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 정보국 사령관, 하마스 기습 방어 실패 책임지고 사임
전쟁 발발 이후 사임한 첫 고위직 인사
최종 책임자 네타냐후는 이란 충돌에 전화위복
WP “어떠한 책임도 솔직하게 인정하지 않았다”
이스라엘군 정보 책임자가 22일(현지시간)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을 막지 못한 데 책임을 지고 이날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내각과 군을 통틀어 이스라엘 고위직 인사가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첫 사례다. 하지만 사퇴 요구를 받아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 재보복 공격을 계기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모습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성명을 내고 군사정보국 사령관인 아하론 할리바 소장이 헤르자 할레비 참모총장에 사의를 표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할레비 참모총장이 할리바 소장의 사임을 받아들이고, 지금까지의 복무에 대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고 설명했다.
할리바 소장도 공개서한을 통해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대해 살인적인 기습 공격을 감행했고 그 결과는 어렵고 고통스러웠다”며 “내가 지휘하는 군사정보국은 우리에게 맡겨진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그 이후 매일 암울한 나날을 보냈다”며 “영원히 고통을 안고 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확한 정보실패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정부 내 독립된 조사기구를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이언돔 등 최첨단 방어 시설을 자랑하는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 기습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초막절(이스라엘 추수감사절) 연휴를 맞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인근에 배치됐던 병력 상당수가 휴가를 떠난 탓이 컸지만, 이스라엘군 군사정보국과 모사드 등 정보기관이 사전에 하마스 공습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하마스가 오토바이와 픽업트럭, 심지어 패러글라이더를 활용한 재래식 작전으로 장벽을 뚫고 침투해 왔는데도 이를 전혀 제어하지 못했다. 그 결과 약 1200명의 이스라엘인이 사망했고, 수백 명이 가자지구에 포로로 잡혀갔다.
이스라엘군은 후임자를 찾을 때까지 할리바 소장이 임무를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알자지라는 “하마스 기습 공격에 책임을 지고 사임 의사를 밝힌 첫 고위직 인사”라며 “더 많은 책임자가 자리에서 물러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최종 책임자인 네타냐후 총리는 오히려 입지 강화에 성공한 모습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전날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막지 못했다는 책임론에 시달리며 퇴진 요구를 받아온 네타냐후 총리가 최근 이란과의 충돌로 기사회생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워싱턴포스트(WP)는 “할리바 소장은 주변의 비난을 받아들였지만, 다른 인사들은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네타냐후 총리는 지금까지 어떠한 책임도 솔직하게 인정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 매체 유대인뉴스는 이스라엘 민주주의 연구소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를 인용해 “응답자의 62%가 방어 실패에 책임 있는 사람들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답했다”며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할레비 참모총장, 모사드·신베트 등 정보기관 수장은 여전히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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