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돈이면 일본車 샀다”…속썩이지 않는 하이브리드, 혼다 살렸다 [왜몰랐을카]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gistar@mk.co.kr) 2024. 4. 23.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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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탓에 ‘반쪽짜리 전기차’로 전락
테슬라 덕에 ‘갓성비 친환경차’로 주목
혼다코리아, 전년보다 102% 판매 증가
혼다 CR-V 하이브리드 신형(왼쪽)과 기존 모델 [사진출처=혼다]
“테슬라 탓? 이젠 테슬라 덕”

일본 자동차 브랜드가 주도하고 있는 하이브리드카(HEV)는 속마음이다. HEV는 ‘탈석유 시대’를 연 ‘원조 친환경차’로 각광받았다.

연비 좋고 조용한 HEV는 완전한 전기차(EV) 시대가 올 때까지 내연기관차와 EV의 ‘가교’ 역할을 하면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받았다.

HEV는 ‘EV 대명사’이자 ‘혁신의 아이콘’으로 평가받는 테슬라의 앞길도 터줬다.

고양이인 줄 알았더니 호랑이를 키웠다.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가 일으킨 EV 돌풍이 태풍으로 위력을 키웠기 때문이다.

테슬라에 자극받은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볼보, 포르쉐, 현대차, 기아 등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들도 EV 시장에 잇달아 뛰어들었다.

EV는 예상보다 빨리 HEV 종식을 앞당길 것으로 여겨졌다. HEV는 ‘반쪽짜리 전기차’로 위상이 하락했다.

‘전기차 태풍’을 일으킨 테슬라 모델3 [사진출처=테슬라]
반전이 일어났다. 테슬라 ‘탓’에 끝났다고 평가받던 HEV가 부활하고 있다. 테슬라 ‘덕’이다.

‘테슬라 붐’이 일으킨 폭발적인 EV 성장을 충전 인프라스트럭처가 뒷받침해주지 못하면서 충전 걱정이 적은 HEV가 주목받았다.

‘혁신의 아이콘’이지만 품질 논란을 자주 빚는 테슬라와 달리 속 썩이지 않는 품질을 갖춘 일본 HEV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양대 산맥은 HEV 원조인 토요타와 기술의 혼다다. 두 브랜드는 같지만 다른 HEV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잠에서 깬 혼다, HEV 앞세워 판매회복
어코드 신형 [사진출처=혼다]
한국에서는 프리미엄 브랜드인 렉서스를 앞세운 한국토요타가 지난해까지 HEV 시장을 이끌었다. 올해에는 혼다코리아도 본격적으로 가세했다.

국토교통부 통계를 사용하는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집계한 올 1분기(1~3월) 판매실적을 분석한 결과다.

올해 1분기 동안 국내 판매된 HEV는 총 9만9832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3% 증가했다. EV는 전년동기보다 35.3% 감소한 2만5550대가 판매됐다.

올 1분기 신차 판매대수가 전년동기보다 11.3%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HEV가 호실적을 기록한 셈이다.

일본차는 1분기 동안 총 6025대 팔렸다. 전년동기보다 12.8% 증가했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신구 비교 [사진출처=혼다]
판매성장세가 두드러진 브랜드는 혼다다. 전년동기보다 102.3% 증가한 609대를 판매했다.

토요타는 30.7% 늘어난 2281대, 렉서스는 4.9% 감소한 3135대로 집계됐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일본차 점유율도 전년동기보다 2.3%포인트 증가한 11%로 나왔다.

혼다의 주력 제품은 어코드·CR-V다. 두 차종은 모두 하이브리드가 판매성장세를 이끌었다. 올 1분기 판매대수를 살펴보면 어코드 하이브리드 모델은 182대, 가솔린 모델은 34대로 지계됐다.

CR-V도 하이브리드 모델은 126대, 가솔린 모델은 67대 각각 판매됐다. 하이브리드 모델이 가솔린 모델보다 2~5배 가량 많이 판매된 셈이다.

토요타와 같으면서도 다른 ‘갓성비 HEV’
혼다 CR-V 하이브리드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혼다 HEV 인기 비결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넘어선 ‘갓성비’(god+가성비)에 있다.

HEV 장점인 뛰어난 연비, 혼다의 장점인 우수한 내구성에다 현대차와 기아 등 국산 브랜드의 차종과 경쟁할 수 있는 가격 때문이다.

HEV 후발주자인 혼다는 토요타를 잡기 위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기술의 혼다’로 불릴 정도로 기술력이 우수한 혼다는 토요타와 같으면서도 다른 감성의 HEV 기술을 개발했다.

직병렬 방식을 사용하는 토요타 HVE가 가솔린차 성향을 지녔다면 직병렬 전환식을 채택한 혼다 HEV는 EV 성향을 지녔다.

혼다 HEV는 주행조건에 따라 직렬과 병렬을 자동으로 변환해 고품질 주행성능과 우수한 연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혼다 HEV의 핵심인 i-MMD(intelligent Multi-Mode Drive) 기술 [사진출처=혼다]
혼다 HEV의 핵심은 i-MMD(intelligent Multi-Mode Drive) 기술이다. 엔진보다 모터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고효율 시스템을 결합한 게 특징이다. 모터가 주인공이다. 엔진은 모터를 보조하는 주연이다.

유연하면서 민첩한 가속이 가능해 연비뿐 아니라 파워풀한 주행성능을 제공한다. 이 기술로 연비와 힘을 모두 향상시킨 ‘파워풀 HEV’로 거듭났다.

혼다는 엔진만으로는 기대할 수 없는 즉각적인 반응 속도, 강인함, 유연함을 발휘하기 위해 2모터 시스템을 독자 개발했다.

최고출력 145마력, 최대토크 18.4kg.m의 높은 효율을 가진 2.0 앳킨슨 싸이클 DOHC i-VTEC 엔진은 2모터 시스템을 보조한다. e-CVT는 전기차 감각의 모터 파워로 드라이빙의 즐거움에 한몫한다.

리튬 이온 배터리도 더 많은 전기를 충전하고, 충·방전 손실을 줄여주도록 개선했다. 배터리 성능 향상에 힘입어 주행 때 엔진 개입 빈도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됐다.

혼다 HEV에 장착된 엔진의 주 역할은 발전용 모터를 통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이다.

고속 크루즈와 같은 상황에서는 달라진다. 더 효율적인 주행을 위해 엔진이 직접 개입한다. 콤팩트한 엔진 직결 클러치는 이때 동력을 직접 전달해 연비를 향상시킨다.

PCU(Power Control Unit)도 혼다 HEV 성능에 기여했다. PCU는 대량의 전력에 따른 2모터의 발열을 효율적으로 제어한다. 혼다는 PCU 성능을 유지하면서 경량화하는 데 성공했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혼다 HEV는 아직은 낯선 전기차와 달리 낯익음 속 낯설음을 추구했다. 이질감을 줄이고 신선함을 강화했다.

‘기술의 혼다’ 명성에 걸맞게 한눈에 차이점을 알 수 있는 겉모습보다는 속을 알차게 개선하는 데 공들인다.

혼다 HEV는 내구성도 우수하고 잔 고장이 적기로도 유명하다. 국내에서 수입차 대중화를 이끈 브랜드답게 가격도 국산차 수준이다.

국산차와 비교하면 편의성에서는 열세이지만 우수한 하이브리드 기술력, 속썩이지 않는 품질을 갖췄다. 타면 탈수록 만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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