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尹과 미묘한 거리두기…'마이웨이' 모색하나(종합)
당분간 재충전에 주력할 듯…당권 건너뛰고 대권 행보 관측도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4·10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미묘한 거리를 둔 채 정치적 마이웨이를 모색하고 있다는 해석이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윤 대통령이 '한동훈 비대위' 소속 인사들에게 22일 오찬 회동을 하자고 제안했으나 한 전 위원장이 건강상 이유를 들어 이를 완곡하게 거절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한 전 위원장은 전날 연합뉴스에 "지난 금요일(19일) 오후 월요일(22일) 오찬이 가능한지를 묻는 대통령 비서실장의 연락을 받고 지금은 건강상 이유로 참석하기 어렵다고 정중히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한 전 위원장이 거절 의사를 밝히면서 윤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 인사들의 오찬 회동은 당분간 성사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한 전 위원장이 이번 오찬 제안에 응하지 않은 것을 두고 총선 기간 나타났던 윤 대통령과 아슬아슬한 관계가 다시금 드러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전 위원장은 이번 총선 과정에서 여러 현안을 두고 대통령실과 다른 목소리를 내왔다. 그는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이종섭 전 호주대사 임명,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 거취 등과 관련해 '국민 눈높이' 등을 앞세워 대통령실의 태도 변화를 요구한 바 있다.
한 전 위원장이 지난 20일 '국민'을 강조한 글을 페이스북에 게시한 것도 일종의 정치적 차별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전 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여러분을, 국민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인이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여러분, 국민뿐.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배신이 아니라 용기"라고 적었다.
최근 '윤 대통령을 배신했다'는 취지로 자신을 비판한 홍준표 대구시장을 겨냥해 반박하는 형식이었지만, 총선 과정에서 대통령실을 압박할 때 언급했던 '국민'을 강조한 점이 눈에 띈다.
당내에서는 한 전 위원장이 용산과 당분간 거리를 둔 채 정치적 충전기를 가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병민 전 최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 나와 "선거 내내 그렇게 썩 유기적인 (당정) 관계는 아니었다고 본다"며 "(갈등) 얘기들이 최대한 나오지 않을 정도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한 전 위원장이) 대통령과 만나야 보수가 더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권의 시선은 한 전 위원장의 정치 복귀 시기로 모인다.
당내에선 한 전 위원장이 차기 전당대회 출마보다는 이후에 정치 활동을 재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한 전 위원장이 당권에 도전하지 않는다면 정치 복귀는 대권 도전을 통해 이뤄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권성동 의원은 이날 당선자 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원장이 당 대표 아니겠는가.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을 물러난 만큼 다시 당 대표에 나오는 것은 내가 보기에 정치 도의상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김경율 전 비대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한 전 위원장을 조금 아는 입장에서 절대 차기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시간상으로 본다면 한 1년여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 다만 본인의 목소리는 앞으로 계속 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을 지낸 강승규(충남 홍성·예산) 당선인도 SBS 라디오에서 한 전 위원장의 당권 도전에 대해 "이번에는 좀 쉬었으면 좋겠다.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지난번 통화할 때도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준 바 있다"고 말했다.
한 전 위원장은 그동안 간접적으로 정치 활동을 재개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한 전 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정교해지기 위해 시간을 가지고 공부하고 성찰하겠다"고 적었다. 이를 두고 당권에는 도전하지 않지만, 한 발 떨어져 정치를 공부한 뒤에 정치를 다시 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에는 비대위원장 시절 당에 영입한 당선인들에게도 전화해 복귀 의사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당선인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한 전 위원장이 완전히 정치를 떠나기보다 다시 돌아오겠다는 뉘앙스로 말했다"고 전했다.
p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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