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작품 다른 무대… 새로운 감동 선사"

유혜인 기자 2024. 4. 22.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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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예당 '스프링페스티벌'서 콘서트 '라 보엠'
26일 무대… 연출·배우 지역 청년 예술인 구성
상징적 무대 세트 '벽'·원작 각색 관람 포인트
한상호 연출가 "문화가 국력… 관객 소통 중요"

여기저기서 청년 예술인 지원을 외치지만 막상 그들이 설 무대는 항상 부족하다. 실패도, 성공도 경험해 봐야 느낄 수 있는 것들인데, 그럴 기회조차 없는 청년 예술인들은 '전업 예술인'이 되지 못한다. 그런 청년 예술인들을 구제하기 위해 대전예술의전당이 기회의 장을 마련했다.

대전예당의 큰 행사 중 하나인 '스트링페스티벌'을 지역 청년 예술인들의 무대로 꾸민 것이다. 그 중 콘서트 오페라인 '라 보엠'은 연출자부터 무대에 오르는 이까지 모두 39세 미만 지역 청년들로 구성됐다. 이달 26일 대전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지는 콘서트 오페라 '라 보엠'의 한상호 연출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연출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교수님 제안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사실 전 성악을 전공했는데, 제가 노래에 너무 관심이 없어 보였는지 교수님께서 노래하지 말고 진짜 하고 싶은 걸 찾아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다 대전예당에서 피노키오라는 작품 조연출을 맡았는데 너무 재밌었습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무대 연출자가 되기 위해 학교(한국예술종합학교)도 다시 가고, 연출가로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역 청년 예술인으로서 대전예당 스프링페스티벌에 참여, 콘서트 오페라 '라 보엠'을 준비 중이시라고요.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생각한 작품이 딱 2개 있었어요. 제가 가장 사랑하는 작품 '마술피리'와 '라 보엠'입니다. 그 중 라 보엠을 선택한 건 청년 예술가들의 울분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청년 예술가들에 대한 삶을 과감히 보여주는 동시에 지극히 평범한 인간들의 삶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사람들은 모두 같은 라 보엠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 연출가가, 그 배우들이, 그 스태프들이 하는 작품을 또 보기란 쉽지 않거든요. 같은 작품이지만 다른 무대로, 관객분들께 새로운 감동을 선사할 예정입니다."

-'라 보엠'의 관람 포인트가 있을까요.

"무대 연출적인 관점에서 말씀을 드리면, 여러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큰 벽 세트가 있습니다. 이 벽은 하나의 장소로서 활용이 되는 동시에 예술가들의 선망의 대상이나 예술 그 자체가 되기도 합니다. 길거리 예술가라는 게 주어진 환경에서만 예술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니 그 벽을 통해 원작에서 등장하는 다락방과 모모스카페, 길거리 등을 표현했습니다. 또 시대나 예술가들이 되고 싶어 하는 상류층과의 괴리를 나타내기도 하죠. 스프레이가 뿌려진 벽 자체가 예술이 되기도 하고요. 무대를 보시면 알겠지만, 이번 '라 보엠'은 원작을 중점으로 일부 장면을 각색했습니다. 어떤 부분이라고 미리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이번 극은 좀 더 흥미로울 거라고 확신합니다."

-극의 연출이나 오디션, 연습 등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을까요.

"이렇게 큰 극장에서 조연출이 아닌 연출가로서 관객을 만나는 건 처음인데요. 가장 두려웠던 건 관객들의 입맛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였습니다. 관객들이 선호하는 모습이 있을 거고, 항상 높은 기대치를 갖고 있는 작품인데, 그것을 지역 청년 예술가들이 한다고 했을 때 지레 실망하면 어쩌나 하고요. 하지만 지난 2월 출연진 오디션을 통해 전 자신할 수 있었습니다. 이분들의 눈빛이 좋았거든요. 제가 오디션에서 중점으로 봤던 건 출연진이 작품을 대할 때 얼마나 빛나고 있는지였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오디션에 임하는지 눈빛에 드러나거든요. 이런 좋은 눈빛을 가진 이들이라면 작품과 팀에 충분히 잘 융화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문화가 국력인 시대가 됐습니다. 근데 그 문화의 기초를 단단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건 시민들의 역할이에요. 예술가가 있기 전에 관객이 있어야 공연이든 전시든 할 수 있습니다. 더 많은 시민들이 예술에 관심을 두고 찾아줘야 예술가들이 꽃 피울 수 있는 장도 많아지는 거고요. 너무 유명한 작품이지만 청년들의 음악 실력이 어떤지 구경한다는 마음으로 걸음 해주신다면 대전 지역 청년 예술인들이 펼쳐나갈 수 있는 장이 더 넓어질 겁니다."

대전예술의전당 '2024 스프링페스티벌' 오페라콘서트 '라 보엠' 한상호 연출가가 19일 오후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 연습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대전예술의전당 제공

-앞으로 어떤 연출가가 되고 싶나요.

"관객과 소통하는 연출가요. 관객들과 같이 울고 웃을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또 다르게 말하면 뭐든 할 수 있는 예술가가 되고 싶습니다. 지금은 무엇이든 한 가지만 해선 안 되는 시대잖아요. 성악도 하고 연출도 하는 것처럼, 더 다양하고 능력 있는 예술가가 많이 생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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