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료 인상 행렬 국내 OTT 시장···어디로?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이 다음달 1일부터 연간 구독권 가격을 약 20% 올리기로 하면서 주요 OTT 사업자들의 구독료 인상 행렬이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국내 OTT 사업 전략이 ‘성장성’보다 ‘수익성’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티빙은 지난해 12월 다른 OTT들이 가격을 인상하는 상황에서 월 요금제를 올리긴 했지만, 연간 구독권은 이전 가격을 유지해왔다. 정가 기준으로 베이직 요금제 9만4800원→11만4000원, 스탠다드 13만800원→16만2000원, 프리미엄 16만6800원→20만4000원으로 오른다. 이번 인상은 신규 회원에게만 적용되며, 연간 구독권 27% 할인 이벤트를 진행한다.
티빙의 한국프로야구(KBO) 무료 중계가 끝나는 4월30일 직후 요금 인상이 적용되면서 이용자들 사이에선 볼멘소리도 나온다. 22일 티빙 관계자는 “월 요금제를 인상하면서 올해 4월 중 연간 요금제도 오른다고 이미 고지했었다”면서 “고품질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가격 조정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구글은 ‘유튜브 프리미엄’ 가격을 월 1만450원에서 1만4900원으로 43% 인상했고, 디즈니플러스도 월 9900원짜리 요금제를 1만3900원으로 40% 올렸다. 넷플릭스는 최근 계정 공유를 제한해 추가 인원당 5000원을 더 내도록 하고, 베이직 요금제(9500원) 가입을 중단하면서 스탠더드(1만3500원)가 가장 낮은 요금제가 됐다. 쿠팡은 최근 와우 멤버십을 월 4990원에서 7890원으로 58% 올리면서 쿠팡플레이 요금도 사실상 인상된 상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성숙기에 접어든 국내 OTT 산업이 수익화 전략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본다. 국내 OTT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약 3400만명에 달해 ‘볼 사람은 다 보는’ 상황이다. 티빙과 웨이브는 지난해 각각 1420억원, 791억원의 적자를 냈다. 여유 자본이 없는 국내 OTT로선 추가 투자를 통한 출혈 경쟁을 감수하기보단 수익성을 추구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근 OTT들이 고정 팬이 많은 스포츠 중계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동시에 요금을 인상한 것도 이러한 연장선상에 있다.
문제는 요금 인상에 따른 시청자 이탈이다. 지난 2월 기준 1인당 일평균 OTT 체류시간이 티빙은 69분, 넷플릭스 65분, 쿠팡플레이는 50분 등으로 나타났다. 매일 1시간 정도 OTT를 시청할 정도로 OTT가 생활에 깊숙이 침투했다는 얘기다. 최근 넷플릭스에 이어 티빙이 도입한 광고요금제 역시 OTT 복수 구독이 일반화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수익 창출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KB증권 최용현 애널리스트는 “OTT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해외 사례를 봤을 때 구독자 감소폭은 제한적이면서 매출액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논의 중인 티빙의 웨이브 인수가 마무리되면 양사 합계 MAU(지난달 모바일인덱스 기준)는 1116만명에 달해 쿠팡플레이(779만명)을 크게 앞지르는 동시에 넷플릭스(1172만명)와 격차를 좁히게 된다.
시장 재편이 이뤄지면 살아남은 사업자들의 수익 전망은 밝아지겠지만, 요금 인상만 떠안은 소비자들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스트림플레이션(스트리밍+인플레이션)’ 문제를 주시하고 있고, 최근 소비자시민단체가 넷플릭스의 요금제 개편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도 했다. 22대 국회가 문을 열면 가계통신비 경감 문제와 맞물려 OTT 요금 인상도 도마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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