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국내서 가장 빠른 'KTX청룡' 타 보니... "일반석도 다리 쭉"
좌석 넓히고 최고 시속 352㎞
서울~부산 2시간 10분대
5월 1일부터 운행, 요금은 동일
"우와 정말 청룡을 닮았네요."
22일 오전 10시 짙은 청색에 황금색 곡선이 그려진 고속열차(KTX)가 낮은 소음을 내며 서울역 4번 승강장으로 들어서자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커다란 덩치와 말끔한 외양으로 남녀노소 시선을 한 번에 잡아끈 이 열차는 내달 1일 첫 운행을 앞둔 4세대 고속열차 'KTX 청룡'이다.
KTX 청룡은 지난 1년 6개월 18만㎞의 시운전을 통한 성능 검증을 마치고 이날 정식 시승 행사에 나섰다. 시민 300여 명이 시승단으로 마침내 데뷔한 청룡에 올라탔다. 아이와 함께 온 가족도 많았다. 한국철도(코레일)가 진행한 KTX 청룡 시승단 선착순 공모는 몇 분 만에 마감될 만큼 관심을 모았다.
오전 10시 17분 기관사의 출발 안내와 함께 KTX 청룡이 서서히 내달리기 시작했다. 고향이 부산인 기자는 KTX가 처음 선보인 2004년(1세대)부터 코레일 단골 고객이다. 4세대인 KTX 청룡은 이전 KTX와 확연히 비교될 만큼 모든 측면에서 만족스러웠다. 특히 기자가 탄 일반석은 이전 세대 KTX 특실과 비교해도 결코 밀리지 않는 것 같았다.
좌석마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기와 220V 전원 콘센트가 달린 게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전체적으로 이전보다 훨씬 넓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는 사실이었다. 청룡은 가로 통로폭이 3,150㎜로 기존 KTX 산천(2,970㎜)보다 180㎜ 커졌다. 의자와 무릎 거리(126㎜)는 20㎜ 늘어 두 다리를 앞으로 뻗어도 될 정도였다. 작은 차이지만 체감도는 컸다. 좌석마다 개별 창문이 달린 점도 마음에 들었다. 이전엔 두 개 좌석까지 창문이 연결돼 앞좌석에 앉은 사람 모습이 거울처럼 비쳐 커튼을 아예 내리는 경우도 많았다.
KTX 청룡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용처럼 빠른 고속열차다. 선로를 최고 시속 352㎞로 달릴 수 있게 설계(영업속도는 시속 320㎞)돼 국내서 가장 빠른 KTX다. 다만 현재는 이 속도를 온전히 낼 수 없다. 차 성능이 좋아도 도로 상태가 안 좋으면 제 속도를 낼 수 없는 것처럼, 아직 선로 고속화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2028년 평택-오송 2복선이 완공되면 청룡이 시속 320㎞(현재는 시속 300㎞) 속도로 달릴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서울에서 청룡을 타면 부산이나 광주(송정)까지 훨씬 빨리 갈 수 있다. 서울~부산 기준 기존 KTX는 5, 6개 역을 거치지만 청룡은 2개 역(대전, 동대구)만 거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청룡을 타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2시간 10분대에 도착할 수 있다. 기존보다 최대 24분 단축된다. 정차 역이 줄어든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전보다 가속 성능이 대폭 좋아지면서 추가로 시간을 단축하는 게 가능해졌다는 게 코레일 설명이다. 기존 KTX는 시속 300㎞ 도달에 5분 16초 정도 걸리지만 청룡은 1분 44초 빠른 3분 32초다.
승차감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기술도 적용됐다. 그래서인지 타는 내내 열차 특유의 진동이나 큰 소음이 느껴지지 않았다. 시승단도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경기 분당에서 왔다는 박정혁(63)씨는 "100% 국내 기술로 만든 고속열차가 처음 달린다고 해 역사적 의미가 있는 것 같아 참여했다"며 "눈으로 보니 더 좋아 감격스러운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날 코레일 직원들 얼굴에도 남다른 자부심이 느껴졌다. KTX를 처음 선보인 2004년만 해도 프랑스에서 고속철도 기술을 모두 도입했지만, 청룡은 설계부터 제작까지 100% 국내 기술로 완성했기 때문이다.
현재 청룡은 2대인데, 코레일은 2027년부터 17대를 추가로 도입할 예정이다. 5월 1일부터 운행하는 KTX 청룡은 주중 경부선 2회·호남선 2회, 주말 경부선만 두 대를 연결한 중련 방식으로 4회 투입한다. 청룡 좌석은 515석으로 3세대 KTX인 KTX 산천Ⅱ(410석)보다 26% 많다. 청룡 2대를 연결하면 좌석수는 1,030석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싣고 달리는 고속열차가 된다. 청룡 요금은 기존 KTX와 같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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