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유일 제주 차고지 증명제…극심한 ‘성장통’ 갈 길 ‘험난’

박미라 기자 2024. 4. 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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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부분 도입 2022년 전면 시행
차고지 증명해야 등록가능한 제도
주차난·교통체증 해소, 차량증가억제 기대
제주시의 한 주택가 이면도로 양 옆이 차들로 빼곡히 찼다. 박미라기자

전국에서 유일하게 제주에서 도입한 ‘차고지 증명제’가 전면 시행 3년 차를 맞았으나 도민의 불만과 불편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제도 시행에 따른 극심한 성장통은 오랜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감사위원회는 이달 24일까지 차고지 증명제의 실효성 등을 들여다보는 성과감사를 진행 중이라고 22일 밝혔다. 감사보고서는 관련기관과 전문가 의견, 외국사례 수집·비교 등을 거쳐 하반기에 나온다.

차고지 증명제 도입 이후 각종 문제가 불거졌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못한 점이 성과감사 실시 배경이 됐다. 차고지 증명제는 자동차 소유자가 차 보관장소인 차고지를 의무적으로 확보하는 제도다. 주차난과 교통체증 해소, 차량 증가 억제가 목적이다.

주민들은 신차를 구입하거나 주소가 변경됐을 때, 자동차 소유권을 이전 등록할 때 차고지를 증명해야 한다. 차고지가 없으면 제주에서는 자동차 등록을 할 수 없다.

자동차 소유자는 집에 직접 차고지를 만들거나 주소지로부터 직선거리 1㎞ 이내 공영·민영 주차장, 타인 소유 주차장 등을 1년 이상 임대하는 방식으로 차고지를 확보하면 된다.

제주도는 2007년 일부 지역에서 첫 도입 후 2017년부터 범위를 확대해 2022년 도 전역 전 차량을 대상으로 전면 시행 중이다.

하지만 시행 3년차에 접어들면서 불편과 허점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제주도가 차고지 조성 예산을 90%까지 지원하고 있지만 골목이 좁고 마당이 없는 단독주택, 다세대 주택이 밀집한 원도심 등에서는 차고지를 조성할 수 없는 곳이 적잖다.

공영주차장 자체가 조성되지 않거나 부족해 1㎞ 이내 임대할 차고지가 없는 경우도 있다. A씨는 지난 1월 도청 홈페이지에 “전입해 차고지를 임대라도 해야 하는데 주변에 공영, 민영주차장이 없다”는 글을 올렸다. B씨 역시 홈페이지에 “농촌이라서 주변에 1㎞로는커녕 수킬로를 찾아봐도 임대할 주차장이 없다”고 토로했다.

제주도가 차고지 증명제 홈페이지를 운영 중이다. 차고지 증명제 홈페이지 갈무리.
차고지 확보 임대 어려움 호소
차고지 임대해도 주차는 이면도로
주소이전 등 회피 방법도 다양

공영·민영 주차장 차고지 임대 비용은 1년에 90만원 안팎으로 형성됐다.하지만 차고지를 임대해도 정작 차를 차고지에 주차하지 않거나 못하는 일이 태반이라는 점도 제도 취지를 흐리게 하고 있다.

멀리 떨어진 임대 차고지보다 집 주변 이면도로에 세우는 것을 주민들이 선호하는데다 공영주차장의 경우 만차 시 차를 세울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영주차장은 2년 임대하면 재계약이 불가능해 다른 차고지를 찾아야 한다.

일부 민영주차장은 영업을 이유로 차를 세우지 않는 조건을 내세우기도 한다. C씨(제주시 노형동)는 “주차하지 않는 조건으로 기존보다 저렴한 1년 70만원에 임대했다”고 말했다.

그 밖에 주소를 차고지가 있는 다른 가족의 집이나 지인의 집으로 이전하는 경우, 차고지가 있는 가족과 소유지분을 나눠 자동차를 공동명의로 등록하는 경우, 다른 지역에 주소를 두고 차는 제주에서 운행하는 경우 등 편법으로 제도를 회피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차고지 등록이 된 차량은 약 12만대로 전체 차량의 3분의 1 수준이다. 제도 시행 이전에 등록한 차들은 소급 적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등록 대상이 많아지면 민원과 불편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손상훈 제주연구원 연구위원은 “차고지 증명제가 효과를 보려면 최소 10년 이상 시간이 필요하고, 그 기간 동안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면서 “차고지 증명과 함께 차고지 의무 주차, 이면도로 주차관리가 동반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차고지가 없어 확보할 수 없는 유형과 주변에 차고지는 있지만 정보가 없는 경우 등을 나눠 가능한 대책부터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미비한 부분에 대한 제도개선과 공영주차장 확충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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