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민심, 어떻게 받들 것인가 [성한용 칼럼]

성한용 기자 2024. 4. 2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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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의원내각제라면 이번 선거로 정권이 바뀐 것이다. 최소한 ‘연정에 준하는 협치’는 반드시 해야 한다. 차기 국무총리 인선을 사전에 더불어민주당과 협의해야 한다. 그게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 민심을 받드는 길이다. 국민은 윤석열 정권을 심판했지만, 민생은 여전히 고달프다. 총선보다 총선 이후가 훨씬 더 중요한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성한용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국정 방향은 옳다”고 한 것은 지난 16일이었다. 한국갤럽은 그날부터 18일까지 사흘간 정례 여론조사를 했다.

19일 발표한 대통령 국정 긍정 평가는 23%, 부정 평가는 68%로 취임 이후 최악이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대통령 국정 평가가 곤두박질친 것은 총선 패배 자체보다 총선 패배 이후 윤 대통령이 보인 ‘공감 능력 결여’에 국민이 절망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가 의원내각제라면 이번 선거로 정권이 바뀐 것이다. 대통령실 참모들, 국무총리, 장관들이 모두 물러나는 것이 옳다. 대통령이 사퇴할 수 없으니 대신 책임을 져야 한다.

윤 대통령은 5선의 정진석 의원을 비서실장에, 재선 경력의 홍철호 전 의원을 정무수석에 임명했다. 그나마 다행이다. 대통령실 참모들은 국정 전반에 대한 이해와 함께 고도의 정무적 판단 및 조정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기로 한 것도 아주 잘한 결정이다. 당장 성과가 없어도 괜찮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자주 만나야 한다.

처음엔 다툴 수도 있고, 영혼 없는 대화만 주고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자주 만나다 보면 성과가 나오게 되어 있다. 정치란 그런 것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대표가 새로 선출되면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담을 정례화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1988년 총선 뒤 여소야대 상황에서 5자 회담이 자주 열렸다. 노태우 대통령과 윤길중(박준규) 민정당 대표위원, 김대중 평민당 총재, 김영삼 통일민주당 총재, 김종필 신민주공화당 총재가 참석했다. 5자 회담은 원활한 국회 운영을 위한 협의체였다. 각 정당의 입장을 5자 회담에서 조율했다. 이 시기에 모든 법안은 여야 합의로 처리되었다. 만장일치가 많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주권자인 국민이 108 대 192의 압도적인 여소야대 국회를 만든 것은 대통령과 국회가 국정을 함께 이끌어 가라는 명령이다. 여야가 협치하라는 명령이다.

가장 바람직하기로는 윤 대통령이 민주당에 국무총리와 장관직 절반을 넘겨주고 국정을 함께 책임지는 대연정을 하는 것이다. 대통령 임기 1년 단축 4년 중임제 개헌으로 야당의 협력을 얻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본다.

그게 어렵다면 최소한 ‘연정에 준하는 협치’는 반드시 해야 한다. 차기 국무총리 인선을 사전에 민주당과 협의해야 한다. 그게 바로 윤 대통령이 총선 민심을 받드는 길이다.

국민의힘은 총선에서 왜 참패했는지 성찰해야 한다. 21대보다 의석수와 득표율 격차를 줄였다며 ‘정신 승리’를 할 때가 아니다.

전당대회에서 비윤석열계 지도부를 세워야 한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처럼 들이받는 시늉만 하다가 ‘폴더 인사’로 봉합하는 대표를 선출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에게 할 말은 제대로 하고, 필요하면 대통령 탈당도 요구할 수 있는 강력한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

21대 국회 남은 기간에 야당이 요구하는 긴급 민생대책과 채 상병 특검법을 수용해야 한다. 그게 총선 민심을 받드는 길이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을 ‘민주당의 압승’이 아니라 ‘윤석열 정권 참패’로 정의해야 한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국정 평가는 급락했지만, 민주당 지지도는 31%로 국민의힘 30%와 엇비슷했다. 조국혁신당 지지도가 14%로 치솟았다. 지역구에서 민주당 후보를 찍은 유권자 가운데 상당수는 조국혁신당 지지자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총선 전 3월27일 김민석 민주당 상임정책본부장은 “양당 극한 대립을 완화하는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교섭단체 구성 요건을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약속을 지켜야 한다.

공천 과정에서 벌어진 ‘비명횡사’ ‘친명횡재’ 논란을 잊어선 안 된다. ‘공천 혁명’이라고 우기면 안 된다. 후보 자격 논란을 빚은 양문석, 김준혁, 양부남 당선자 등에 대한 윤리감찰을 해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민주당이 총선 민심을 받드는 길이다.

조국혁신당은 윤석열 정권 심판론에 편승해 돌출한 정당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정당임을 입증해야 한다. 어떤 가치를 위해 창당한 정당인지 정확히 밝혀야 한다. 그게 바로 총선 민심을 받드는 길이다.

국민은 윤석열 정권을 심판했지만, 민생은 여전히 고달프다. 선거보다 국민의 삶이 소중하다. 총선보다 총선 이후가 훨씬 더 중요한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31일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서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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