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부실정리 버텼던 저축은행, 경공매 개시로 코너 몰렸다

정윤성 기자 2024. 4. 22.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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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공매 활성화’ 전방위 압박 시작…연체율 현장점검도 진행
당국, 자본확충방안까지 제시 요구에 사면초가 처해
‘믿었던 도끼’ 금리 인하마저 가물가물…전략 수정 불가피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최근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대한 현장점검을 나서며 관련 부실 채권 매각 압박에 속도를 내고 있다. PF로 인한 연체율 급등 우려에도 채권 매각만은 보류하고 있던 저축은행 입장에선 구조조정을 앞세운 당국의 행보에 당황한 모양새다. 그러나 저축은행이 내밀 카드는 마땅치 않은 터라 채권 매각 수순에 접어들 것이란 관측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연체율 관리 계획이 미진한 일부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연체율 관리 현장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 연합뉴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연체율 관리 계획이 미진한 일부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현장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건전성 지표 악화에도 불구하고 PF 경·공매에 소극적인 저축은행들이 연체 채권을 제대로 매각하고 있는지 중점적으로 들여다 보겠다는 계획이다. 

당국은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 급등을 우려해 부실 채권에 대한 신속한 정리를 꾸준히 주문해 왔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월 단기 성과에 치중해 PF 손실 인식을 회피하는 금융사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공언한 데 이어 지난 15일엔 "채산성이 낮은 사업장은 주인이 바뀌어야 한다"며 부실 사업장에 대한 신속한 경·공매를 재차 압박하기도 했다.

이번 현장점검은 이 같은 저축은행의 PF 부실 사업장 정리를 강조하고 나선 데 따른 후속 조치라 볼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 전체 연체율은 6.55%로 전년 대비 3.14%포인트 치솟았다. 지난해 말 기준 PF 대출 연체율이 지난해 9월 말 대비 1.38%포인트 뛴 6.94%를 기록한 영향이다.  

저축은행 PF 연체율은 2021년말 1.22% 수준이었으나 2022년말 2.05%로 올랐고 이어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7%에 육박한 수준에 이르렀다.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비율(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도 4.08%에서 7.72%로 증가하며 건전성 악화에 경고등이 켜졌다고 당국은 보고 있다.

여기에 금감원은 일부 저축은행에 대해 자본확충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건전성이 우려되는 10여개 안팎의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재무구조 관리 방안과 자본조달 계획 등을 담은 자본확충방안을 제출하라는 지시다. 당국은 저축은행의 리스크 관리를 위한 통상적인 업무라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선 PF 사업장 경공매를 활성화하기 위한 압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21일 서울 영등포구 주택건설회관에서 열린 '부동산PF 정상화 추진을 위한 금융권·건설업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

정리하라는 당국…버티는 저축은행

반면 저축은행은 당국의 전방위적인 경공매 압박에도 부실채권 매각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왔다. 이미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했는데 낮은 가격으로 손해를 보면서까지 부실채권을 매각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저축은행 업계는 사업장이 너무 낮은 가격에 팔리면 손해만 늘어나기 때문에 난색을 표하는 분위기다. PF 채권 매수자인 민간 운용사들이 너무 낮은 가격을 요구하고 있어 차라리 연체율이 상승하더라도 버티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향후 기준 금리 인하로 부동산 업황이 나아지면 수익성을 되찾을 수 있으니 만기를 연장하며 기다리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예를 들어 130억원으로 평가된 담보물에 100억원을 대출해주고 충당금을 20억원 정도 쌓는다면 장부가는 80억원이 된다. 당국 지침에 따라 충당금을 추가로 10%(10억원) 적립해 장부가는 70억원으로 더 내려간 상황에서 매수자 측은 자산 가격의 절반 이하인 40억~50억원을 제시한다는 것이 저축은행들의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들과 당국의 시각 차가 극명하다"며 "당국은 전반적인 금융권 상황까지 고려해 빨리 PF 문제를 해결하고 싶고, 업계는 이자유예나 만기연장으로 연명하면 지금보다는 나은 형편에 털고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중앙회 ⓒ연합뉴스

버티기 전략도 끝물…PF 사업장 정리 속도 붙나

그러나 당국의 압박 수위가 연일 높아지면서 이같은 업계의 '버티기' 전략도 힘이 빠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지난 1일 금감원의 경공매 활성화 방안 마련 요구를 반영한 표준규정을 개정해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저축은행은 6개월 이상 연체채권에 대해 3개월 마다 경·공매 절차를 밟아야 한다.

당국은 이달 말 PF사업장 옥석 가리기의 기준이 될 사업성 평가기준 개편안 발표도 앞두고 있다. 금융당국은 기존 3단계였던 PF 사업성 평가기준을 4단계로 세분화하고 사업장별 PF대출 충당금 최소 적립률을 정상(2%), 요주의(10%), 악화우려(30%), 회수의문(75%) 등으로 나누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저축은행들은 부실 사업장에 대해 충당금을 늘리거나 경공매를 통해 사업장을 정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적립해야 하는 충당금 부담이 늘어남에 따라 부실 사업장을 유지하는 비용이 높아지는 만큼 경공매를 통해 부실 사업장을 정리할 가능성도 커진다는 것이 당국의 계산이다.

아울러 금리 인하 시기가 예상보다 늦춰지고 있다는 점도 저축은행이 더는 버틸 여력이 없을 것이란 분석의 배경이다. 당초 올 하반기부터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부동산 업계 상황이 나아질 것을 업계는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중동발(發)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서 금리 인하 신중론이 퍼지자 마지막 기댈 언덕마저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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