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3년은 다르다? 활짝 웃는 尹, 하루에 두번 "질문?"
대통령이 달라졌다? 용산 사령탑, '늘공→어공' 왜 바꿨나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 3년 차를 맞아 22일 정진석 비서실장 체제를 선택함으로써 국정운영 방식 변화에 시동을 걸었다. 윤 대통령의 이날 표현대로 정부 출범 이후 2년간 '설계'와 '디자인'에 치중했다면 앞으로는 '현실화'에 주력하겠다는 취지다. 그 방법은 소통 강화다. 정부가 나아갈 방향은 잡아놨으니 국민을 설득하고 야당의 협조를 받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얘기다.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실에서는 흔히 국정을 항공모함에 비유해왔다. 거대한 배의 잘못된 방향을 돌리기 위해서는 힘들고 긴 시간이 걸린다는 의미였다. 경제에서부터 외교안보 노선까지 거의 모든 정책을 전임 문재인 정부와 정반대로 바꾸는 과정이었다. 건전재정 확립과 구조개혁, 한미일 중심의 외교 드라이브 등으로 지난 2년은 숨 가빴다.
용산에서 실력과 충직함을 갖춘 어공의 역할은 늘 숙제였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정치 선언 단 8개월 만에 대권을 거머쥔 대통령이기에 정치적으로 빚진 사람이 별로 없었다는 건 장점이 될 수 있었지만 동시에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춰오며 국정을 고민해온 핵심 측근들도 존재할 수 없었다는 점이 정무적으로는 한계였다"고 밝혔다.
정책 추진의 마디마디마다 당정, 국민과 여야 사이에서 관절·윤활유 역할을 해줘야 할 어공이 항상 아쉬웠다. 어느 순간 소통은 일방적으로 흐르기 시작했고 그 결과는 4.10 총선 참패로 이어졌다.
5선 의원 출신의 정진석 신임 비서실장과 수도권 재선 의원을 역임한 홍철호 신임 정무수석은 이런 시행착오 끝에 책임을 맡았다. 인천에서 5선 고지에 오른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정치 대통령'을 표방한 이상 정무형 비서실장이 필요할 테고 그런 면에서 낙점이 이뤄지지 않았나"라고 했다.
물론 기존 정책방향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말은 아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어느 정도 우리가 나가야될 방향, 정책, 이런 것들은 세워져 있기 때문에"라고 말했다. "고칠 건 고치고"라고도 했지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밑바탕은 굳건히 다져간다는 방침이다.
우선 내부 장악력에는 강점이 있다. 현 정부의 첫 정치인 출신 비서실장으로서 정권 탄생에 지분이 있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윤 대통령에게 일찌감치 정치 출마를 권유했던 '고향(충남 공주) 친구'였고 당내 중진으로서 이후 대선 과정과 정권 초기에 든든한 뒷받침을 해왔다.
정권 출범에 기여한 5선 출신 비서실장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최근 논란이 됐던 '양정철 비서실장·박영선 총리설'과 대국민 담화 혼선 등 연이은 메시지와 일정 관련 난맥상을 정리하고 용산의 정치 기능을 재정비할 힘과 역량이 있다는 뜻이다.
야당과 소통에서도 긴밀한 움직임이 예상된다. 당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영수회담을 전후해 국무총리를 비롯한 개각은 물론 야당이 강행 처리를 벼르고 있는 각종 특검법과 쟁점 법안 등을 놓고 조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관계자는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는 주요 현안마다 물밑에서 국회와 발 빠르게 소통하고 협상하는 비서실장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언론 등과 소통에서도 변화가 전망된다. 윤 대통령은 2022년 11월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문답)이 중단된 이후 17개월 동안 단 한 번도 국내 현안과 관련해 공개 장소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았지만 이날은 하루에만 오전, 오후 두 번에 걸쳐 인선 브리핑을 직접 하고 질문도 받았다.
대통령비서실 사령탑이 새로 바뀐 만큼 5월을 기점으로 다양한 소통방식이 도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정부에서는 시행됐으나 현 정부에서는 하지 않았던 언론사 편집국장·보도국장 등과 회동, 취임 2주년(5월10일) 기자회견 등이 검토되고 있다.
확바뀐 尹, 17개월 질문 0개→웃으며 하루 2번…"국민 동의에 주력"
윤석열 대통령이 후임 국무총리 인선과 관련해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밝혔다. 집권 3년차 이후 국정운영에는 "국민의 동의", "정치권과 대화"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22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홍철호 신임 정무수석 인선을 직접 발표한 뒤 이어진 질의 응답에서 이같이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정진석 전 국민의힘 의원을 새 비서실장으로 발표할 때도 직접 브리핑하고 질문을 받았다.
윤 대통령은 먼저 향후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여야 정당, 언론, 많은 시민사회와 더 많이 소통하고 많은 의견을 듣고 열어놓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무엇보다 제가 지난 2년 동안에 중요한 국정과제를 정책으로서 설계하고 또 집행하는 쪽에 업무의 중심이 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며 "그런데 이제 어느 정도 우리가 나가야될 방향, 정책, 이런 것들은 세워져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국민들께 좀 더 다가가서 우리가 나아가는 방향에 대해서 더 설득하고 소통하고, 또 이러한 정책 추진을 위해서 야당과의 관계도 더 설득하고 소통하는 데 주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와 관련 오후에도 "지난 2년은 우리가 이 나라를 어떤 나라로 만들 것인지에 대한 콘텐츠를 저희가 디자인하고 어떤 정책을 만들고 집행할 것인지 거기에 치중했다"며 "이제는 지난 2년간 저희가 세워놓은 것을 어떻게 더 국민들과 소통해서 또 고칠 건 고치고 국민들의 어떤 동의를 받아낼 수 있는지, 또 정치권과도 대화를 해서 어떻게 이것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지, 이제는 그런 점에 주력을 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후임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에 대해서는 "좀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주중으로 예정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영수회담 등 여러 계기로 의견을 수렴하고 검토한 뒤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 이날 오전 비서실장 인선에 이어 곧바로 정무수석 교체 인사를 발표한 것에는 "지난 금요일(19일) 이재명 대표에게 용산 초청을 제안했기 때문에 그와 관련해서 여러가지 얘기를 주고받아야 되는데 제가 볼 때는 정무수석을 빨리 임명해서 신임 수석이 준비하고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윤 대통령의 '하루 2번 질의응답'은 매우 이례적이다. 윤 대통령이 국내에서 출입기자의 질문을 직접 받은 건 지난해 11월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문답) 중단 이후 약 1년5개월 만이다. 총선 패배를 계기로 소통 강화 등 국정운영 방식에 대대적 변화를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외교일정 수행 중 질문을 받은 적은 있지만 국내 정치현안에 대해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질의 응답을 했던 적은 2022년 8월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 처음이다. 취임 다음 날인 2022년 5월11일 윤 대통령이 자청해서 문을 열었던 도어스테핑은 같은 해 11월18일 한 기자의 소란 사태가 벌어졌던 61번째 출근길 문답을 마지막으로 194일 만에 중단되고 말았다. 그동안 기자회견 등을 통해 질문을 받지 않고 국무회의 등으로 일방적 메시지만 전달한다는 비판이 지속됐지만 바뀌지 않다가 총선에 참패한 이후 달라진 셈이다.
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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