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의 MZ 도시 '제다'

이성균 기자 2024. 4. 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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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가장 젊고 유행에 민감한 도시, 눈부시게 아름다운 홍해와 맞닿은 도시, 이슬람 제1의 성지 '메카(Mecca)'로 가는 관문. 그리고 우리는 제다를 이렇게도 정의한다. 제다는 다르다(Jeddah is different).

●'Jeddah Ghair' 제다는 무엇이 다른가

사우디아라비아 서쪽, 홍해와 접해 있는 제다(현지 발음으로는 젯다에 더 가깝지만)는 좋은 의미로 특이하다. 우선 도시에 대한 지역민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어디서 왔냐'는 질문에 대부분은 한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국가명을 말하는데, 이곳 사람들은 꼭 제다를 강조한다. 백이면 백, 어떠한 예외도 없다. 또 입버릇처럼 'Jeddah Ghair(제다 가이르 - 제다는 다르다)'를 외친다. 궁금했다. 제다는 무엇이 그렇게 다른가. 아주 짧게 머무른 여행자의 시선으로 본다면 이렇게 압축할 수 있겠다. 역동성, 창의성, 자유로움, 여유로움, 이 4가지 캐릭터가 아주 강하다.

도시의 역사를 보면 금세 이해가 된다. 제다의 이야기는 7세기경 무역을 위한 항구 도시로 시작한다. 그리고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무슬림들이 이슬람 제1의 성지인 메카(Mecca)를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했던 곳(제다공항이 여전히 북적이는 이유)이다. 일찍이 수많은 외국인과 활발하게 교류했고, 여러 문화를 받아들이는 통로가 됐다. 이슬람이라는 기둥 위에 새로운 것들이 켜켜이 쌓여 갈 수밖에 없었다. 도시를 구경하면 사우디의 전통적인 가치와 현대적인 면모를 모두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현지인들은 외국인에 대한 경계심이 덜하고, 자유분방하다. 여성들의 아바야 색감도 왠지 모르게 더 화려한 것 같고, 사진을 찍고 있으면 소통하기 위해 다가오는 이들도 많았다. 조금만 마음을 열면 여느 여행지처럼 유쾌한 여행이 가능하다.

도시의 특성과 일상을 가까이에서 보고 싶다면 구시가지 '알발라드(Al-Balad)'만 한 곳이 없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된 지역으로, 제다 올드 게이트, 마카 게이트(메카로 가는 문), 고택 등 제다의 과거를 엿볼 수 있다. 또 여러 골목과 광장에는 재래시장, 향신료 가게, 식당과 카페, 갤러리 등이 자리하고 있다. 햇빛이 누그러지는 저녁엔 수많은 인파로 북적여 사람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알발라드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건 독특한 건축 양식 '라와신(Rawashin)'이다. 의도적으로 찾지 않아도 된다. 눈이 닿는 곳마다 라와신으로 꾸며진 건물과 가옥들이 있으니 말이다. 발코니를 의미하는 페르시아어 로센(Rosen)에서 파생된 로샨(Roshan)이 시간이 지나면서 라와신이라는 이름이 됐다. 라와신은 창문을 덮는 목재 패널이자 돌출형 발코니인데, 집마다 디자인이 달라 유심히 보게 된다. 제다의 예술적 감각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도 하다.

라와신에 대해 좀 더 깊게 알고 싶다면 나시프 저택(Bayt Nasseef)도 기억해 두자. 사우디아라비아 초대 국왕인 압둘아지즈 이븐 사우드가 머물렀던 곳으로, 지금은 박물관이다. 라와신을 비롯해 제다의 다양한 디자인과 문양에 대한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게다가 제다는 라와신 건축물들을 복원해 박물관과 가옥 전시관, 카페, 레스토랑, 숙박 시설 등으로 재활용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2027년까지 재정비를 마칠 계획인데, 벌써 새로운 제다의 모습이 궁금한 건 이미 제다에 홀렸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름은 홍해, 그런데 꽤 파랗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여러 국가가 공유하고 있는 1,914km 길이의 홍해(Red Sea). 이름만 보면 붉은색을 띨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다른 지역의 바다보다 더 파랗고, 어느 부분에서는 영롱한 옥색으로 반짝인다. 사르륵사르륵 소리 내는 물결은 바라만 봐도 행복감이 차오른다. 아라비아반도의 또 다른 보물인 셈이다. 홍해의 축복이 제다에도 닿았다.

