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로의 산야초 톡Ⅱ] 82. 할미꽃 - 흰 털 속 꼭꼭 숨긴 마음 ‘언제나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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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비녀로 쪽진 하얀 머리카락.
이런 할미꽃을 볼 때면 몇 번씩 놀라게 됩니다.
'할미꽃'이란 명칭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놀라운 반전이지요.
'속마음은 언제나 청춘'이라는 듯 담대하고 격정적인 도발! 할미꽃 효능은 놀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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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비녀로 쪽진 하얀 머리카락. 티끌 하나 묻지 않은 치마저고리. 눈밭을 걸어온 듯 백색으로 빛나던 흰 고무신. 종갓집 맏며느리로 사셨던 그분의 모습입니다. ‘저분은 어찌 저리 고우실까.’ 늘 궁금했지요. 봄부터 가을까지, 그 집 정원은 언제나 정갈했습니다. 십수 명의 식솔을 챙기며 그 많은 꽃과 나무를 어찌 돌봤던지…. 세월이 흐른 지금, 그 집은 터만 남았습니다. 인생무상일까요. 아닙니다. 이웃을 배려하던 그분의 정은 언제나 마음을 따듯하게 합니다. 단 한 번도 할머니라고 부르지 못했지만 ‘할미꽃’ 이미지로 각인된 그분!
다시 할미꽃 계절입니다. 밤새 서리가 내린 듯 하얀 이불에 덮인 꽃무덤은 땅으로 꺼질 듯 고개를 숙이고, 꽃잎은 여린 바람결에도 심하게 도리질합니다. 이런 할미꽃을 볼 때면 몇 번씩 놀라게 됩니다. 손이 닿자마자 앞으로 꺼꾸러지는 부드러운 잎과 꽃의 연약함이 첫 번째지요. 두 번째는 꽃 색. 흰 털을 뒤집어쓴 겉모습과 달리 진홍빛으로 물든 속살과 샛노란 꽃술은 그 어떤 꽃보다 도발적입니다. ‘할미꽃’이란 명칭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놀라운 반전이지요. ‘속마음은 언제나 청춘’이라는 듯 담대하고 격정적인 도발!
할미꽃 효능은 놀랍습니다. 예부터 민간 상비약으로 각종 질환에 처방했습니다. 학계의 연구 성과도 두드러집니다. 살리실산과 아세트아미노펜 플라보노이드 등의 성분을 분석, 염증 억제와 진통 효과를 입증했습니다. 항산화 물질은 신진대사 촉진과 함께 면역력 증진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민간에서는 속이 더부룩할 때 소화 촉진제로 활용했고, 뿌리 추출물은 치아 치료제로 사용했지요. 그러나 그 쓰임만큼이나 부작용이 큽니다. 살균효과가 커 과다 복용하면 중독 증상 등 득보다 실이 큽니다. 약재는 잎과 뿌리를 말려 사용하는데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합니다.
‘할머니 손은 약속’이던 때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어떨까요. 어림없는 소리겠지요. 다정다감했던 할머니에 대한 기억은 옅어지고, 과학의 힘에 기대는 경우가 더 잦습니다. 시대가 변했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1인 가구 비율이 34.5%를 넘기면서 주거, 결혼, 출산 등에 비상등이 켜졌습니다. 외로운 삶이 일상처럼 굳어졌지요. ‘할머니’라는 호칭이 낯설게 느껴지는 요즘, 야트막한 산기슭을 지키던 할미꽃마저 귀한(?) 몸이 되었습니다. 한 집안의 역사이자 포근한 안식처였던 할머니! 할미꽃을 보며 이 땅의 모든 ‘할머니’를 추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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