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지 위조·투표함 바꿔치기…‘부정선거’ 꼬리 밟혔다
동대표 재선거서 투표 조작
재판부 “민주주의 정신 훼손”
1심에서 징역 6개월 선고
서울 북부지법 형사6단독(송혜영 부장판사)은 지난 18일 아파트 선거관리위원 A씨(62)와 아파트 관리사무소장 B씨(50)에게 각각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이들은 서울 중랑구의 한 아파트 동대표 재선거 과정에서 특정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투표 결과를 조작한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됐다.
A씨와 B씨는 2022년 11월 아파트 동대표를 뽑는 재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동대표로 당선시키기 위해 투표 조작을 모의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미리 기표가 된 투표용지를 넣은 위조투표함을 사전에 제작해 범행을 준비했다. 동대표 선거 이후 실제 투표함과 위조투표함을 바꿔치기하고, 관리사무소 직원에게 실제 투표함에 든 투표용지를 파쇄하라고 지시했다. 그 결과 A씨와 B씨가 당선시키려 했던 후보가 동대표로 당선됐다.
구체적으로 지난 2022년 11월 30일 오후 B씨는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에게 새로운 투표함 제작 및 투표용지 출력을 지시한 후 이를 건네받았다. 이후 허위로 기표한 투표용지를 위조투표함에 넣었고, 이 투표함을 관리사무소 사무실 옆에 있는 아파트 통신장비실(MDF실)에 보관했다.
A씨는 같은 해 12월 1일 오전 7시 47분경 MDF실에 보관돼 있던 위조투표함을 꺼내 와 B씨에게 전달하고, 입주자대표회의실에 보관돼 있던 정상투표함을 회의실 안쪽 의자 뒤로 숨긴 다음 이를 다시 가지고 나와 MDF실에 숨겼다.
B씨는 A씨로부터 전달받은 위조투표함을 C씨에게 전달하고, 관리사무소 직원에게 정상투표함 처리 및 투표용지 파쇄를 지시했다. C씨는 B씨로부터 전달받은 위조투표함을 들고 투표소로 이동했고, 결과적으로 이번 선거에서는 이들이 원하는 후보가 당선됐다.
재판부는 “공정한 투표를 통해 대표자를 선출하고 구성원의 의사를 반영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이라며 이번 범행이 공정한 절차에 따른 대표자 선출에 반하는 행위라 지적했다. 또한 “범행이 계획적이고, 수법이 치밀하고 대범하며, 결과도 중대하다”며 “아파트 주민들의 의사를 왜곡하고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을 훼손했으며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의 동대표 재선거 업무를 심각하게 방해한 것이라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파트 선거괸리위원회위원장이 합의서 및 피고인에 대한 처벌불원서를 제출한 점, A씨의 벌금형 1회 처벌 외 둘다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C씨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C씨가 위조된 투표함을 전달받아 투표소로 이동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C씨가 일관되게 ‘아무것도 모른 채 선거관리위원으로서 투표함을 가지고 가라는 지시에 따라 투표함을 들고 운반했다’고 진술하는 것 등을 보면 A, B와 공모해 투표함을 바꿔치기했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동대표로 구성된 입주자대표회의는 아파트에서 막강한 권한을 가진다. 아파트 관리비는 입주자대표회의의 승인을 받아 사용되며, 관리사무소를 선정하고 감독하는 주체도 입주자대표회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한 인물이 몇 년에 거쳐 동대표를 하는 사례가 많고, 지지 그룹을 형성해 아파트 및 지역사회의 실세로 군림하기도 한다. 10년째 서울 마포구 소재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 모씨(51)는 “7년째 입주자 대표를 연임하는 사례도 있다”며 “아파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선거철마다 다른 사람이 동대표에 출마하지 못하도록 하는 글이 많이 올라온다”고 말했다.
서울시, 경기도 등은 투명하고 공정한 공동주택 관리를 위한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을 마련해 입주자대표회의의 역할과 동대표의 임기 등을 규정하고 있지만, 기준안에 그친다는 비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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