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최우선 과제는 환율 안정·의료 대타협

2024. 4. 2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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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지난 4월 16일 오후 원-달러 환율이 장중 한 때 1400원을 돌파했다. 이후 숨고르기를 하다가 1394원대에 마감됐다. 외환당국도 2022년 9월 이후 "환율 예의주시"라면서 첫 구두 개입을 시도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선 것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미국발(發) 고강도 긴축조치에 따른 고금리 충격 이후 네 번째라고 한다.

우리는 원-달러 환율이 현재와 가까운 미래의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정치·경제 현실을 최대한으로 반영하는 지표라는 사실에 주목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란-이스라엘 충돌로 중동 위기가 고조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화 강세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이스라엘이 이란의 보복 공습에 맞서 이란 본토에 대한 재보복을 감행했던 지난 19일에는 환율은 장 중 1392.9원까지 상승했다. 다만 양측이 전면전은 피하고 '제한적인 군사 옵션'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확전 우려는 다소 줄어든 상황이다.

그러나 우리는 원-달러 환율 급락의 내재적 요인을 너무 저평가하고 등한히 해온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장 먼저 환율 불안에 영향을 미친 것은 지난 4월 10일 총선을 앞두고 진행되어 온 북한의 무인기와 미사일 포함 혼합공격(이란이 최근 이스라엘을 공격한 것과 유사한 방식) 가능성을 미 국방부나 우리 국방부가 우려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특히 북한은 특수부대 요원들의 위장 후방침투 훈련 중 상당한 규모의 사상자를 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한미 연합훈련을 전후해 한반도 안보 정세를 불확실성으로 몰아넣고 있다.

환율 하락의 또 다른 내재적 요인은 총선 이후 국내 정치·경제의 악화된 현실과 전망이다. 범야권 세력의 압승으로 끝난 총선은 환율 급락의 가장 큰 내재적 요인이 되고 있다. 왜냐하면 윤석열 정부의 남은 3년 임기 동안 어떠한 경제 운용이나 개혁도 제대로 추진될 전망이 없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이재명 제1 야당 대표는 "1인당 25만원 지급"이라는 일종의 '총선 보너스'라는 기상천외의 포퓰리즘적 제안을 내놓았다. 그는 구체적 내용으로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지원금, 1조원 규모 소상공인 대출 및 이자부담 완화, 소상공인 전통시장 자금 4000억원 증액, 약 3000억원 규모 소상공인 에너지 비용 지원 등을 제시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재명 대표가 "이런 것은 포퓰리즘이 아니다. 국민 다수가 필요한 정책을 하는 것을 누가 포퓰리즘이라 하나"고 지적한 사실이다. 이와 같은 포퓰리즘적 '사고의 틀'이 앞으로 3년 동안 국회를 지배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어떻게 환율 안정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원-달러 환율 급락의 가장 중요한 내재적 요인은 총선 이후 단계적으로 단행될 수밖에 없는 전기·가스요금 인상, 대중교통비 인상 등 팽배한 인플레 기대심리다. 한국의 물가 인상 기대심리가 미국 등 주요 교역국가들의 물가인상 기대심리보다 높을 경우 환율 하락에는 원초적·내재적 요인이 깔려있는 셈이다.

원-달러 환율 급락의 마지막 내재적 요인은 미로 속을 헤매고 있는 의료개혁이다. 의료개혁 문제는 이제 단순히 '의과대학 정원' 문제를 떠나 윤석열 정부의 정책입안 운용 문제의 '리트머스 테스트'와 같은 문제로 대두되었다. 이는 향후 의료비 인상 등 의료비 인플레이션 압력 문제와도 연계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매년 2000명씩 5년에 걸쳐 의대 정원을 충원하려는 정부와 이에 반대하는 의료계가 대승적 타협을 이뤄내 의료개혁 문제가 계속적으로 국정 운영의 질곡이 되고 환율 불안의 원초적 동인이 되지 않기를 희망해 본다. 최근 정부는 강원대 등 6개 거점 국립대 총장들이 건의한 '내년에 한해 의대 증원분의 50~100% 범위 내 자율 선발'을 수용했다.

정부가 한 발짝 물러선 만큼 의료계도 강경 입장만을 고수할 게 아니다. 전공의들은 업무에 속히 복귀한 뒤 대화하는 게 도리다. 의료계는 합리적 대안을 제시해 대화의 실마리를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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