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리스크에 올해도 세수 전망은 흐림 [한강로 경제브리핑]

안승진 2024. 4. 23. 07: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크게 감소하면서 법인세가 정부 예측치보다 덜 걷힐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지난해 대규모 ‘세수 펑크’ 사태에 이어 올해에도 세수가 전망 대비 부족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에 유류세 인하 조치가 기약 없이 연장되고 있는 데다 각종 감세정책까지 예고돼 국세수입 감소가 더 심화될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 올해 세수전망은 흐림

2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국세수입을 367조3750억원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예산안(400조4570억원) 대비 33조820억원(8.3%) 정도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국세수입 전망이 줄어든 배경에는 법인세 감소가 자리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올해 법인세가 77조6649억원 걷혀 2023년 예산 대비 26.0%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득세(125조8250억원)와 부가가치세(81조4068억원) 감소폭을 각각 4.6%, 2.2%로 예측한 점을 감안하면 ‘법인세 리스크’를 상대적으로 크게 본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전망조차 ‘과대 예측’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2월 결산 코스피 상장기업 705개의 작년 개별기준 영업이익은 39조5812억원으로 전년보다 44.96% 급감했다. 특히 매출액 비중이 전체 상장사의 1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개별기준 11조5000억원 규모의 영업적자를 냈다. 이에 삼성전자는 사업보고서(별도재무제표 기준)를 통해 법인세 비용(순익)을 –7조8656억원으로 공시해 납부세액이 ‘0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법인세는 전년 12월 결산법인이 이듬해 3~4월(분납 포함) 신고·납부하고, 해당 연도 상반기 실적에 기반해 8~10월에 중간 예납 등을 통해 걷는 구조다. 12월 결산법인이 지난해 110만개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3~4월 법인세 실적이 안정적인 세수 확보의 관건이다. 3~4월 법인세 실적이 예상보다 낮을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건 작년 경기가 ‘상저하고’(상반기 부진 하반기 반등)보다는 ‘상저하중’(상반기 부진 하반기 중간수준)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 탓이다. 실제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지난해 9월 –13.6%, 10월 –3.1%를 기록한 뒤 11월에야 12.9% 증가로 돌아섰다.

유류세 인하 조치도 세수 결손 우려를 키우고 있다. 앞서 정부는 올해 중 유류세 인하 조치를 종료할 것으로 예상하고 올해 세입 전망을 짰다. 이를 토대로 유류세를 포함한 교통·에너지·환경세가 올해 15조3258억원 걷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작년 예산안(11조1471억원)보다 37.5%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최근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는 등 중동을 비롯한 대외여건이 악화하면서 인하 조치의 일몰이 쉽지 않게 됐다. 정부는 이달 말 종료 예정이었던 유류세 인하 조치를 6월 말로 2개월 추가 연장한 바 있다.

윤석열정부 첫해 이뤄진 세제 개편안에 반영된 법인세 1%포인트 인하 효과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데다 각종 감세정책이 예고된 점도 세수 감소 규모를 키우는 요인이다. 나라살림연구소는 2022년 세제 개편안과 반도체 등 세액공제, 지난해 세법 개정안으로 2028년까지 89조원(누적법 기준)의 세수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작년 9월 ‘세수 펑크’를 감안해 2023년 국세수입 전망치를 340조원대로 재추계했음에도 이 숫자를 반영하지 않고 올해 국세수입을 비상식적으로 높게 잡았다고 지적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작년 9월 재추계를 해서 (지난해) 세수가 덜 들어온다고 했는데, 그러면 이를 기초로 올해 예산안을 수정해야 했지만, 당초 (국세수입) 전망치인 367조4000억원을 그대로 밀어붙였다”며 “이는 작년 9월 세수 재추계(341조4000억원) 대비 7% 이상 세수가 늘어난다고 본 것인데, 우리나라 경제 명목성장률을 감안하면 (세수는) 5% 전후 늘어야 정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추계모형의 한계 이런 부분을 떠나서 정부가 이미 나온 숫자도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며 “아울러 법인세 세액공제 확대 등 정부가 구조적으로 세수 과세 기반을 취약하게 만들어놔서 올해뿐 아니라 지속해서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정 건전성은 물 건너간 셈”이라고 비판했다. 

◆ 금융당국, ‘ESG 공시’ 초안 공개…재계 “너무 빠르다”

금융당국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초안의 기본구조와 주요 내용을 22일 공개했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제시하는 기준과 같은 글로벌 정합성에 맞는 기준을 참고해 마련했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대상자인 재계에서는 이후 법적 구속력을 띨 수도 있는 공시 기준 마련에 당국이 너무 속도를 내고 있다고 지적한다. ESG 공시에 적극적이었던 유럽연합(EU) 내에서도 회의적인 시선이 나오는 등 나라별로 제각각인 상황에서 아직 관련 준비가 미진한 한국에서 급박하게 추진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오후 ‘ESG 금융추진단 4차 회의’를 열고 기업‧투자자, 학계‧전문가, 유관기관과 함께 국내 ESG 공시 기준 초안의 주요 내용에 대해 논의를 벌였다고 밝혔다. 

