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워요" "어떵헹 지냄수과"… 각양각색 입말 속 팔도의 情
10월까지 방언 자료 432점 한 자리에
삼국사기서 ‘방언’ 표현 최초로 등장
1933년 ‘맞춤법’ 발표… 인식 나빠지기도
고문헌·녹취·문학 등 보존 노력 총망라
“다양성·가치 ·한글의 힘 발견하는 전시”
“전하, 자들이 움메나 빡신지 아우? 자들이 하마요(벌써요), 십 년 전부터 서양문물을 받아들여가지구요, 뭔 세꼽 덩거리를 막 자들어가지구(두드려서) 조총이란 걸 맹글어가지구요… 대뜨번에 쎄싸리가 빠져요(죽어요).”
국립한글박물관이 강릉 사투리로 율곡 이이의 십만양병설을 재구성한 문장이다. 문자만 나열했을 뿐인데 감자처럼 순박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다. 이렇듯 우리말의 보물창고인 방언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가 10월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초입에서는 지역 방언의 말맛을 옛 문헌과 미디어 자료로 느낄 수 있다. 현존하는 문헌 중 방언이란 단어가 처음 등장한 사례는 삼국사기다. 이때 방언은 신라의 말을 가리켰다.
1900년 10월9일 황성신문 논설은 “경기도 말씨는 새초롬하고, 강원도 말씨는 순박하며, 경상도 말씨는 씩씩하다. 충청도 말씨는 정중하며, 전라도 말씨는 맛깔스럽다”고 전한다. 이때만 해도 방언을 고쳐야 한다는 인식이 없었다. 일제강점기에 들어서면서 ‘민족의 단합과 국어의 보전을 위해’ 표준어를 써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933년 ‘한글마춤법통일안’ 발표는 서울말이 권위 있고 방언은 상대적으로 지위가 낮다는 인식을 굳혔다. 산업화로 나타난 도시와 지방의 이분법도 방언을 ‘촌스러운 것’으로 여기게 했다. 1966년 국어교과서는 ‘표준말을 쓰자’며 “외국에서는 자기 나라 표준말을 못 쓰는 사람은 교육을 못 받은 사람이라고 천대까지 받는다더라”고 가르쳤다.
동학농민혁명군 한달문이 나주 감옥에 갇혀 어머니에게 쓴 한글편지에는 절박함이 담겨 있다. 그는 “어마님 불효한 자식을 깊피(급히) 살려주시오. 기간(그간) 집안 유고를 몰라 기록하니 어무임 혹시 몸에 유고 계시거던 졋자라도(옆사람이라도) 와야 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1959년 최학근의 ‘국어방언학서설’은 같은 어휘가 지역별로 어떻게 다른지 보여준다. 턱주가리(아래턱)는 턱아지·턱패기(충남), 태가리(전라·강원), 태거리(충청, 택사가리(경상도), 택수가리(경상도·강원), 택조가리(전북·경남)로 지역마다 다르게 불렸다.
경상도 내에서 조금씩 달라지는 사투리도 직접 들을 수 있다. ‘잘가’라는 표현을 김천 사람은 “또 보재이”라고 하지만, 대구는 “잘 가래이”, 안동은 “드가래이”, 부산은 “어 가리”, 진주는 “또 보자이”라고 조금씩 다르게 말한다.
이 외에도 서울 중구 토박이회, 제주 구좌읍 평대리의 해녀 등을 조사한 영상과 방언학자들이 실제 조사 과정에서 채록한 녹음자료를 들어볼 수 있다.
문영은 국립한글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방언의 다양성과 가치, 한글의 힘을 발견하고 우리 말글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전시”라고 밝혔다. 김희수 국립한글박물관 전시운영과장은 “한글이 있었기에 각 지역의 방언을 기억하고 기록할 수 있었다”며 “기록문화 유산으로서 한글의 역할과 가치를 생각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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