여행자에게 반가운 소식도 계속해서 들리고 있다. 있는 그대로의 바다도 좋은데, 해안가 근처 개발 사업을 통해 제다 사람들의 감각이 투영된 공간이 늘고 있다. 제다 요트 클럽 & 마리나를 중심으로 새로운 럭셔리 호텔과 놀이 시설이 속속 문을 열고 있다. 가 봐야 할 곳들을 미리 점찍어 두느라 지도 어플은 쉴 틈이 없을 정도.

특히, 제다 조형물이 설치된 곳부터 제다 코니쉬(New Jeddah Corniche), 제다 프로므나드(Jeddah Promenade), 수상 모스크인 알 라마 모스크(Al Rahmah Mosque), 제다 요트 클럽 & 마리나(Jeddah Yacht Club & Marina)까지 이어지는 구간이 하이라이트다. 항구 도시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다채로운 매력을 과시한다. 또 좀 더 위로 올라가면 홍해 수영을 경험할 수 있는 리조트도 있다.

●깨달음의 도시, 메디나

제다에서 기차로 약 1시간 50분. 정반대 분위기의 도시, 메디나(Medina)에 발을 들인다. 전체 이름은 알메디나 알무나와라, '깨달은 도시'라는 의미다. 첫인상은 간결하게 표현할 수 있다. 엄숙하고, 경건하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메카와 함께 가장 신성하게 여겨지는 곳이라 어쩌면 당연하다. 무슬림에게 메디나는 숙명과 같다. 죽기 전에 반드시 찾아와야 한다. 이 때문에 거리는 온통 성지순례자로 가득하다. 주름이 가득하고, 거동도 쉽지 않은 노인들도 상당히 많다. 신앙심과 간절함은 추상적인 것이지만, 신기하게도 그들을 보고 있으면 형태가 보이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메디나는 그런 곳이다.

혹자는 메카보다 메디나를 제1의 성지로 꼽기도 한다. 근거는 명확하다. 먼저 서기 622년 메카에서 이주한 예언자 무함마드가 살며 가르침을 전하던 곳이다. 게다가 622년은 이슬람력이 시작하는 아주 중요한 해다. 무함마드가 직접 짓고, 무함마드의 무덤도 있는 예언자의 모스크( Prophet's Mosque, 알마스지드 안 나바위)도 여기에 있다. 게다가 메디나에서 두 번째로 크고, 무함마드가 처음으로 지은 쿠바 모스크(Quba Mosque)도 건재하다.

무슬림이 아니라면 철저하게 이방인이 되는 곳인데도 예언자의 모스크와 쿠바 모스크는 포기할 수 없다. 예언자의 모스크 앞에 서면 규모에 압도당한다. 170만명을 한번에 수용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넓이인데, 지금도 확장 중이다. 또 녹색 돔과 수많은 수도꼭지, 전동 파라솔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녹색 돔(The Green Dome)은 무함마드의 무덤이 있는 공간으로, 비무슬림은 입장할 수 없다. 아쉬움을 삼키고 수도꼭지로 향한다. 무엇이길래 사람들이 한참을 떠나지 못하는 걸까. 모에 잠잠(Zamzam Water), 즉 성수가 나오기 때문이다. 수많은 신도가 이 물을 몇 병씩 담아 귀국한다. 심지어 제다공항에는 물 포장 서비스(유료) 업체도 있다. 마지막으로 화려한 디자인의 전동 파라솔. 제작 비용은 무려 개당 200억원. 더 놀라운 건 모스크 전체에 260개가 있다고.

메디나에 종교만 있는 건 아니다. 마지막은 도시의 달콤함이다. 메디나는 사우디 국민 간식인 대추야자 중에서 아즈와(Ajwa) 품종으로 유명하다. 아즈와는 농축된 단맛이 특징이다. 곶감의 맛과 비슷한데, 그보다 더 녹진하고 달다. 다른 지역 시장이나 슈퍼마켓에서도 아즈와 대추야자를 만날 수 있지만, 산지에서 구매하는 게 가격이나 다양성 측면에서 훨씬 낫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 취재협조 사우디아라비아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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