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병원 정하라” 서울대병원 ‘소아 투석’ 의사 모두 사직서 제출

조백건 기자 2024. 4. 22.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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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의대 증원 정책에 반대”
환자 절반 이상, 서울대서 진료
의대정원을 둘러싼 의정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21일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한 의료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산하 소아신장분과 교수 2명이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대해 최근 사직서를 냈다. 서울대의 소아신장분과 교수는 총 2명이다.

소아신장분과는 만성 콩팥병을 앓고 있는 체중 35㎏ 미만 소아에 대해 투석 치료도 하는 대표적인 바이털(생명) 진료과다. 소아 투석이 가능한 곳은 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경북대·부산대·전남대·제주대 병원 등 전국에 8곳밖에 없다. 이 중에서도 서울대병원은 유일하게 소아 전용 투석실을 갖춘 이 분야 대표 병원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강희경·안요한 소아신장분과 교수는 지난달 말 본인 진료실 문에 ‘사직 안내문’을 붙였다. 이들은 안내문에서 “저희의 사직 희망일은 올해 8월 31일”이라며 “믿을 수 있는 소아신장분과 전문의 선생님들께 환자 분들을 보내드리고자 하니 병원을 결정해 알려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이들은 서울과 경기도, 그 외 지역의 일부 병원 목록을 올렸다.

투석을 해야 하는 소아 만성 콩팥병은 선천성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콩팥이 몸속 노폐물을 제대로 걸러내 배출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 병을 앓는 아이들은 투석기(인공 신장)를 통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일주일에 3회, 4시간 정도 병원에서 혈액을 빼내 노폐물을 제거한 뒤 다시 몸에 투입하는 ‘혈액투석’을 받거나, 매일 환자의 복막(복부 내장을 싸고 있는 막)에 투석액을 넣는 ‘복막투석’을 해야 한다. 투석 치료를 한 번이라도 건너뛰면 사망할 수 있다.

강희경 교수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그동안 저희가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해 백방으로 (반대) 목소리를 냈는데도 정부는 반응하지 않다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만들었다”며 “그냥 (교수로 재직) 한다는 것은 정부 정책을 인정한다는 얘기여서 그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 병원 교수는 “소아는 혈관이 작아 성인에 비해 투석 치료를 하기가 훨씬 어렵고, 합병증도 많아 리스크(위험)가 크다”며 “반면 수가(건강보험공단이 병원에 주는 돈)는 성인과 거의 차이가 없어 대표적인 기피과”라고 했다. 정부가 소아신장분과의 ‘고위험·저보상’ 문제를 장기간 방치한 상황에서 ‘의대 증원’을 발표해 서울대병원 교수들의 이탈을 촉발한 면이 있다는 얘기다.

만성 콩팥병 등으로 투석을 받는 소아 환자는 전국에 100명 안팎 정도라고 한다. 의료계 인사들은 “전국 소아 투석 환자의 50~60%를 서울대에서 진료해왔다”고 했다.

의료계 일각에선 “전국의 만성 콩팥병 소아의 절반가량을 치료하는 서울대병원의 교수 2명이 정부 정책 때문에 환자를 떠나는 것은 공감을 얻기 어려울 것”이란 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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