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 연금개혁 봉 됐다 … 수백조 기금 적자 모두 떠안아야

류영욱 기자(ryu.youngwook@mk.co.kr) 2024. 4. 2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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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 시민대표단 '더 내고 더 받는' 1안 채택
1안 연내 국회에서 통과하면
내년부터 소득대체율 50%로
2061년 기금적자 382조 예상
현행 제도 대비 8배 확 늘어
전문가들은 잇달아 경고
"연금 안정성 악화시키는 것
전 세계적으로 조롱받을 일"

향후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현재 기성세대의 노후소득보장을 강화하는 쪽으로 이뤄지게 됐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시민대표단이 '더 내고 더 받는' 연금개혁안을 더 많이 지지하면서다. 다만 현세대가 '더 받는' 방식으로 연금개혁이 이뤄지면 기금의 재정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미래 세대 부담 확대는 피할 수 없다. 청년 세대 반발이 예상되는 지점이다.

22일 국회 연금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에 따르면 시민대표단 492명을 최종 설문한 조사에서 56%는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50%'의 소득보장 개혁안(1안)을 지지했다. 반면 42.6%는 '보험료율 12%·소득대체율 40%'의 재정안정 개혁안(2안)을 선택했다. 당초 대표단 소집 직후 이뤄진 1차 조사에서는 1안 지지율이 36.9%로 2안(44.8%)보다 7.9%포인트 낮았지만 공론화위 자료를 통한 학습과 토론회를 거치면서 뒤집어졌다.

1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현재 수급자들을 포함해 내년부터 수급액의 소득대체율(받는 돈)은 40%에서 50%로 뛴다. 지난해 노령연금 수급액은 약 62만원이었지만 77만~78만원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기초연금을 같이 받는 노령층은 한 달에 110만원가량의 노후소득을 보장받게 된다.

문제는 소득대체율은 10%포인트 올리면서 보험료율은 4%포인트 인상에 그쳐 연금기금 재정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현행 제도를 유지할 때 연금기금은 2055년 고갈되는데, 그해 재정적자가 47조원이다. 반면 1안을 선택하면 보험료율 인상 효과로 기금 소진 시점은 2061년으로 미뤄지지만 적자폭은 382조원에 달해 8배나 크다.

2061년 고갈 이후 보험료를 내야 하는 현재 20세 이하 미래 세대 부담이 급증하는 셈이다. 기금이 고갈되면 보험료 납부액으로 수급액을 충당해야 하는데, 이때 2061년 연금 보험료율은 35.6%에 이른다. 생애 평균 보험료율로 따지면 미래 세대 부담은 더욱 명확하다. 1안 도입 시 내년 신생아의 생애 평균 보험료율은 29.6%로 현행 제도를 유지했을 때(26.6%)보다 높아진다. 2015년생은 22.2%로 현행에 비해 2%포인트 오른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소득보장 개혁안에 대해 우려한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소득대체율을 인상하더라도 재정 구조가 안정화되는 방향으로 추가 조정하지 않으면 개악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외면하는 결과가 나온 것이 안타깝다"며 "시민대표단이 재정안정에 대해 충분히 이해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국회 연금특위는 이 같은 공론화 결과를 토대로 최종 개혁안을 도출해 21대 국회 임기 안에 통과시킬 방침이다. 연금특위 야당 간사인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후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소득보장이 우선이라고 하는 국민의 뜻을 확인한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정부·여당은 향후 논의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이날 "연금특위 논의 과정에서 미래를 위한 지속가능한 연금개혁이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연금 재정이 악화되는 1안이 선택된 것에 적잖이 당황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복지부 추산에 따르면 소득대체율을 10%포인트 인상할 때 보험료율을 5%포인트 올려야 현행 재정 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 즉 보험료율이 최소 14%는 돼야 '현상 유지'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한편 시민대표단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 만 59세인 의무 가입 상한 연령을 64세로 높이는 방안에 대해 80.4%가 선호했다. 현행 연금제도는 의무 가입 상한 연령과 수급 개시 연령 간에 5년이란 차이가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컸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아우르는 구조 개혁과 관련해서는 현행 기초연금 구조를 유지하자는 응답이 52.3%인 반면 기초연금 수급 범위를 점진적으로 축소하자는 응답은 45.7%로 오차 범위에서 격차를 보였다. 세대 간 형평성 제고 방안으로는 국민연금 지급 의무 보장(동의 92.1%), 기금수익률 제고(동의 91.6%)에 관해 선호도가 높았다.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 방안으로는 출산 크레딧 확대(82.6%), 군복무 크레딧 확대(57.8%) 순으로 높은 응답률을 나타냈다.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 개혁은 '보험료율 인상' 동의율이 69.5%였고, '직역연금 급여 일정 기간 동결' 동의율은 63.3%였다. 현재 퇴직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퇴직연금은 현행 제도 유지가 20.3%에 불과한 반면 준공적연금으로 전환(46.4%)이나 중도 인출 요건 강화(27.1%) 등 연금으로서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김상균 공론화위원장은 "공론화의 핵심은 연금개혁 필요성에 대해 시민대표단이 공감해줬다는 것"이라며 "공론화 과정을 통해 도출된 설문 결과는 국회에서 방향성을 고려해 소득보장과 재정안정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연금개혁 방안을 마련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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