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놓고 충돌… “경영권 탈취 시도” vs “표절 항의에 해임 통보”

윤수정 기자 2024. 4. 2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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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자회사 어도어 전격 감사·대표 사임 요구… 민희진 대표 반발
모기업 하이브와 총괄 프로듀서이자 소속사 어도어 민희진 대표 간 충돌로 활동에 적신호가 켜진 5인조 걸그룹 뉴진스. 왼쪽부터 멤버 하니, 혜인, 다니엘, 해린, 민지. /어도어

국내 최대 음반 기획사 하이브가 자사 인기 걸그룹 뉴진스를 전담하는 산하 레이블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에 대해 감사에 착수하고, 사임을 요구했다. 하이브 측은 민 대표가 뉴진스를 데리고 본사에서 불법적인 독립을 꾀하고, 경영권 탈취를 공모했다는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민 대표 측은 “방시혁 의장이 프로듀싱한 걸그룹 아일릿이 뉴진스를 허락 없이 카피했고, 이에 항의하자 해임을 요구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이브는 22일 “민희진 대표와 부대표 A씨, 사내이사 B씨 등 어도어 경영진에 대한 감사권을 발동해 전산 자료를 확보하고, 감사 질의서와 민희진 대표의 사임을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하이브는 이날 어도어 이사진을 대상으로 경영진 교체와 책임을 묻기 위한 주주총회 소집도 요구했다. 올해 초부터 어도어가 경영권 탈취를 공모해 온 의심 정황을 포착했다는 게 핵심 이유다. 어도어는 방탄소년단(BTS)을 배출한 빅히트와 함께 하이브 산하 가장 경쟁력 있는 레이블로 꼽힌다. 2021년 하이브가 자본금 161억원을 출자해 만든 후 지난해 매출액 1102억원, 영업이익 335억원, 당기 순이익 265억원을 기록했다. 지분의 80%는 모회사인 하이브가, 20%는 2대 주주인 민 대표(18%)와 어도어 경영진이 갖고 있다.

하이브는 필요시 감사 결과에 따라 민·형사적 법적 조치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특히 ▲어도어가 외부 투자자에게 대외비 계약서, 뉴진스 멤버들의 데뷔 전 사진과 건강 상황 등 사업상 비밀을 유출하며 부적절한 외부 컨설팅을 받았고, ▲하이브가 자회사들에 부당한 요구를 한다는 여론전을 계획했고, ▲어도어에 우호적인 투자자에게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 매각을 유도하려 했다는 제보를 확보해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브 방시혁 의장, 어도어 민희진 대표.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그간 2022년 데뷔한 뉴진스를 흥행 돌풍 주인공으로 만든 1등 공신으로 꼽혀왔다. 하이브 경쟁 회사인 SM에 2002년 평사원으로 입사, 소녀시대, f(X), 엑소, 샤이니 등 유명 그룹의 앨범 작업을 이끌며 등기 이사까지 올랐던 그를 2019년 방시혁 대표가 직접 하이브로 스카우트한 사연도 화제가 됐다. 데뷔곡 ‘Attention’부터 ‘Hype Boy’ ‘Ditto’ 등 민 대표가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뉴진스 히트곡들의 위상이 커질수록 이들을 발탁한 하이브의 안목에도 찬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하이브 내부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하이브가 민 대표와 틀어지기 시작한 건 지난 3월 말 민희진의 측근으로 분류되던 어도어 부대표 A씨가 작성한 내부 문건이 발각되면서”였다. 해당 문건에는 “(하이브가) 우리를 못 건드리게 하고” “궁극적으로 완전히 빠져나간다” 등이 ‘목표’로 적혀 있었고, A씨가 하이브 내부 기밀 정보를 대량 다운로드 받은 정황도 포착됐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하이브는 이미 지난 연말부터 민 대표가 투자자들을 만나며 뉴진스와 함께 독립을 꾀한다는 제보를 받았지만 묵과했다. 하지만 민 대표의 말을 멤버들과 부모가 전적으로 지지하는 상황까지 겹치며 내부에서 ‘제2의 피프티피프티 사태가 우려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자 결국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신인 걸그룹 아일릿의 뉴진스 베끼기’ 논란도 불씨가 됐다. 민희진 대표는 22일 입장문을 통해 “방시혁 의장이 아일릿 데뷔 앨범을 프로듀싱했다.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는 하이브가 관여한 일”이라며 “K팝 선도 기업이라는 하이브가 단기 이익에 눈이 멀어 성공한 문화 콘텐츠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카피하며 새로움을 보여주기는커녕 진부함을 양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일릿은 지난달 25일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직접 프로듀싱을 맡아 데뷔시킨 그룹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헤어, 메이크업, 안무, 뮤직비디오 등이 ‘지나치게 뉴진스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민 대표는 또 “하이브 산하 레이블 간 표절 행위로 뉴진스 브랜드 가치가 침해된 데 따른 입장 표명을 바란다는 공적인 문제 제기를 했지만, 답장을 받지 못했고, 이후 갑작스레 해임 절차를 통보받았다”고 주장했다. 경영권 탈취 시도 의혹도 “어이없는 내용의 언론 플레이”라며 부인했다.

한편 이날 어도어 감사 소식이 전해지면서 하이브 주가는 전일 대비 7.81% 급락해 시가총액 7497억원이 증발했다. 다음달 24일로 예정됐던 뉴진스의 컴백 활동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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