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는 ML ‘아이콘’이었는데..산에서 건강도 기량도 잃은 브라이언트[슬로우볼]

안형준 2024. 4.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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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결국은 '잘못된 만남'이었던 것일까. 올해도 실패의 가능성이 높아졌다.

콜로라도 로키스는 4월 18일(한국시간) 크리스 브라이언트를 부상자 명단(IL)에 등록했다. 허리 문제가 원인이었다. 브라이언트는 14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전에서 우익수로 출전해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의 타구를 펜스와 충돌하며 잡아냈다. 그리고 이후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브라이언트는 올시즌 13경기만에 부상을 당했다. 13경기에서 기록한 성적은 .149/.273/.255 1홈런 6타점. 당연히 만족과는 거리가 먼 수치다. 현 시점에서는 브라이언트가 언제 빅리그 로스터로 복귀할지 알 수 없다.

브라이언트는 지난 2022시즌에 앞서 콜로라도와 7년 1억8,200만 달러 FA 계약을 맺었다. 올해가 계약 3년차. 하지만 한 번도 만족스러웠던 적이 없다.

계약 첫 해에는 타율 0.306, OPS 0.851을 기록했지만 부상으로 42경기 출전에 그쳤고 지난해에는 80경기에 출전했지만 .233/.313/.367 10홈런 31타점을 기록한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올시즌에도 부진한 13경기를 치른 뒤 부상을 당했다.

실망으로 가득한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콜로라도의 투자에도 이유가 있었다. 1992년생 우투우타 브라이언트는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였다. 브라이스 하퍼와 함께 라스베이거스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브라이언트는 2013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시카고 컵스에 지명됐다. 실패한 유망주인 마크 아펠이 당시 드래프트에서 브라이언트보다 먼저 지명된 유일한 선수였다.

대학 신인이었던 브라이언트는 2년만에 마이너리그를 빠르게 졸업했고 2015년 빅리그에 데뷔했다. 데뷔시즌 151경기에서 .275/.369/.488 26홈런 99타점 13도루를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신인왕을 만장일치로 수상했다. 그리고 2년차 시즌인 2016년에는 155경기에서 .292/.385/.554 39홈런 102타점 8도루를 기록하며 컵스가 염소의 저주를 풀고 108년만에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르는데 앞장섰다.

브라이언트는 컵스를 정상으로 이끈 그 해 내셔널리그 MVP를 수상했다. 신인왕 수상 다음 시즌에 MVP를 차지한 것. 신인왕을 수상하고 다음해 리그 MVP를 수상한 선수는 브라이언트 이전 3명(칼 립켄 주니어, 더스틴 페드로이아, 라이언 하워드)이 있었지만 데뷔시즌에 신인왕, 데뷔 2년차 시즌에 MVP를 수상한 선수는 브라이언트가 역대 최초였다. 그만큼 브라이언트는 대단한 모습으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메이저리그의 '아이콘'이 됐다.

MVP수상은 2년차 시즌이 마지막이었고 다소 기복도 있었지만 브라이언트는 가치있는 선수였다. 데뷔 첫 5시즌 동안 706경기에서 .284/.385/.516 138홈런 403타점 34도루를 기록했고 2020년 단축시즌 크게 부진했지만 2021시즌 컵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144경기 .265/.353/.481 25홈런 73타점 10도루를 기록했다. 데뷔 첫 7시즌의 성적은 884경기 .278/.376/.504 167홈런 487타점. 브라이언트의 첫 7시즌 fWAR는 31.0이었고 이는 해당기간 메이저리그 야수 공동 9위의 기록이었다.

콜로라도는 2021시즌 종료 후 FA가 된 브라이언트에게 통 큰 투자를 했다. 2021시즌 성적이 단축시즌 이전보다 조금 하락하기는 했지만 브라이언트는 여전히 뛰어난 공격력을 가진 선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을 띄울 줄 아는 타자인 브라이언트가 쿠어스필드를 만난다면 그 시너지 효과가 굉장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는 첫 시즌부터 무너졌다. 브라이언트는 콜로라도 입단 첫 해부터 허리와 발 부상을 겪으며 단 42경기 출전에 그쳤고 2023시즌에도 뒷꿈치, 손가락 부상으로 시즌을 절반밖에 치르지 못했다. 그리고 올해도 부상을 당하며 콜로라도 입단 3년 연속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브라이언트가 콜로라도 유니폼을 입고 기록한 성적은 135경기 .249/.329/.391 16홈런 51타점에 불과하다.

로키산맥에 올랐지만 성적은 오히려 떨어졌고 이제는 건강마저도 잃었다. 그리고 이제 32세가 돼 곧 30대 중반에 접어든다. 기대치는 점점 낮아질 수 밖에 없는 상황. 아직 계약기간을 절반도 보내지 않았지만 이미 '악성계약'이라 불러도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트로이 툴로위츠키, 트레버 스토리(현 BOS) 등 쿠어스필드에서 맹활약하던 콜로라도 출신 스타들이 이적 후 부진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았지만 브라이언트는 오히려 쿠어스필드 입성 후 기량을 잃고 타격 성적이 뚝 떨어졌다.

콜로라도는 팀을 대표하는 스타였던 놀란 아레나도를 2021시즌에 앞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로 떠나보냈다. 그리고 아레나도가 떠나고 1년 후 팬들의 원성을 잠재울 새 스타로 브라이언트를 맞이했다. 하지만 브라이언트는 전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팀을 떠난 아레나도는 '하산' 후에도 여전히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만큼 브라이언트는 더욱 초라해지고 있다.

오타니 쇼헤이(LAD)가 비상하기 전 브라이언트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스타였다. 데릭 지터가 은퇴한 뒤 리그의 '아이콘'이라 부를 수 있는 슈퍼스타가 필요했던 메이저리그에 브라이언트는 혜성처럼 나타났다. 뛰어난 기량과 수려한 외모, 하퍼와 절친 관계인 이야깃거리까지, 브라이언트는 압도적인 기량을 가졌지만 너무 '모범생'이었던 마이크 트라웃(LAA)에게는 부족한 '스타성'을 가진 리그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전성기는 짧았고 이제는 그라운드에서 얼굴을 보기도 쉽지 않은 선수가 됐다.

브라이언트와 콜로라도의 계약은 여전히 올시즌 포함 5년이 남아있다. 과연 건강도 기량도 잃은 브라이언트가 다시 존재감을 알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자료사진=크리스 브라이언트)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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