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인생 같은 마라톤
불과 열흘 전 눈이 내렸던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화창한 봄날, 보스턴 전체가 들썩이는 잔치가 열렸다. 123국에서 온 3만명이 함께 달렸고, 50만명이 모여 응원했다. 바로 128회 보스턴 마라톤이다.
우리에게도 보스턴 마라톤은 꽤 친숙하다. 1947년 한국인으로 처음으로 참가한 서윤복이 신기록을 세우며 1위를 했고, 1950년에는 함기용, 송길윤, 최윤칠이 나란히 1~3위로 골인하기도 했다. 신생 독립국이었던 우리의 자부심을 한껏 드높인 사건이었다. 2001년 이봉주의 우승도 빼놓을 수 없다. 이번에도 한국인 193명이 달렸다.
직접 본 보스턴 마라톤은 달리기를 사랑하는 전 세계인의 축제였다. 전체 구간의 하이라이트는 32㎞ 지점에 있는 최고 난도, ‘하트브레이크 힐(Heartbreak Hill)’이다. 여기에서 남편을 응원하러 런던에서 온 한 중년 여성을 만났다. 보스턴 마라톤은 국제 마라톤으로는 유일하게 참가자 자격과 수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데, 올해 65세가 된 남편이 10년의 도전 끝에 드디어 출전 자격을 얻었다고 한다. 예순이 넘어서도 인생의 꿈을 찾는 남편을 이야기하는 그녀의 얼굴에 행복이 넘쳐났다.
요즘에는 나이와 관계없이 건강을 유지하며 자신의 꿈을 이루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매일같이 운동하며 꿈을 꾸는 인생에 나이는 이미 부차적인 문제이다. 바쁘다는 핑계도 마찬가지다. 이곳에서는 갓난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달리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또 새벽부터 밤까지 어느 때든 달리는데, 큰 준비가 필요 없기에 더욱 일상으로 여긴다.
흔히 마라톤을 한 편의 인생에 비유한다. 어떠한 장비의 도움도 없이 42.195㎞를 오롯이 맨몸으로 버텨야 한다. 하트브레이크 힐과 같이 가장 힘든 구간을 넘는 마라토너는 포기하고 싶은 유혹을 몇 번이나 이겨낸다. 하지만 그 구간을 지나면 곧 결승선이 보인다. 마침내 레이스가 끝나고 비록 쓰러질지언정 세상을 다 가진 행복감을 느낀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면 함께 달리는 사람들도 있다. 혼자가 아니기에 같이 힘을 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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