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지원금’ 땐 한해 22조 필요… 기존 저출생 예산 구조조정 불가피

김지섭 기자 2024. 4. 23.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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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거액 출산지원금’ 검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신생아 한 명당 1억원의 출산지원금을 일시에 지급할 경우 한 해 20조원 넘는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우리나라의 연간 신생아 수를 감안한 추정치다. 이는 작년 저출산 대응 예산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여서 기존 출산·육아 관련 수당을 대대적으로 손보지 않을 경우, 정부의 재정 운용에 막대한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출산지원금 예산 22조원 넘을 듯

22일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작년 신생아 수는 23만명으로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저였다. 신생아 수는 2016년부터 작년까지 8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기 때문에 올해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올해 신생아 수는 22만4000명 정도일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 한 명당 1억원을 지급할 경우, 올해 기준 22조4000억원(22만4000명X1억원)이 들어가는 셈이다.

그래픽=양인성

22조4000억원은 정부의 작년 저출산 대응 예산(48조2000억원)의 거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다. 저출산 대응 예산에는 부모급여나 아동수당 등 출산·육아를 직접 지원하는 금액뿐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가정의 주거·금융을 지원하는 간접 예산도 포함돼 있다. 이 중 출산·육아에 직접 도움을 주는 예산만 떼어내면 21조원 정도다. 보육료 지원 등 보육 및 돌봄예산이 12조1845억원, 부모급여(영아수당)와 아동수당 등 자녀수당이 7조502억원, 출산급여와 육아휴직급여 등 모성보호 예산이 1조8279억원 등이다.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들은 중앙정부 지원과 별도로 아이를 낳을 경우,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을 지급하는 ‘출산 장려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역별 편차가 크지만 강원도, 전남 영광군 등 일부 지역의 출산 장려금은 최대 2000만~3000만원대에 달한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자체는 2022년에 총 5735억원의 출산 장려금을 지급했다.

그래픽=양인성

◇기존 저출산 지원 예산과 중복 없애야

정부가 ‘1억원 출산지원금’을 도입하려면 기존 저출산 예산 중 중복되는 부분을 정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예산을 그대로 두고 매년 20조원이 넘는 예산을 추가 투입할 경우 재정건전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작년 사상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50%를 넘은 가운데 ‘억대 출산지원금’을 매년 지급하면 국가채무비율이 100%를 넘기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와 지자체가 지급하는 돈을 모두 합하면 이미 아이 1명당 1억원을 받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며 “기존 저출산 예산을 대대적으로 구조조정한다는 전제하에 출산 지원금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1억원이라는 지원금을 자녀의 성장 단계에 맞춰 분할 지급하지 않고 태어날 때 한꺼번에 목돈으로 지급하는 방식은 사회적으로 큰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출산지원금을 아이를 키우는 데 쓰지 않고, 투자 등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는 “출산지원금을 부모가 취지에 맞게 쓰는지 확인할 길도 없는데 1억원을 한 번에 주는 것은 상당히 무책임한 정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러한 문제 때문에 지자체들은 출산 장려금을 한 번에 주지 않고, 오랜 기간 나눠서 지급한다. 첫째 아이 기준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장려금(2400만원)을 지급하는 강원도의 경우, 매달 50만원씩 4년간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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