금융위가 이 자리에서 공개한 공시 초안의 기본구조에 따르면 기후 분야에서 상장기업의 ESG 공시 의무화를 우선 추진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기후 관련 위험 요인에 대응한 노력을 평가할 수 있는 온실가스 배출량 등의 지표를 공개해야 한다.

금융위는 앞서 ESG 공시제도 도입 시점을 2026년 이후로 잡기로 한 채 구체적인 시기는 추후 논의하기로 한 바 있다.

국내 상장기업들은 또 기후 리스크 등과 관련해 이를 관리하기 위한 지배구조, 대응전략, 리스크 식별·평가·관리과정 등에 대해서도 공시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특히 기후 관련 위험 요인에 대응하는 노력을 평가할 수 있는 산업전반지표, 산업기반지표, 기후 관련 목표 등도 공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온실가스 배출량 등 산업전반지표는 산업이나 사업모형과 관계없이 기업들이 공통으로 공개해야 하는 지표로서 의무공시 대상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주요국 및 국제기구 기준을 참조하여 글로벌 정합성을 충분히 반영했다”며 “ISSB 기준과 같이 미국, EU 등의 공시 기준과 상호 운용 가능한 글로벌 기준을 참고해 기업들의 이중 공시 부담을 최소화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온실가스 측정의 어려움을 고려해 국제기준뿐 아니라 국내 기준으로 측정한 배출량 공시도 허용했다”고 덧붙였다. 

재계는 금융당국의 ESG 공시와 관련해 국제적 기준이 합의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적극 강조했다. 한 관계자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발효한 공시 기준은 15개주에서 소송을 제기하면서 잠정 중단된 상태고, 현재 보수 우위 구도인 연방 대법원에서 폐기될 가능성도 있다”며 “EU는 기업 반발에 대폭 완화한 기준으로 최종안을 확정한 상태”라고 전했다. 국내 당국이 참조했다고 밝힌 ISSB 형태의 공시 기준이 전 세계 글로벌 표준으로 인정받으려면 각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다. 

한국경제인협회 관계자도 “ESG 공시를 준비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세계적인 추이를 보면 주춤주춤하고 있는 상태”라며 “시행이 결정되면 관련 시스템이나 인프라도 조성해야 하고 테스트도 해야 해서 길게는 10년 정도 생각하면서 가야 한다. 너무 서두르면 취지에 안 맞는다”고 말했다. 

◆ 금감원, 설명의무 위반 미래에셋·농협·DB생보 제재

미래에셋·농협·DB생명보험이 종신·변액보험 등 계약을 맺으면서 중요사항을 계약자에게 설명하지 않아 과징금·과태료 등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16일 설명의무 위반 등으로 과징금 7억7700만원, 과태료 1억원과 관련 임직원의 자율처리 등의 제재를 받았다.

앞서 미래에셋생명은 2017년 10월18일∼2022년 5월24일 보험료 수입이 30억6800만원에 달하는 변액보험 236건을 체결하면서 계약자 연락처 관리·감독을 소홀히 해 중요사항을 설명하지 않은 사실이 최근 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보험사는 보험계약의 체결 시부터 보험금 지급 시까지의 주요 과정을 계약자에게 설명하고, 체결단계에서 보험계약 청약 시 보험약관을 교부받고 보험계약 중요사항을 설명 들어야 한다는 사실, 이것이 이행되지 않았으면 청약일로부터 3개월 내 해당 보험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사실 등을 해피콜 등으로 설명할 의무가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또 2018년 1월30일∼2022년 8월31일 피보험자가 장해상태가 되거나 암 보장 개시일 후 암으로 진단·확정되면 보험료 납입면제 사유에 해당하는데도 19건에 대해 납입면제 처리를 누락해 5100만원의 보험료 과다 수령한 사실도 적발됐다.

농협생명도 2016년 12월20일∼2021년 3월30일 종신보험 등 250건(보험료 수입 11억2500만원)의 계약을 체결하면서 중요사항을 계약자에게 설명하지 않아 과징금 2억8100만원, 과태료 1억원, 임직원 자율처리 의뢰 제재를 받았다.

농협생명은 또 2019년 12월18일∼2020년 12월22일 정액보험금과 실손의료보험금을 함께 보장하는 상품에 가입된 74건에 대해 실손보험 금만 지급해 정액보험금 2300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아울러 장해상태가 된 보험자에 보험료 납입면제 처리를 누락한 8건도 적발됐다.

DB생명은 2018년 1월30일∼2022년 5월13일 종신보험 132건(보험료 수입 3억6200만원)에 대한 설명의무 등을 위반해 과징금 9400만원, 과태료 1억원 제재를 받았다. 관련 임원은 주의 조치가, 직원은 자율처리 의뢰 조치가 각각 내려졌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