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경기 오심 10개인데…
지난 19일 원주 DB와 부산 KCC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이 끝나자 농구계가 들끓었다. KCC에 유리한 심판 판정이 잇따랐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DB 센터 김종규는 경기 시작 11분 6초 만에 5반칙 퇴장을 당했다. 비디오 판독 제도(IRS·인스턴트 리플레이 시스템)가 있긴 했지만 심판에게 (비디오 판독을 할지 말지 결정) 권한이 쏠려 무용지물에 가까웠다.
90대102로 무릎을 꿇은 DB 김주성 감독은 경기 직후 한국농구연맹(KBL)에 오심 여부를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KBL은 경기 전체를 다시 살펴본 결과, 10개가량 오심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 오심이 없었다면 DB가 이길 수 있었다는 의미다.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진 탓일까. 정규리그 1위 팀 DB는 21일 4차전에서도 지면서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다. 조현일 해설위원은 “다시는 이 따위 경기가 안 나왔으면 한다”고 비판했다. ‘오심 논란’이 번지자 “KBL이 (인기가 높은) KCC 허웅과 수원 KT 허훈이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나 형제 대결을 하도록 조장하고 있다”는 ‘음모론’까지 등장했다.
그런데 오심보다 더 문제가 되고 있는 건 이 1경기 10개 오심을 한 심판들이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았다는 데 있다. KBL 관계자는 “징계 계획은 없다. 다만 한 시즌 단위로 이뤄지는 심판 평가에는 반영이 된다”고 했다. 이런 식으로 결정적 오심에 대한 책임마저도 가볍게 지우는 게 한국 프로스포츠계 전반적인 풍토다.
지난 6일 프로축구 K리그 인천은 제주에 0대1로 졌다. 전반 27분 인천 무고사가 경합을 딛고 헤딩 골망을 흔들었는데, 수비수를 밀쳤다면서 취소됐다. 그래서 당한 무실점 패배였다. K리그 심판 판정을 심의하는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는 이 장면을 오심이라고 결론 내렸다. 더불어 김희곤 주심에게 경기 배정 정지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김 주심은 지난 20일 FC 서울과 전북 현대 경기에 나타났다. 징계라더니 딱 1경기만 적용한 것이다.
이런 찜찜한 현실 이면에는 심판 인력난이란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전문성과 경력이 동시에 요구되는 심판 수가 적어 오심에 대한 중징계를 엄격하게 내리기 시작하면 심판들이 부족해져 경기 진행이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결과를 신뢰할 수 없는 스포츠는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오심을 방치하면 스포츠를 볼 이유가 없다.
더구나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 심판은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축구는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SAOT)로 육안 한계를 넘어섰고, 공의 라인 아웃을 판별하는 테니스 호크아이(Hawk-eye) 시스템은 많은 종목에서 상용화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19일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을 무시하고 오심을 묻으려고 했던 이민호 심판을 해고했다. 그가 20년 넘게 그라운드를 누비면서 ‘명심판’이라고 불렸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심판계 내부 자정이 없으면 미래 심판들 운명은 불 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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