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李대표, 25만원뿐 아니라 의료문제도 이야기해달라

주희연 기자 2024. 4. 2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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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의약 분업 갈등 당시에도
DJ·이회창 회담에서 실마리 풀어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갈등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5일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소아환자를 태운 침상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민생’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겠다고 한다. 이 대표는 22일 최고위에서 대통령을 만나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면서 ‘물가 안정’ ‘고유가 부담을 낮추기 위한 횡재세 도입’을 언급했다. 전 국민에게 ‘민생 회복 지원금’ 명목으로 25만원씩 지급해야 한다는 제안도 준비 중이다. 그런데 정작 의대 정원 갈등이 촉발한 의료 대란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지금 가장 큰 민생 문제는 의료 대란이고, 이는 정치권의 타협으로 돌파구가 열릴 수도 있다.

실제 2000년 의약분업 정책에 반발해 의사들이 집단 파업을 하는 의료 대란도 영수회담이 계기가 돼 해결된 선례가 있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약사들 요구가 상당 부분 반영된 의약분업 정책을 밀어붙였다. 제1야당인 한나라당은 의사들의 반발과 파업을 고려해 의약분업 전면 실시를 6개월 미루자는 주장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과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영수회담을 가졌다. 두 사람은 의약분업 정책을 정상적으로 추진하되 의사들이 처방한 약을 약사들이 임의로 바꿀 수 없도록 하는 중재안에 합의했다. 당시 이 총재는 “사쿠라(변절자)란 소리를 듣겠다”는 당내 농담에 “민생 문제에 대해선 협조하는 게 상생 정치”라며 회담에 응했다. 결국 이를 통해 의사들이 파업을 중단하면서 의료 대란 사태가 진정 국면에 들어섰다.

국민 상당수는 이 대표가 내건 ‘기본 소득’ ‘기본 주택’ 등의 공약 때문에 포퓰리스트란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대표가 2000년 의약분업 당시처럼 자신의 정치적 손해를 각오하고 의료 사태 해결을 위한 적극적 중재와 대안을 제시한다면 안정감 있는 야당 대표로 자리매김할 기회가 될 수 있다. 강 건너 불 구경을 즐길 게 아니라 대통령보다 더 적극적으로 흙탕물에 손을 넣고 문제를 해결하는 이 대표의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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