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구조조정 가속… NPL 큰 장 선다

김남석 2024. 4. 22.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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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제공.

금융 당국이 이달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가이드라인을 내놓기로 하면서 PF 사업장의 '옥석가리기'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특히 은행·보헙업계 공동 펀드를 조성해 제2금융권 브리지론 매입을 요청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구조조정이 가속화하면서 부실 PF 사업장이 일시에 경·공매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높아 새로운 주인을 찾지 못하는 사업장의 대출 채권을 저렴하게 인수하는 부실채권(NPL) 매입 시장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이 마련하고 있는 부실 PF 사업장 분류 가이드라인 이후 사업장의 '옥석가리기'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은행 업계가 NPL 펀드 마련에 나서고 있다.

최근 한국투자증권은 TPG안젤로고든과 함께 4000억원 규모의 '스페셜시츄에이션 SMA'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펀드는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나오는 대출에 투자한다. 목표 수익률은 9%다.

싱가포르투자청(GIC)은 지난해부터 헤리티지자산운용과 부동산 NPL 전문 펀드를 운영하고 있고, 페블스톤자산운용과 캐나다계 대체투자 운용사 브룩필드 등도 국내 부실 사업장을 통해 수익을 추구하고 있다.

이들은 사업장의 수익성 저하나 시행사의 자금난 등으로 사업이 멈춘 PF 사업장의 대출채권을 매입한다. 통상 경·공매에 넘어갔지만 최대 50% 이상 낮아진 금액에도 팔리지 않는 곳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사업을 정상화 시킬수만 있다면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만약 1000억원의 브릿지론 대출이 실행된 사업장의 대출채권을 500억에 사들인 뒤, 사업성을 확보해 본PF를 받을 수 있다면 NPL 펀드 운용사는 500억원 이득을 얻을 수 있다.

금융당국이 PF 사업장을 우량과 부실로 분류하기 위해 마련하는 가이드라인 제정 작업이 마무리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NPL 펀드의 매입 대상도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당국이 금융권에 부실 PF 사업장에 대한 신속한 정리를 촉구하고 있는 만큼, 부실로 판명된 사업장들이 일시에 경·공매에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포화상태인 경·공매 시장에 부실 사업장들이 한 번에 나올 경우 낙찰률은 더 떨어지고, 결국 대주단은 더 큰 손해를 감수하고 NPL을 넘길 수밖에 없다.

국내 금융권에서도 NPL 펀드 조성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미 3호까지 NPL 펀드를 조성했던 한 증권사가 4호 펀드 모집을 준비하고 있고, 다른 증권사는 금융지주 계열 신탁사가 책임준공 확약을 내건 사업장을 대상으로 대출채권 매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여전히 대주단과 수요자의 가치평가 눈높이가 달라 딜이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1조1000억원 규모의 PF 정상화 펀드를 조성하고 신한자산운용과 이지스자산운용, 코람코자산신탁, 캡스톤자산운용, KB자산운용에 운용을 맡겼다.

각 운용사가 2000억~3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사업장 매입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성사된 거래는 지난해 신한자산운용이 매입한 삼부빌딩이 전부다. 삼부빌딩이 경우 해당 펀드가 조성되기 전부터 신한자산운용이 매입을 검토하던 것으로 알려진 만큼 사실상 실적이 없는 셈이다.

지난달 한 금융회사가 사업장의 최저매각의향가격을 조사한 결과, 주택(공동대출 기준)의 경우 양수업체가 평가한 금액과 대주단이 원하는 매각금액 차이가 28.1%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상가 건물의 시각차는 36.8%포인트에 달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매입을 원하는 입장에서는 수많은 리스크를 고려해 최대한 낮은 가격에 매입하고 싶어 하지만, 시행사나 대주단은 여전히 부동산 시장만 살아나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해 거래가 성사되기 쉽지 않다"며 "다만 금융당국의 부실 PF 사업장 가이드라인이 나와 사업장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나온다면 어느정도 눈높이가 맞춰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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