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178] 억지로라도 산책을 해야 하는 이유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2024. 4. 2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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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이 깊어지면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가 쌓이고 있다. 만성 외로움은 비만이나 흡연만큼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우울증과 심혈관 질환 및 치매 등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 그러면 지구인이 현재 겪고 있는 외로움은 어느 정도일까. 대표적인 글로벌 소셜미디어 회사가 학술 그룹과 공동으로 142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조사에 따르면, 4명 중 1명이 상당한 외로움을 느낀다고 한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더 외로울 듯싶은데 젊은 성인(19~29세)도 외로움이 컸다. 모두가 외로운 상황이다.

외로움은 긍정적인 면도 존재한다. 식욕처럼 우리 생존에 중요한 느낌이다. 몸의 에너지가 빠져나가도 배고프지 않으면 식이 행동이 자연스럽게 나오기 어렵다. 과도한 식욕이 다이어트에는 적이지만 식욕이 왕성하다는 것은 건강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외롭기 때문에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려고 하는 것이다. 물론 주변에 많은 사람이 존재해도 외롭다. 이 외로움은 존재론적 외로움이랄까, 인간이기에 외로운 것이다. 이 외로움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며 적절히 즐길 수 있는 여유도 필요하다. 외로울 때 커피 한 잔, 또는 노래 한 곡이 내 마음을 더 촉촉하게 만든다.

그런데 실제 사회적 관계가 거의 없는 사회적 고립 상태에서 느끼는 외로움이나, ‘군중속의 고독’이라 할 수 있는 사회적 관계는 존재하지만 나 홀로 존재하는 듯한 주관적인 외로움은 심해지면 건강의 위험 요인으로 변해 버린다.

사회적 관계가 있음에도 심각한 외로움을 느끼는 대표적인 원인은 자기 내면에 갇혀 반복적으로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반추(反芻)’에 빠진 경우다. 반추에 갇히면, 봄 산책을 함께 즐기는 사람들을 봐도 ‘나도 봄 산책을 하자’란 생각보단 ‘나만 홀로 외롭다’는 느낌이 들며 자신을 외부와 더 단절하고 내면 속으로 후퇴시키는 회피 현상을 보인다.

이런 반추의 회로에서 빠져나오는 설루션을 하나 소개하자면 ‘억지로라도’ 하는 산책이다. 혼자도 좋고 함께해도 좋다. 산책을 하면 내 몸의 움직임을 느끼게 되고 자연도 보게 돼 자연스럽게 내면에 갇힌 나를 외부와 연결시키면서 좋은 경험과 느낌이 반추를 끊고 외로움을 따뜻한 감정으로 바꾸어 준다.

억지로라도 하는 것이 짜증 나지만 이것이 행동 우선 요법이다. 일단 행동하면 닫힌 반추 회로를 끊고 외부 세계와 내가 연결되면서 조금씩 동기부여가 차오른다. 그래서 점점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마음이 원해 산책하고 사회적 관계를 원하게 된다. 그리고 더욱 좋은 것은 집에 혼자 있을 때도 외로움이 줄어든다. 마음의 닫힌 회로에서 벗어나면 세상을 보는 시각도 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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