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탁월한데 아는 맛, ‘동조자’[한현정의 직구리뷰]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kiki2022@mk.co.kr) 2024. 4. 2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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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이란 양날의 검
사진 I 쿠팡플레이
*1·2화 시청 후 작성한 리뷰임을 밝힙니다*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딱 박찬욱 감독의 때깔이다. 그의 특장기가 백분 발휘, 전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도 떠오른다. 그의 손길이, 재능이 온사방에 묻어있다. 이보다 더 완벽한 오프닝은 없고, 그만큼 다채롭게 이 시리즈를 매만질 이도 없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그가 없는 후반부는 (기대보다) 우려가 더 앞서는, ‘동조자’다.

‘동조자(The Sympathizer)’는 자유 베트남이 패망한 1970년대, 미국으로 망명한 베트남 혼혈 청년이 두 개의 문명, 두 개의 이데올로기 사이에서 겪는 고군분투를 다룬 이야기를 다룬다.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탄 응우옌의 퓰리처상 수상작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작품은 총 7부작. 박찬욱 감독은 1~3화를 연출했다. 4화는 페르난도 메이렐레스가, 5~7화는 마크 먼든가 각각 메가폰을 잡았다. 로다주가 ‘아이언맨’ 은퇴 후 처음 선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동조자’는 어느 수용소에 갇힌 주인공 ‘대위’(호아 쉬안데)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자유 베트남에서 공산주의 스파이로 활동하는 그의 독백으로. 자신을 두 가지 피, 두 가지 언어, 모순의 결합체인 ‘반반’으로 표현하는 그는 자신이 겪고 행한 일들(장군의 보좌 역할을 하고, 그의 집에 머물면서 고급 정보를 빼내어 독립군에게 전달하는)을 풀어놓는다. 이 안에는 주변인으로서 겪는 극심한 내면적 갈등과 혼란도 담겨 있다.

사진 I 쿠팡플레이
1화는 베트남 사이공 함락 몇개월 전부터 함락 직전 주인공을 포함한 주요 인물들이 우여곡절 끝에 미국행 비행기로 탈출하는 이야기가 담겼다. 2화는 미국으로 떠나 새로운 환경·새로운 사람들에 적응해 나가는 와중에 장군의 의심을 사 위기를 모면하는 에피소드를 그렸다.

묵직하고도 복잡한, 어쩌면 어려운 이야기지만 고리타분하거나 무겁지만도 않다. 단연 박찬욱 감독 특유의 기교와 진한 내공 덕분이다. 원작과 차별화 된 블랙 코미디의 묘미는 그야말로 탁월하다. 그가 이 시리즈의 오프닝을 맡은 건 행운이라는 외신(타임)의 찬사가 충분히 납득이 간다.

전화 다이얼이 돌아가다 이내 자동차 바퀴가 굴러가는 장면으로 그것은 또 다른 이야기의 전환으로 담배불이 섬관탕의 빛과 이어지는 등. 암흑의 이야기완 상반되지만 기가 막히게 조화로운 강력한 색채의 미장센이나, 과거 서사를 보여줄 땐 빨리 되감기 등을 활용한 재치까지 다채롭고도 수려하다. 긴장감을 줘야 할 구간에선 몰입도가 치솟고 쉴 땐 또 제대로 쉴 줄 아니 밀당의 고수요, 역시 ‘거장’이다.

과감하면서도 디테일한 설계 덕분에 (로다주와 산드라 오를 제외하곤) 주연 대부분이 낯선 배우들(낯선 언어)뿐인데도 이질감이 없다. 금세 ‘동조자’의 세계로 빨려들어간다.

다만 2화는 1화보다 그 매력이, 흡입력이 덜하다. 박찬욱 감독표 개성도 더 뚜렷하다. 그래서 더 아는 맛처럼도 느껴진다. 한층 더 경쾌해진 리듬감도 돋보인다. 그런데 어쩐지 재미는 감소됐다. 과한 설정도 더러 보인다. 특유의 풍자 스타일에 호불호도 나뉠 수 있다.

특히 2편부터 등장하는 산드라 오의 캐릭터는 매력적이지만 ‘대위’와의 러브라인은 어울리듯 다소 언밸런스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그저 반갑고 흥미로운 로다주도 CAI 요원에서 동양학 교수로 ‘1인 2역’을 보여주는데 2화의 과장된 톤은 때때로 튀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론 소문만큼 소름끼치게 잘 소화한 것 같진 않다.) 총 7부작 안에서 ‘1인 4역’을 소화했다던데 2편을 보고나니 한 없이 기대감만 생기는 건 아니다.

다행인 건 기대 이상의 존재감을 뽐내는 주인공이다. 단단하게 극 중심에 뿌리를 내린 채 능수능란하게 변주한다. 안정적이고도 다채롭고도 볼수록 매력적이다. 몇천명의 오디션을 거쳐 발굴된 인재답게, 혼자서도 어떤 누구와 붙어도, 내내 빛난다.

아직 초반 1, 2화만 공개된 터라 시리즈 전체를 가늠하긴 힘들지만 시작은 확실하게 좋다. (특히 1화가) 그래서인지 박찬욱 감독이 없는 4화부터 이어질 에피소드엔 어쩐지 기대감보단 우려가 더 앞선다. 박 감독이라는 가장 센 무기로 화려하게 포문을 연 것이 양날의 검이 된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몰아보기가 아닌 한 주 한 회 공개 전략은 리스크가 적지 않을 것 같다. 박찬욱 감독은 “오래오래 음미할 것”을 당부했지만, 한 번 힘이 빠지면 (쏟아지는 OTT 콘텐츠 속에서) 충성심은 더 빨리 새어나가기 마련이므로.

사진 I 쿠팡플레이
실제로 해외 반응을 살펴 보면,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1~3편에는 대체로 호평 일색인 반면 후반부는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이 적지 않다.

버라이어티는 “‘리틀 드러머 걸’과 비슷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영화는 주인공 외에도 정체성 문제를 겪고 있는 다양한 인물을 다채로운 방식으로 조명한다. 특히 박찬욱이 연출한 3편의 에피소드는 폭력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톤을 잘 살려냈다”고 칭찬했다.

할리우드리포터도 “박 감독이 카메라 뒤에 있을 때 이 시리즈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여러 가지 방식으로 장난스럽게 비뚤어진다. 예상치 못한 방식의 편집과 색감, 특이한 카메라 위치 등이 주는 힘을 잘 살린다”고 했다. 다만 “다른 감독들이 연출할 때는 이 시리즈가 시각적으로 훨씬 특징적이지 않고 훨씬 덜 창의적”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인디와이어 또한 “센세이셔널한 스릴러다. ‘리틀 드러머 걸’과 비슷한 주제를 박 감독 스타일로 인상적으로 그려냈다”면서도 “다만 4화부터는 이전보다 못한 감이 없지 않다”고 같은 반응을 보였다. 추신, 음미하기엔 (7주는) 너무 길어요.

‘동조자’는 매주 월요일 저녁 8시, 쿠팡플레이를 통해 한 회씩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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