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적자' 전자랜드, '유료멤버십'이 답일까

김아름 2024. 4. 2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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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 멤버십 매장 '랜드500' 확대 나서
차별화된 혜택 없어…단순 회원가 혜택
그래픽=비즈워치

전자랜드가 실적 부진의 돌파구로 '유료 멤버십' 카드를 꺼내들었다. 멤버십 회원만이 이용 가능한 전용 매장인 '랜드500'을 앞세워 이커머스에 빼앗긴 가전 소비자를 되찾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전자랜드만의 차별화된 서비스가 아닌 '가격 할인'을 앞세운 유료 멤버십만으로는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료 멤버십이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기보다는 기존 전자랜드 소비자들을 붙들어 놓는 수단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코스트코 따라잡기

전자랜드는 지난해 5월 유료 멤버십 서비스인 '랜드500 클럽'을 론칭했다. 이와 함께 기존 매장들을 멤버십 회원만이 이용할 수 있는 '랜드500' 매장으로 리뉴얼하고 있다. 전자랜드는 지난해까지 18개 매장을 멤버십 전용 매장으로 전환했다. 올해 들어서도 8개 매장을 추가 전환했다. 연말까지 전체 109개 매장의 40%인 42개 이상을 랜드500 매장으로 리뉴얼할 계획이다.

랜드500은 유료 회원 전용 오프라인 매장이다. 코스트코와 비슷하다. 전자랜드는 앞서 지난 2013년에도 회원제 창고형 매장인 '전자랜드 프라이스킹'을 선보인 바 있다. 전자랜드는 현재 남아 있는 프라이스킹 매장을 모두 파워센터와 랜드500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전자랜드 연간 실적/그래픽=비즈워치

전자랜드가 유료 멤버십 매장을 도입한 건 부진한 실적 때문이다. 전자랜드를 운영하는 SYS리테일은 지난해 매출 5998억원과 영업손실 229억원을 기록했다. 전자랜드의 매출이 5000억원대로 떨어진 건 지난 2017년 이후 처음이다. 영업손실 역시 2022년 109억원보다 2배 이상 늘어나며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커머스가 가격 경쟁력에서 앞서 있는 상황에서 쿠팡의 '익일설치 서비스' 등 오프라인 매장만의 장점까지 흡수한 영향이 컸다. 이 탓에 소비자들의 매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급격히 줄었다. 실적 부진에 폐점하는 매장이 늘면서 한 때 130개를 웃돌았던 전자랜드의 매장 수는 현재 109개까지 감소했다. 

부진이 이어지자 직원 규모도 크게 줄었다. 롯데하이마트처럼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하지는 않았지만 2022년 467억원이었던 급여 지출이 지난해엔 360억원으로 20% 이상 줄었다. 고용 인원을 크게 줄였다는 의미다. 

첫 끝발?

전자랜드 측은 유료 멤버십 도입 이후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는 입장이다. 전자랜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랜드500으로 전환한 26개점의 총매출은 지난해 1분기 대비 31% 늘었다. 회비 대비 높은 할인 혜택에 부담이 없고, 주기적으로 연회비만큼의 전자랜드 포인트를 지급했던 것이 회원 수 증가를 이끌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일시적인 효과로 보고 있다. 매출 증가 추세가 유료 멤버십 도입보다는 '리뉴얼'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오프라인 매장이 리뉴얼하거나 신규 매장을 열면 오픈 초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서면서 특가 행사를 펼친다. 랜드500 매장의 매출 성장도 이런 '개점 효과'가 크다는 지적이다.

전자랜드의 랜드500 이천점/사진제공=전자랜드

유료 멤버십의 효과도 미지수다. 유료 멤버십 서비스가 보편화된 이커머스의 경우 모든 플랫폼의 접근성이 같다. 모바일에서 여러 이커머스에 동시에 접속할 수 있다. 경쟁자 역시 한두 곳이 아니라 수십 수백개 플랫폼이다. 

이 때문에 이커머스들은 차별화된 장점을 내세워 소비자들의 방문을 유도한다. 쿠팡의 '로켓배송', 네이버의 '네이버페이 4% 적립' 등은 경쟁사들이 따라하기 힘든 독자적인 서비스다. 수많은 멤버십이 난립하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쿠팡과 네이버가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다. 

코스트코의 경우, 이마트나 롯데마트 등 다른 대형마트에서는 구할 수 없는 코스트코만의 전용 상품들이 있다. 코스트코의 유료 회원들은 이 '코스트코 전용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기꺼이 연회비를 지불한다. 

회원가만으론 부족해

전자랜드의 유료 멤버십은 회원에게 전용 가격을 제시하는, 전형적인 '회원가' 멤버십이다. 이런 방식은 아웃렛·창고형 매장 등 가격 경쟁력이 우위에 있는 플랫폼이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미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 고전하고 있는 전자랜드가 선택할 전략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전자랜드의 유료 멤버십 회원 전용가는 '오프라인 양판'의 범위를 넘어서지 못한다. 랜드500에서 회원가로 판매 중인 삼성전자 무선청소기를 SSG닷컴 등 다른 이커머스에서는 더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전자랜드에서 판매 중인 청소기/사진=전자랜드 홈페이지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가격 경쟁을 해서 이길 수 있다면 굳이 유료 멤버십을 운영할 필요 없이 모든 고객에게 그 가격으로 팔면 된다"며 "현실적으로 이커머스와의 가격 경쟁에서 앞설 수 없는 상황에서 가격 할인만을 강조하는 유료 멤버십은 매력이 떨어진다"라고 말했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유료 멤버십의 경우 무료 회원보다 적립률이 높다"면서 "가격 할인 외에도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수 있도록 추가 서비스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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