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우소나루 “머스크는 자유의 수호자”···남미 극우 지도자들 머스크 극찬 릴레이, 왜?

최서은 기자 2024. 4. 22.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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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 지지자들이 21일(현지시간) 일론 머스크의 가면을 들고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브라질 한복판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향한 찬사가 쏟아지는 집회가 벌어졌다. 집회에는 머스크의 사진 및 이름이 담긴 피켓들이 등장했고, 이 자리에 참석한 브라질 전직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은 머스크를 영웅처럼 치켜세웠다. 최근 중남미의 극우 진영 사이에서 머스크가 새로운 극우 운동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21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은 이날 리우데자네이루 코파카바나 해변에서 ‘법치와 자유 수호’ 집회에 참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대선 불복 폭동 조장 혐의 등 자신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전면 반박하면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과 알레샨드리 지 모라이스 대법원장을 강하게 비난했다.

반면 그는 머스크를 향해선 극찬을 보냈다. 그는 “머스크는 자유의 수호자이자 신화 같은 사람”이라면서 “그는 우리의 민주주의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이미 얼마나 많은 자유를 잃었는지 보여줄 용기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측근인 구스타부 가이어 하원 의원 역시 “머스크가 듣고 있을지 모르니 영어로 말하겠다”며 “우리를 보세요, 언론 자유를 위해 싸우는 우리가 세계의 희망”이라고 말했다.

일부 지지자들도 머스크의 얼굴 가면과 초상화, 그의 이름이 적혀 있는 피켓 등을 들고 집회에 참석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68세 남성은 ‘머스크, 감사합니다’라고 적혀 있는 현수막을 들고 “그는 브라질에 있는 이 뻔뻔하고 피비린내 나는 독재 정권에 맞서 브라질을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집회 참가자 역시 “머스크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라면서 “신께서 그를 이용해 브라질을 장악하고 있는 독재 정권을 전 세계에 폭로했다”고 말했다.

브라질 보수 세력의 이 같은 머스크 ‘열광’ 현상은 최근 머스크가 엑스(옛 트위터) 계정을 놓고 브라질 대법원 및 진보 진영과 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브라질 대법원은 얼마 전 일부 엑스 계정이 허위 정보를 전파하고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는 이유로 계정 폐지를 명령했다.

그러나 머스크는 이를 무시하면서 모라이스 대법원장과 설전을 벌였다. 그는 모라이스 대법원장을 향해 “브라질의 다스베이더”라고 부르며 그의 행동을 “잔인한 독재자”에 비유하는 등 맹공을 퍼붓고 있다. 그는 “브라질은 왜 이렇게 검열이 많은가?”라면서 “이 뻔뻔스러운 법관은 사임하거나 탄핵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모라이스 대법원장 역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무법의 땅이 아니다. SNS는 한 개인이 소유하는 땅이 아니다!”라고 직격했다.

이런 상황에서 보우소나루 등 브라질 우파 정치인들은 머스크를 띄우면서 ‘불공정한 사법부 프레임’을 부각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대선 불복 폭동 조장을 비롯한 각종 혐의로 사법 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머스크를 극찬하는 중남미 정치인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뿐만이 아니다.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극우 성향의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도 머스크와 강력한 ‘브로맨스’를 과시하고 있다. 그는 이전부터 머스크와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혀왔고, 최근 미국에서 그 만남이 성사됐다. 지난 12일 미 텍사스 오스틴에 있는 테슬라 공장에서 만난 둘은 “자유의 이념을 수호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아르헨티나 대통령실이 밝혔다.

머스크는 지난해 아르헨티나 대선이 끝난 뒤 곧바로 밀레이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며 선거 결과에 환영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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