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나의 배터리ON] `울산시의 기적`…삼성SDI, 9개월 만에 공장 인허가 난 이유는
[편집자주] '박한나의 배터리ON'은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배터리 분야의 질문을 대신 해드리는 코너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을 비롯해 배터리 밸류체인에 걸쳐 있는 다양한 궁금증을 물어보고 낱낱이 전달하고자 합니다.
"울산시가 삼성SDI 신공장 건설의 복잡한 인허가 문제를 단 9개월 만에 해결해 주목받고 있습니다. 울산시는 이미 현대차의 전기차 신공장 건축 허가를 10개월 만에 풀어 한덕수 국무총리까지 성과를 강조했죠. 복잡한 인허가 방정식을 푼 비결이 무엇인가요?"
삼성SDI가 울산 하이테크밸리 3공구 내에 신형 이차전지 생산 공장을 건립하기 위한 '일반산단 계획 변경'을 승인받았다. 삼성SDI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공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삼성전관부터 터를 잡아 온 울산이 차세대 배터리의 거점으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배터리 업계는 이번 삼성SDI의 국내 투자 결정에 대해 재평가하고 있다. 배터리는 수요가 집중되는 지역에서의 현지 생산이 기본 원칙인 만큼 북미 지역에 단독공장이나 글로벌 완성차업체와의 합작법인 설립을 우선시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울산시는 삼성SDI의 신공장 건설을 위해 통상 3년이 걸리는 복잡한 인허가 문제를 단 9개월 만에 해결해 신속한 공장 설립을 지원했다. 최소 2년 6개월을 앞당긴 것이다. 전 세계에서도 찾기 힘든 수준의 빠른 행정 처리로 평가받는다.
울산시의 특징은 기업별 전담 행정지원 담당공무원을 파견한다는 점이다. 울산시의 1호 행정지원 담당공무원은 최금석 울산시청 공약추진단 사무관이다. 최 사무관의 일터는 울산시청이 아니다. 기업의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이 가능했던 이유다.
최 사무관은 2022년 9월 7일부터 지난해 7월까지는 현대차 울산공장으로 파견돼 예상 인허가 기간을 3년에서 10개월로 단축했다. 현대차 프로젝트를 마무리 짓자 마자 지난해 7월 17일부터는 삼성SDI 울산사업장으로 파견돼 이번 승인을 받아낸 것이다.
최 사무관은 "현대차보다 삼성SDI의 난도가 훨씬 높았지만 한 번 경험이 있어서 한 달을 더 줄일 수 있었다"며 "대규모 산업단지 개발에 필수인 환경영향평가는 절대적인 조사 기간이 최소 3계절 이상인 만큼 이것을 제외하고 모든 업무를 다 줄였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SDI와 손잡고 환경부나 환경연구원 등 각종 협의기관들을 다니면서 접수하자마자 바로 업무가 처리되도록 설득하면 기간이 극단적으로 줄어든다"며 "정신은 피폐해지지만 환경영향평가는 진행하면서 도로계획, 부지계획 등의 설계 등 동시 추진이 가능한 약 10개의 업무들을 동시에 진행하면 된다"고 웃어 보였다.
또 울산시는 삼성SDI가 지난 50년 동안 사지 못한 소위 '알 박기' 땅까지 직접 해결했다. 기업이 일반적으로 사지 못하는 땅은 주인이 너무 많거나 일제 강점기 등의 영향으로 토지 소유자의 이름만 있고 인적사항이 남아 있지 않은 곳들이다.
최 사무관은 "삼성SDI의 기존 울산 부지는 웬만한 지역의 산업단지에 준하는 면적이지만 사유지나 국공유지 등으로 실제 쓸 수 있는 땅이 아니었다"며 "삼성SDI 울산 사업 용지 중에는 18평짜리 땅에 소유주 이름만 24명인데 인적사항이 없는 땅이라 지난 수십년간 매입이 불가능한 사유지였는데,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로 4개월 만에 수용재결 판단을 받아 해결했다"고 말했다.
최 사무관은 사유지 뿐만이 아니라 국공유지에 대한 유상 취득과 무상귀속토지 등을 활용해 필요한 땅을 효과적으로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또 삼성SDI 전담 공무원인 만큼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등과의 협의까지 빠르게 진행해 '초고속' 인허가라는 성과를 냈다는 것이다.
이 사례가 주목받는 것은 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결정했음에도 토지 문제 등으로 계획만큼 빠르게 진행되지 못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어서다. 한 예로, 경기도 용인에 조성 중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2019년 착수했음에도 인허가 문제, 주민 반발, 환경영향평가, 토지보상, 전력과 용수 인허가 등으로 본공사 시작이 지연되고 있다. 완공조차 계획보다 2년 늦은 2027년으로 예상된다.
최 사무관은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는 공무원들이 기업 돕는 것을 특혜라고 여기기도 했지만 지금 모든 기업의 투자는 글로벌 경쟁"이라며 "미국만 해도 일자리 창출은 물론 지역 경제 활성화 등 파급되는 기저 효과 등을 고려해 공장 한 곳을 유치하기 위해 각 주가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는데 국내 기업의 인허가를 순수하게 돕고 투자를 유치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일은 박수받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최 사무관은 지자체 단체장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된 울산시는 '전주기 밸류체인 완결형' 특화단지 조성을 비전으로 정하고 관련 기반 구축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SDI, 고려아연, STM 등 기존 이차전지 주력 선도기업의 생산기술과 제품을 확대해 현대자동차 등 전기차기업에 공급하고, 폐배터리 리사이클링으로 이어지는 배터리 전주기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최 사무관은 "인허가는 지자체 단체장의 의지가 관건"이라며 "김두겸 울산시장은 '삼성SDI가 인허가 절차 중 다른 부서의 공무원들을 만날 일이 없게 하라'며 전담 공무원인 저만 만나도 일이 되게 하도록 기업의 불편함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립서비스로 기업을 지원하겠다는 게 아닌 데다 여기에 제가 일할 수 있도록 전 부서에 '전폭 지원'을 공문으로 보내며 안효대 경제부시장과 매 순간 뒤에서 든든히 받쳐줬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삼성SDI는 하이테크밸리 3공구 부지 내 도시계획도로 개설, 공원·녹지 등 기반 시설 조성을 포함한 산단 개발을 올해 상반기 착공해 내년 말 준공할 계획이다. 당장 울산공장의 첫 번째 투자 결실로 100% 자회사인 STM이 투자하는 양극활물질 생산공장이 건설 중이다. 내년 7월 준공이 목표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울산시의 적극적인 행정은 사실 국내에서 찾기 힘든 사례"라며 "전 세계에 견줘도 9개월 만에 인허가가 난 사례는 드물기 때문에 삼성SDI 입장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기반을 빨리 마련할 시간을 번 것이기 때문에 단순한 시간 단축 이상의 의미를 가질 것 같다"고 말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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