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었다면 서른셋, 330만원 기부합니다”…아들 이름으로 ‘효도밥상’ 차린 아버지
“아들이 떠난 지 꼭 3년 되는 날입니다. 살아있었다면 서른셋이 되는 날이어서 330만원을 기부하니 효도밥상에 써주세요.”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청을 찾은 공덕동 주민 권경환·김윤주씨 부부가 아들 고 권태훈씨를 대신해 효도밥상 후원금을 기탁했다. 이날은 마포에서 음식점 등을 운영하다 사고로 한 달여 만에 세상을 떠난 아들의 3주기였다.
아버지 권씨는 “아들은 부모를 잘 챙기고 어른을 공경하던 효자였다”며 “마포구에서 하는 효도밥상의 반찬공장이 지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아들 생각이 많이 났다. 살아있다면 분명 어르신들을 위한 일에 함께했을 것 같아 아들 이름으로 기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시범 도입된 효도밥상은 마포구와 마포복지재단이 지역 식당들과 협약을 맺어 만 75세 이상 1인 가구 주민들에게 무료로 한 끼를 제공하는 제도다. 주 6일 점심을 먹으러 오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안부도 확인한다. 마포 16개동 전체에 17개 급식소가 생겨 하루 약 500명의 식사를 챙겼다.
마포구는 올해 초 반찬공장을 완공해 이곳에서 한꺼번에 만든 식사를 배송하는 방식으로 15곳을 추가했다. 반찬공장은 하루 1000명의 식사를 조리할 수 있는 시설이다. 이에 지역 31개 급식소에서 1000명의 어르신들이 효도밥상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또 급식기관뿐 아니라 경로당을 통해서도 효도밥상을 제공하기 위해 상반기 중으로 성산2동 무리울새마을경로당에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이후 지역 경로당으로 확대해 하반기 총 1500명의 한 끼를 준비할 계획이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가슴 아픈 일을 이웃을 위한 사랑으로 돌려주시는 것을 보니 감사하면서도 마음 한편이 무겁다”며 “부모님의 뜻을 새겨 후원금을 허투루 쓰지 않고 효도밥상 운영에 잘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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