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10명 중 6명 “더 내고 더 받겠다” 선택했지만.. “적자 재정에, 그 부담은 누가?”

제주방송 김지훈 2024. 4. 2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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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간 공론화위 ‘더 받는 안’ 56.2%지지 우세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상향” 다수
의무가입 연령 '64살 상향 조정“.. 80% 찬성
기초연금.. 현행 유지 vs 수급 범위 축소 ‘팽팽’
사각지대 해소.. “출산·군복무 크레딧 등 확대”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시민대표단의 논의가 ‘더 내고 더 받는’ 방안을 최종 결론으로 선택했습니다. ‘소득대체율’을 올리자는 쪽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공론화위원회가 앞서 3차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시민대표단 492명이 연금개혁 학습 전엔 ‘더 내고 똑같이 받는’ 재정안정 쪽을 택했던 것이, 학습 이후 ‘더 내고 더 받는’ 소득보장론으로 전환됐고, 4차례 숙의토론을 거치면서 소득보장론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당초 ‘연금 고갈’에 대한 우려가 앞섰던게, 학습·토론을 거치면서 실제로 받게 되는 ‘연금 규모’의 중요성으로 쏠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 방안이 국회에서 받아들여지게 될 경우 연금 보험료율은 26년 만에 9%에서 13%로 4%포인트(p) 오르게 됩니다.

기초연금을 현행 수준으로 유지할지, 또 점진적으로 수급 범위를 축소할지에 대해선 의견이 팽팽했고, 국회 논의 과정에 해법 도출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10명 중 8명은 국민연금 의무가입 상한연령을 64살로 올리는 데 찬성 입장을 보였습니다.

다만, ‘더 받는 안’이 실제 추진 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 정부 재정 여건이나 미래세대로 가중될 부담을 감안할 때는 좀더 추이를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연금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2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40%(2028년 기준)에서 50%로 높여’ 소득보장을 강화하는 방안(1안)이 시민대표단 492명 중 56.0%의 선택을 받아 더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고 발표했습니다.

첫 번째 문항인 '선생님은 국민연금의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다음 중 어떤 방식으로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십니까?'에 대한 시민대표단 설문 결과 (국회 연금특위 제공)


‘보험료율만 12%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유지해’ 재정안정을 강화하는 방안(2안)은 42.6%가 선택하면서 1안에 13.4%p 격차로 뒤쳐졌습니다.

이를 위해 공론화위는 지난달 8∼10일 사용자, 노동자, 지역가입자, 청년, 수급자 5개 그룹 36명으로 구성된 의제숙의단과 2박3일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시민대표단 토론회에서 논의할 의제 결정에 나섰습니다.

의제는 ‘소득대체율과 연금보험료율 조정’,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관계 조정’, ‘의무가입연령 과 수급개시연령’, ‘국민연금과 직역연금의 형평성 제고방안’,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방안’, ‘공적연금 세대 간 형평성 제고방안’ 등 모두 6개입니다.

가장 핵심 의제인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의 경우 노후소득 보장을 고려한 1안과 기금 재정안정을 중시한 2안으로 안건이 좁혀졌습니다.

이후에 인구비율을 고려해 구성된 시민대표단 500명(최종 투표 492명)이 13, 14, 20, 21일 네 차례 토론을 거친 뒤 전날 최종 투표를 실시하고 이같은 결론을 냈습니다.

시민대표단 상당수는 학습과 네 차례 토론을 거치며 소득보장도 고려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마음을 바꾼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민대표단이 막 꾸려진 후 실시한 1차 조사(3월 22∼25일)에선 1안이 36.9%, 2안이 44.8%, ‘잘 모르겠다’가 18.3%로 2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습니다.

이처럼 ‘연금 고갈’에 집중됐던 관심은 연금개혁에 대한 학습 이후에 변화 양상을 보였습니다.
지난 13일 첫 숙의토론 시작 직전 2차 여론조사에서 ‘소득보장론’(1안) 측은 50.8%로 1차에 비해 13.9%p나 선호도가 높아진 반면, ‘재정안정론’(2안)은 38.8%로 오히려 6%p 줄었습니다. 또 1차 조사 때 ‘잘 모르겠다’ 비율(18.3%)도 10.3%로 줄었습니다.

