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포럼] 복합 환경 속 미래 먹거리 창출

이일우 ETRI 산업·에너지융합연구본부장 2024. 4. 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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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우 ETRI 산업·에너지융합연구본부장

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우(Maslow)의 인간 욕구 5단계 이론을 보면 인간의 욕구는 가장 하위 단계부터 만족하고 나면 윗 단계로 옮겨진다고 한다. 가장 하위 단계는 생리적 욕구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가장 기초적인 것, 즉 의식주가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 다음이 안전의 욕구이다. 외부의 다양한 위험으로부터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그 다음이 애정 소속의 욕구, 존중의 욕구 그리고, 자아실현의 욕구이다.

이 중에서 먹고 사는 문제는 인류가 존재하는 한 가장 기초적이고 중차대한 이슈가 아닐 수 없다. 식량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기에 경제의 문제가 아닌 안보의 문제이다. 그런데, 국내 곡물 자급률은 고작 20.9%이다. 이렇다 보니 돈을 주고도 식량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폭염, 한파 등 이상 기온으로 인해 올해 농업용 전기요금 비용은 2022년 대비 평균 2.15배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외적으로 기후변화 대응, 탄소중립 실천 등 불가역적 압력이 심화되고 있고 내부적으로는 농업인력 부족, 핵심 기자재·원자재 수입에 따른 농가의 수익성 악화 등 경영 위기도 고조되고 있다. 또한, 토지·노동에 크게 의존하는 기존 생산 방식으로는 시설·환경·생물·작업·자원 등 복잡한 생태계에 의해 좌우되는 농업의 태생적 한계와 여건 변화에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더군다나 농·축·수산업은 생존을 위한 식량 생산뿐 아니라, 맛과 영양을 충족시킴과 동시에 인간의 안전과 환경까지 고려해야 하는 산업으로 가치가 변모하고 있다.

복잡다단한 환경에서 미래 식량을 확보하고 지속가능한 먹거리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한 기술적 방향성을 '멀티(MULTI)'라는 조어로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M'은 복합·다중(Multiple)계이다. 내·외부 환경 시설에 대한 이해, 제어요소, 작물모델, 생육 작업, 요구 자원 등을 통합해 해석, 예측, 운영돼야 한다. 다양하고 복잡한 생산 과정과 주변 환경에 대한 인지를 통해 스스로 학습·예측·작동이 가능한 기술적 혁신이 필요한 것이다.

다음은 무인화(Unmanned)이다. 농·축·수산업 생산자(人) 경험에서 시설(物) 및 인지 중심으로 또한 노동력·기술 중심에서 무인·지능화 중심으로 공급자에서 소비자 중심으로의 생산 환경 패러다임 변화를 지원하는 기술의 제공이 필요하다. 우주농업과 같은 극한 환경(무중력, 무산소, 일조량 제한, 에너지 확보 등)에서 생존을 위한 작물 생산시스템도 요구된다.

그리고, 'L'은 라이프 사이클(Life Cycle) 전주기 관리이다. 생산 계획부터 생산, 유통, 소비까지 생산 전주기를 관리함으로써 기존 소품목 대량생산에서 사용자 중심형 맞춤형 소량 생산으로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T'와 'I'는 전환(Transformation)과 혁신(Innovation)이다. 급변하는 기후, 그에 따른 농업생산 품목 변화와 생산 단가 상승, 투입 자원의 증대로 인한 생산성 악화, 증가하는 질병 등을 극복하기 위해선 산업적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새로운 방식의 차세대 농·축·수산 생산 플랫폼을 위한 디지털전환 중심의 혁신적 기술개발이 중요하다. AI, 빅데이터, 디지털 트윈 등 기술과 융합을 통해 기존 농·축·수산업의 구조적 한계와 복합적 기술적 생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 성장을 가능케 하는 기회요인으로 삼아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구와 주변 환경, 그리고 기술은 어떻게 변화할지 그 누구도 예단할 수 없다. 다만, 정밀하고 복잡한 계(시스템)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측을 시도하고 있다. 수많은 데이터와 시뮬레이션 바탕으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그려보고 이를 예측하며 더 좋은 먹거리 창출을 위한 기술을 만들어 가는 우리의 소명 의식을 되새겨 본다.

이일우 ETRI 산업·에너지융합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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