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자는 女 살해 ‘김레아 머그샷’ 공개…“불안감만 가중” 시각도

김현주 2024. 4. 22.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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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중대범죄 신상공개법 시행 이후 檢 신상공개 국내 첫 사례
여자친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김레아(26)씨 머그샷. 수원지검 홈페이지 갈무리
이별을 통보하려 한다는 이유로 여자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그의 어머니도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6세 김레아 씨의 신상정보가 22일 공개됐다.

이날 수원지검은 김 씨의 이름과 나이, 얼굴 사진인 머그샷(mugshot: 범죄자 인상착의 기록 사진)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김씨는 지난 3월 25일 오전 9시 35분께 경기도 화성시 소재 자신의 거주지에서 여자친구인 A(21)씨와 그의 어머니 B(46)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A씨를 살해하고 B씨에게는 최소 전치 10주의 중상을 입게 한 혐의(살인 및 살인미수)를 받는다.

검찰은 김씨를 지난 15일 구속기소 했다. 김씨는 A씨가 그간의 폭력 행위를 항의하며 이별을 통보하려고 하자 이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 집행정지 가처분 냈지만…法 “공공의 이익 연관” 기각

김씨는 평소 "A와 이별하면 A를 죽이고 나도 죽겠다"고 말하는 등 여자친구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였으며, A씨와 다투던 중 휴대전화를 던져 망가뜨리거나 주먹으로 A씨 팔을 때려 멍들게 하는 등 폭력적인 성향도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혼자 힘으로 김씨와 관계를 정리할 수 없자 어머니와 함께 김씨를 찾아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원지검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는 이달 5일 ▲ 모친 앞에서 A씨가 살해당한 범죄의 잔인성·피해의 중대성 ▲ 김레아의 자백 등 인적·물적 증거의 충분한 확보 ▲ 교제 관계에서 살인으로 이어진 위험성 등을 국민에게 알려 교제 폭력 범죄 예방 효과 기대 ▲ 피해자 측의 신상정보 공개 요청 의사 등을 고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후 김씨가 공개 결정에 불복해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을 법원에 제기했으나, 법원은 지난 18일 김씨의 가처분은 기각했다.

법원은 "신청인의 행위로 인한 피해자들의 극심한 피해와 사회에 미치는 고도의 해악성 등을 고려하면 국민의 알권리 보장, 동일한 유형의 범행을 방지·예방해야 할 사회적 필요성이 인정돼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공공의 이익과 연관성을 갖는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수사기관이 중대 범죄 피의자의 '머그샷'을 강제 촬영할 수 있도록 하는 신상공개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구체적인 공개 절차 등을 마련했다.

◆잔인성·중대성 등 고려한 듯

법무부는 지난 1월16일 국무회의에서 머그샷 촬영 방법과 신상 공개 절차 등을 담은 시행령 제정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법이 시행되면 검찰과 경찰은 중대범죄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할 때 원칙적으로 30일 이내의 모습을 공개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하면 피의자의 얼굴을 동의 없이 촬영할 수 있다.

재판 단계에서 피고인의 죄명이 신상정보 공개 대상 범죄로 변경된 경우 피고인에 대한 신상 공개도 가능하다.

시행령은 수사기관이 사진을 찍을 경우 피의자의 정면·왼쪽·오른쪽 얼굴을 컬러사진으로 촬영해 저장·보관하도록 규정했다.

공개 결정 전에는 피의자에게 의견 진술 기회를 제공하고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 개최일 등을 고지하도록 했다. 피의자가 즉시 공개에 동의하지 않으면 공개 결정 후 최소 5일의 유예기간을 두도록 정했다.

신상정보는 검찰총장이나 경찰청장이 지정한 인터넷 홈페이지에 30일간 게시하고,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는 공무원이 아닌 위원이 과반이 되도록 구성하도록 했다.

◆전문가 “머그샷 공개, 범죄자 향한 분노만 증폭…근본적인 해결책 아냐”

다만 머그샷으로 범죄 해결이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이윤소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미디어팀장은 한겨레에 "머그샷을 공개하고, 엄벌주의 정책을 펼친다고 해서 사회가 안전하게 변화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방식은 사회 구성원의 불안감을 가중시킬 뿐"이라며 "범죄자 개인에 집중하는 정책으로는 범죄를 예방하고 재발을 방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미 검거된 피의자의 머그샷을 공개하는 것은 범죄자를 향한 분노만을 증폭시키고 제대로 된 해결책을 찾을 수 없도록 만든다"고 전했다.

이어 "언론은 이러한 정책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법과 제도의 한계를 찾아 보완할 수 있는 방향의 보도를 해나가야 한다"며 "강력범죄를 유발하는 사회문화적 배경을 찾고 이것을 변화시킬 수 있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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