이어 4차 토론까지 끝난 직후인 21일 이뤄진 3차 조사에선 1안은 56.0%, 2안은 42.6%를 기록했습니다. ‘소득보장론’은 2차 대비 5.2%p 늘고 2안도 2차에 비해 3.8%p 증가하면서 두 안의 격차는 13.4%p로 더 벌어졌습니다. ‘잘 모르겠다’는 1.3%로 더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의무가입 상한연령 조정에 대해선 현행 59살인 상한연령을 64살까지 올리는 방안에 80.4%가 찬성했습니다. 의제숙의단에서도 단일안으로 채택됐습니다.

지난해 노인빈곤율이 40.4%를 보인 가운데 65살 이상 중 ‘소득 하위 70%’에 지급하는 기초연금 대상 축소에 대해선 4차례 토론에서 격론이 이어졌듯 여론조사에서도 ‘현구조 유지’(52.3%)와 ‘수급범위 점진적 축소’(45.7%)가 오차범위 이내 격차를 보이면서 팽팽한 의견 차이를 보였습니다.

직역연금(공무원·사립학교교원·군인·별정우체국연금을 포괄한 말) 관련한 동의율은 ‘논의기구 구성’이 68.3%, ‘보험료율 인상’ 69.5%, ‘급여 일정기간 동결’이 63.3%로 집계됐습니다.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한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방안은 8개 방안 중(2가지 선택) 가운데 ‘출산크레딧 확대’(동의율 82.5%), ‘군복무 크레딧 확대’(57.8%)를 가장 많이 택했습니다.

세대간 형평성 제고방안은 4가지 방안이 논의됐고 ‘국민연금 지급의무 보장’(동의율 92.1%)과 ‘기금수익률 제고’(91.6%)에 동의가 몰렸습니다.

추가로 토론회 의제에 포함되지 못한 퇴직연금에 관한 설문조사에선 ‘퇴직연금을 준공적연금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방안에 46.4%가 찬성 입장을 보였습니다. ‘중도인출을 요건을 강화해야한다’는 27.1%, ‘제도를 현행 유지하자’에는 20.3%가 동의했습니다.

다만 이같은 안이 제대로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복지부는 시민대표단 숙의토론회가 시작되기 전인 1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더 내고 더 받는(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 1안, ‘더 내고 그대로 받는(보험료율 12%, 소득대체율 40%) 2안에 따른 향후 누적적자 차이가 2,700조 원에 이른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만약 1안대로 개혁이 이뤄지게 되면 국민연금 기금고갈 시기는 2055년에서 2061년으로 6년 늦춰집니다.

또 소득대체율 인상의 효과가 나타나면서 매년 적자 폭이 늘어나 2093년에는 현재보다 누적적자가 702조 원 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더 내고 더 받는’ 1안이 지속 가능성이 떨어지는 ‘개악(改惡)’이란 평가도 내놓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더해 재정 부담 역시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책 당국의 고민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 ‘더 받는 안’을 지지한 소득보장파 학자들은 공론화 과정에 1안 채택 때 늘어나는 미래세대 부담이 국내총생산(GDP) 2%에 달하는 국고 투입으로 충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2023년 기준 45조 원, 2050년 102조 원에 달합니다.

이처럼 국민연금에 대한 대규모 국고 투입이 가속화되는 저출산·고령화 추세에서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할 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관련해 일부 재정 전문가들은 “두 안이 누적적자에 미치는 격차가 무려 2,700조 원에 달하고, 사실 보험료율을 높인 결과는 재정효과로 당장 보이겠지만, 소득대체율을 올린 건 결국 시민, 당사자들이 연금을 탈 때나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미래세대에 엄청난 빚 부담을 안길 수 있는 상황을 간과할 수 없는데다, 이미 복지 지출에 허덕이는 국고 투입조차도 불투명한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추진까지는 좀더 고민이 필요해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시민대표단 선택은 바로 법안으로 반영되지는 않습니다. 연금특위가 조만간 공론화위의 최종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여야 연금개혁 합의안 도출에 나설 예정입니다. 연금특위가 법안을 만들어 발의하면 21대 국회 임기인 5월 이내로 법안 통과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21대 국회 임기 만료(5월 29일) 전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할 경우, 재차 공은 22대 국회로 넘겨지면서 원점에서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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