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미칼럼] 시험대 오른 윤·이 회동
소통리더십으로 국정 위기 수습해야
巨野의 李, 국가 미래 책임 무거워져
전 국민 25만원 지원 공약 재고해야
“총선 민의에 따라 대화와 협력의 정치를 해야 한다. 우리가 새 정치의 패러다임을 만들어 가자.”
이번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처음으로 한 테이블에 앉는다. 두 사람처럼 한 차례도 회담을 갖지 않은 정권은 없다. 더욱이 야당 협조 없이 정부 법안 처리가 힘든 여소야대 정국에서는 대통령이 먼저 손을 내미는 게 정상이다. 이제라도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범죄 피의자’가 아니라 ‘협상 파트너’로 받아들인 건 반길 일이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중요치 않다. 대통령 말대로 “국정 최우선은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셋째도 민생”인데 거대 야당 힘을 빌리지 않고 민생 정책을 실현할 방법이 없다. 이 대표는 거야의 실질적인 대주주다.
두 사람이 첫 만남에서 김대중·이회창 회담처럼 협치의 틀에 합의할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상대를 향해 쏟아낸 적대적 발언 수위를 감안하면 불가능 쪽에 가깝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정치적 미래가 없다는 걸 모르지 않을 것이다. 당사자 미래뿐 아니라 국가 미래에도 변곡점이다. 임기가 3년 남은 대통령의 변혁이 핵심이다. 총선 참패 후 10여일간 대통령실과 여당 행태는 지리멸렬했다.
윤 대통령의 첫 육성 메시지는 반성과 쇄신보다 변명과 회한으로 채워졌다. 공식 라인을 거치지 않은 박영선 총리-양정철 비서실장설은 대통령 귀를 잡고 있는 인사들의 ‘무뎃포 정치’를 보여줬다. 용산이 선거 실패 책임을 느끼지 못하니 여당에선 비대위 구성은커녕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비선 논란으로 번진 인사 난맥상 수습을 위해서든, 20%대로 추락한 지지율에 놀라서든 영수회담 제안은 최소한 대통령의 위기 의식이 작동한 징후로 읽힌다.
이번 회담에서 이 대표의 정치적 근수(斤數)도 드러날 것이다. 그는 대선 패배 후 당 대표직과 극성 지지층을 방패 삼아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피하는 데 주력했다. 당 안팎의 비판 여론에도 집요하게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었다. 거센 정권 심판 바람을 타고 175석을 거머쥐었지만 그가 이를 감내할 리더십을 보이느냐는 이제부터다. 대승 결과에도 애써 차분한 기색을 보인 데는 이 대표 스스로 그 무게감을 느낀 연유일 테다.
이 대표가 0순위 회담 의제로 올려놓겠다는 민생회복지원금이 ‘리트머스 시험지’다. 전 국민에 1인당 25만원을 풀겠다는 공약은 선거용으로 재미를 봤을지 몰라도 정책으로는 잃는 게 더 많다. 국채를 발행해 13조원을 조달해야 하는데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50%를 넘은 마당에 미래 세대 부담만 키운다. 지원금 소비 효과가 30% 안팎에 불과한 데다 ‘대파값’ 파문이 여당 총선 참패 요인으로 꼽힐 정도로 고물가 시대에 역행한다. 국가 미래와 정책 책임을 나눠져야 할 거대 야당 지도자로선 재고하는 게 맞다. 국민들이 미래를 저당잡아 공짜 돈 받기를 좋아한다고 믿는 정치인은 시대착오적이다.
첫술에 배부르랴는 말은 국내외 사정을 감안하면 한가한 얘기다. 국민 피해가 더 커지기 전에 의정 갈등을 수습해야 하고 민생 대책을 협의할 여야 창구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 대표 이야기를 좀 많이 들어보려고 용산에 초청했다”는 윤 대통령이 소통·경청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이 대표도 국정 운영의 파트너십으로 호응해야 한다. 정치 안정 없이 두 사람이 늘 강조하는 민생은 허언에 불과하다.
황정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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