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 ETF 대전] 시장 점유율 3%p차… 삼성·미래에셋 자존심 싸움
미래에셋, 해외 진출로 순익↑
KB·한투 등 AUM 매서운 성장세
자산운용업계 1위를 놓고 다투고 있는 삼성자산운용(이하 삼성)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하 미래에셋)의 접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두 운용사의 상장지수펀드(ETF ) 시장 점유율 격차는 3%포인트(p) 안팎으로 줄었다. 여기에 최근 중소형 운용사들의 약진으로 대형 운용사의 전체 점유율이 줄어들면서 새로운 과제까지 떠안게 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전체 ETF 순자산총액은 136조6850억원 규모로, 지난해 말 121조원에서 올 들어서만 15조원 넘게 성장했다.
ETF 순자산총액 1위를 수성하고 있는 삼성은 53조9324억원으로 시장 점유율 39.46%를 차지하고 있다. 2위 미래에셋은 50조5484억원으로 36.98%를 점유 중이다. 지난 2020년까지만해도 삼성의 운용자산(AUM)의 ETF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미래에셋이 25% 가량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점유율 격차가 빠르게 축소된 셈이다.
◇1위 놓고 접전 '치열'… 아래서도 치고 올라와 부담↑= 최근 들어 두 운용사의 AUM 격차가 더 줄어들면서 삼성 입장에서는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9일 삼성이 미국 대표지수 ETF 4종의 총보수를 연 0.05%에서 국내 최저 수준인 0.0099%로 인하한 점도 이러한 분위기를 방증한다. 가령 투자자가 1억원을 투자할 경우 1만원이 채 안 되는 보수를 부담하는 셈이다.
삼성은 최저 수준 보수 인하로 개인 투자자들의 연금계좌 내 장기 적립식 투자를 적극 유도한다는 의도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삼성의 이번 수수료 인하가 ETF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국내 주식형 ETF 상품에 강한 삼성이 미국 대표지수 ETF 상품의 보수를 인하한 점을 보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했던 분야에서 보수 경쟁을 통해 신규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복안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위에 한 발짝 다가선 미래에셋 입장에서도 여유가 넘치는 상황은 아니다. KB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3, 4위 운용사의 AUM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오히려 미래에셋의 시장 점유율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이후 삼성의 ETF 시장 점유율이 0.79%p 하락하는 동안 미래에셋의 점유율도 0.24%p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3위 KB운용 AUM은 10조를 넘기며 증가했고, 4위 한국투자신탁운용의 경우 점유율이 6%에 육박하게 성장했다.
◇국내시장으론 부족…해외까지 파이 확장?= 두 운용사 모두 특정 지수를 추종하는 ETF 상품이 대부분 운용자산 규모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의 경우 19일 기준 순자산총액 1조원 이상인 ETF 상품은 14개다. 지난해 금리형 ETF가 인기를 끌면서 'KAP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지수'를 비교지수로 하는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의 AUM이 8조원 규모로 늘었다.
이 외에도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KODEX200'(5조8640억원)를 비롯해 'KODEX KOFR금리액티브(합성)'(5조2300억원), 'KODEX 종합채권(AA-이상)액티브'(2조8220억원), 'KODEX 24-12 은행채(AA+이상)액티브'(2조5330억원) 등이 순자산총액 상위를 차지했다.
미래에셋에서도 AUM이 가장 큰 상품은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7조3360억원)였다. 다만 2위 'TIGER KOFR금리액티브(합성)'(4조4600억원)을 제외하곤 'TIGER 미국S&P500'(3조940억원), 'TIGER 미국나스닥100'(3조230억원),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2조1810억원) 등 주로 해외형 상품에서 강점을 보였다.
문제는 두 운용사가 서로를 의식해 신규 상품 역시 유사한 형태로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이 지난 3월 'KODEX 한국부동산리츠인프라'를 총보수 0.09%에 내놓자 미래에셋은 기존 운용하던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 총보수를 0.29%에서 0.08%로 내리는 식이다. 2월 삼성이 'KODEX글로벌비만치료제 TOP2Plus증권ETF'를 내놓은 후 미래에셋이 'TIGER 글로벌비만치료제TOP2Plus ETF'를 출시하기도 했다.
상품 차별화가 쉽지 않은 만큼, 업계에서는 삼성과 미래에셋이 향후 글로벌 시장 확대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고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해외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한 미래에셋은 순이익 측면에서 삼성을 따돌리는 모양새다. 미래에셋의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4729억원)은 삼성(1066억원)을 훌쩍 앞섰다.
미래에셋의 미국 ETF 운용 자회사 GLOBAL X(글로벌 엑스)와 5월 '글로벌엑스 캐나다'로 리브랜딩 예정인 호라이즌스 ETFs(Horizons ETFs)의 성장세에 힘입어 전체 순이익 중 해외 운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30% 수준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삼성도 지난 2022년 해외 운용사인 앰플리파이의 지분 20%를 취득하는 등 해외 진출에 힘쓰고 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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