 민희진 어도어 대표. /조선DB

하이브와 자회사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이사가 정면으로 부딪힌 가운데, 하이브 감사팀이 민 대표가 ‘투 트랙’ 전략을 준비 중이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하이브가 보유 중인 어도어의 경영권 지분(80%)을 자신과 손잡은 사모펀드(PEF)에 매각하도록 압박하거나, 그게 여의찮다면 뉴진스를 데리고 나가 별도의 독립 법인을 만드는 방안이다. 후자의 경우 뉴진스가 물어내야 할 막대한 위약금을 고려해 ‘어도어 소속 가수 뉴진스를 부당하게 대우한 모회사 하이브에 계약 해지 책임이 있고, 뉴진스도 계약 해지를 원한다’는 논리를 준비 중이었다는 게 감사팀이 파악한 내용이다.

민 대표가 공식 입장을 통해 “모든 게 아일릿(하이브의 또 다른 레이블 빌리프랩 소속 가수)의 뉴진스 카피 사태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양측은 정식으로 법정 공방을 시작할 가능성이 커졌다. 하이브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등을, 민 대표 측은 법무법인 세종을 선임한 상태다.

◇ “위약금 피하기 위해 증거 쌓은 듯”… 민희진 “오히려 하이브의 잘못”

23일 투자은행(IB) 및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오전부터 어도어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에 들어간 하이브는 디지털 포렌식 조사를 통해 민 대표가 뉴진스를 빼돌리려 한 정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 감사팀이 포착한 민 대표의 첫번째 안은 어도어의 경영권 지분을 취득해 자신이 사실상 대주주에 오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민 대표가 PE 여러 곳과 접촉해 우군이 돼주길 제안했다고 하이브는 보고 있다. 보유 중인 어도어 지분 80%를 자신과 손잡은 PE에 매각하도록 하이브에 압박을 가하려 했다는 것이다. 사실상 뉴진스를 볼모로 삼는 전략이다. 현재 민 대표가 보유한 지분 18%와 PE 지분을 더해 과반을 만들려고 했다는 게 하이브 측 입장이다.

민 대표가 ‘대주주 등극’이 여의찮을 경우 뉴진스와 어도어 간 계약 관계를 해지하되, 그 책임을 모회사 하이브 측에 넘기는 방안도 준비 중이었던 것으로 감사팀은 파악 중이다. 하이브가 어도어와 뉴진스를 홀대했다는 식의 논리를 위해 증거를 쌓아왔다는 것이다. 뉴진스는 2022년 데뷔한 신인이기 때문에 지금 계약을 해지하면 막대한 위약금을 물어낼 수밖에 없다.

전날 민 대표는 공식 입장을 통해 “경영권 탈취 시도는 사실이 아니며, 오히려 하이브가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에 관여하며 뉴진스의 문화적 성과를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하이브가 파악한 정황이 맞다면, 민 대표의 이 같은 주장도 계약 해지 책임을 하이브에 돌리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풀이된다.

◇ 제3자배정 유증은 가능할까?… 법조계 “현실적으로 어려워”

하이브가 포착한 민 대표의 투 트랙 전략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걸까. 먼저 민 대표가 대주주가 되는 첫번째 시나리오는 실현이 어렵다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민 대표가 전주(錢主)를 끌어오는 건 가능할지라도, 하이브가 지분을 팔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거론되는 대안이 제3자배정 유상증자다. 우군으로 끌어온 PE에 신주를 발행해 주는 것이다. 제3자배정 유증은 이사회를 통과해야 가능한데, 현재 어도어 이사회는 민 대표와 그의 측근들로 구성돼 있다. 현 상황에서 첫번째 허들은 무리 없이 넘을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이 경우 하이브는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재판부는 두 가지 사실을 판단한다. 하나는 ‘자금이 정말 필요했는지’, 다른 하나는 ‘(기존) 주주 배정 유상증자로는 해결이 안 됐는지’ 여부다. 즉, 기존 주주들이 아닌 제3자에게서 돈을 받아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느냐다.

한미사이언스처럼 대주주가 가진 현금이 많지 않은 경우엔 주주 배정 유상증자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하이브는 다르다. 유동자산만 약 2조원에 육박하는 하이브에 ‘돈이 없어서’ 제3자배정 유상증자가 필요했다는 논리는 성립하기 어렵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만약 어도어가 상장사였다면 자본시장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3자 배정 유상증자의 요건이 덜 까다로웠겠지만, 상법의 적용을 받는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민 대표가 하이브의 귀책을 주장하며 뉴진스를 데리고 나가 별도 법인을 차리는 건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민 대표의 주장대로 하이브가 어도어와 뉴진스에게 부당한 대우를 했다는 게 밝혀진다면 위약금을 면할 수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대안은 있다. 법인을 설립해 PE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고 그 돈으로 위약금을 지불하는 것이다. 이 경우 새 법인에 소속될 가수의 몸값에는 위약금까지 포함되는 게 일반적이라고 법조계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만큼, 치열한 법정공방이 펼쳐질 가능성이 커졌다. 하이브는 앞서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 당시 손잡았던 김앤장 등을 선임했다. 민 대표 측은 법무법인 세종과 손잡았다. 하이브는 우선 어도어 이사회에서 민 대표의 사람들을 해임하기 위해 임시 주주총회를 요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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