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래군의 인권과 삶]22대 국회는 ‘생명안전 국회’가 될 것인가
“10년 전 세월호 참사 때도, 2022년 10·29 이태원 참사 때도 정부는 없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했던 말이다. 정부만이 아니라 국가 전체가 사라지는 상황이 익숙했던 사람들은 대한민국이 여전히 안전하지 못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지난 4월16일, 인천과 안산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추모식에서 정부 관계자들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 슬픔을 딛고 국민의 마음을 모아 모두의 일상이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한발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행정안전부 장관 이상민).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재해와 사고로부터 자유로운 바다’를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안산과 목포 등에서 진행되고 있는 추모사업도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해양수산부 장관 강도형). 추모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약속을 주무장관으로부터 들었으니 그나마 다행인 것일까? 이날 나온 대통령의 추모 말이나 한덕수 총리의 말이나 정부 관계자의 말은 모두 맹탕이었다. 유가족을 비롯한 피해자들, 그리고 시민들이 바라던 말들과는 너무 거리가 멀었다.
그런데 이날 반가운 정치권의 논평이 있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안전’만큼은 정치화해서도, 논쟁거리가 돼서도 안 될 것” “아이들이 안심하고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나라, 근로자들이 사고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안전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은 여야를 넘어 정치권이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도 했다. 이런 논평을 낸 사람은 정희용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었다.
국민의힘, ‘안전 한국’ 약속 거부
아이들이 안심하고 뛰어놀고, 근로자들이 사고 걱정 안 해도 되는 나라는 세월호 참사를 겪었고, 이태원 참사를 겪었고, 오송지하차도 참사를 겪었고, 그리고 산재를 없애기 위해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하고자 했던 이들의 바람이었다. 그런 바람이 여당의 수석대변인이 논평을 냈다는 점에 주목하게 한다. 그는 이 논평에서 안전 대한민국을 만들 주체로 “국민의힘과 정부”라고 분명히 말했다. 정부도 이제 ‘안전 대한민국’을 위해서 적극 나서기로 했단 말인가?
그렇지만 이 논평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 정부가 10·29 이태원 참사를 대하는 태도를 보아왔고, 총선 뒤에도 정부의 태도가 바뀌었다는 걸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4월8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재난참사피해자연대 등은 22대 총선 출마자들을 대상으로 한 약속운동의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22대 국회가 다루어야 할 생명안전 최우선 과제로 ①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및 독립적인 조사 보장 ②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권고 이행 점검과 진상규명 추가 조치 보장 ③생명안전기본법 제정 등 3개 정책과제를 우선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22대 총선에 후보자를 낸 정당과 후보로 출마한 후보자 전원을 상대로 2주 동안 “22대 국회는 생명안전국회가 되어야 한다”며 전화를 돌려서 약속을 받았다. 그때에 국민의힘은 이를 거부했다. 총선 출마 후보자 765명 중 337명이 위의 세 가지 요구를 의원이 되면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국민의힘 후보자 중에는 단 2명만 약속했고, 그 사람들은 모두 낙마했다.
어쨌건 3대 과제를 약속했던 후보자 중 156명이 당선되었다. 당선인 중 절반이 넘는 의원들이 약속한 것이다. 그러니 22대 국회는 생명안전국회가 될 것인가? 낙관할 수는 없다. 다수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2020년 11월에 발의되었던 생명안전기본법을 법안 심의조차 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국민동의청원까지 달성해서 법안 심사를 촉구했지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보유했던 더불어민주당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생명안전사회, 더 미룰 수는 없어
“아이들이 마음껏 꿈꾸는, 일상이 안전한 사회”는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과 시민들이 출연하여 만든 4·16재단의 비전이다. 이 비전은 세월호 참사 이후 그 이전과는 다른 안전한 사회를 바라온 시민들의 염원이기도 하다. 22대 국회 당선인들이 이 약속을 지키기를 바라며, 그들에게 안산 문화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회억정원’과 ‘너희를 담은 시간’ 전시회를 꼭 가보기를 권한다. 그 전시를 둘러보고 나면, 유가족을 비롯한 피해자와 시민들이 어떻게 10년을 견뎌왔는지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생명안전사회는 더는 뒤로 미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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