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더 고(the go)’에서 풀렸다, 어코드 하이브리드가 왜 달리 느껴졌는지
[OSEN=강희수 기자] 혼다코리아가 4월말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브랜드 체험공간 ‘더 고(the go)’를 개장 한다. 혼다가 브랜드 체험 공간을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입차 중에선 이미 비슷한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가 여럿 있다. 혼다가 빠른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늦은 것도 아니다.
혼다코리아는 이 시설을 일반 개장하기 앞서 의미 있는 행사를 열었다. 이른 바 ‘혼다 하이브리드 테크 데이(Honda Hybrid Tech Day)’다. 혼다의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발자와 하이브리드를 장착한 어코드, CR-V 개발자들을 초청해 기술적 요체를 알아가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브랜드 체험 공간이 없었다면 건조해질 수 있는 테마였지만, ‘혼다’의 정신이 녹아 든 시설 덕에 참가자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프로그램을 따르다보니 그 동안 느낌으로 알고 있었던 ‘혼다 파워풀 하이브리드’를 시원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제품만 파는 시대가 지나고 있음을 또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마땅한 공간이 올바른 정신을 이끌 수 있다는 진리는 이 곳에서도 통했다.
혼다는 그 동안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파워풀’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서 소개를 해 왔다. 초기의 하이브리드가 내연기관을 보조해 내연기관의 연비를 높이는 구실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면, 혼다의 하이브리드는 구동의 주력을 내연기관에서 전기모터로 넘기는 시스템이라고 했다. 내연기관은 극히 제한된 환경에서 동력에 개입하고 대부분은 배터리에 보낼 전류를 발생시키는 구실을 한다. 이렇게 되면 혼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전기차에 더 가까운 구동성향을 보이게 되고 그 특성을 표현한 말이 ‘파워풀’이었다.
그런데 같은 하이브리드인데 지난 해 국내에 출시된 신형 ‘CR-V 하이브리드’와 신형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그 전 세대와 느낌이 또 달랐다. 이전 세대에 붙었던 ‘파워풀’이 신형에 와서야 제 옷을 입은 모습이었다.
운전자의 느낌이 달라졌다면 기술적인 이유도 설명이 돼야 마땅하다. 그 해답을 준 자리가 바로 ‘혼다 하이브리드 테크 데이’다.
혼다의 하이브리드 기술이 ‘파워풀’로 갈 수 있었던 배경이 있었다. 2013년 1세대 하이브리드 때부터 독자적인 ‘투(2) 모터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발해 발전시켜 왔기 때문이다. 두 개의 모터 중 하나는 전류를 만들어 배터리에 쌓을 수 있도록 하고, 다른 하나는 배터리에서 전류를 끌어와 축을 구동시키는 구실을 한다.
내연기관 엔진도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맞도록 진화했다.
기존의 2.0L 포트 분사 사양을 기반으로 높은 연료압력과 다단 분사가 가능한 직분사 기술을 가미했다. 그 결과 하이브리드 엔진에서 필수적인 열효율이 높아지면서 고효율 영역을 고부하·고회전으로 확대시킬 수 있었다. 혼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최적화된 엔진이 이렇게 다듬어졌다. 고강성 크랭크 샤프트를 채택해 정숙성과 편안한 사운드도 가능해졌다.
처음부터 2모터를 견지한 혼다 하이브리드는 4세대 2 모터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진화했고, 이 시스템이 탑재된 모델이 바로 ‘11세대 어코드 하이브리드’와 ‘6세대 CR-V 하이브리드’다. 두 모델은 작년에 우리나라에 출시돼 현재 혼다코리아의 주력 모델이 됐다.
혼다의 2모터 하이브리드는 구조적으로는 ‘직병렬 전환식’ 하이브리드다.
혼다의 하이브리드도 기본적으로 세 가지 주행 형태로 나뉜다.
먼저 EV 주행이다. 이 때는 엔진이 정지하고, 배터리에 축적된 전기 에너지가 ‘주행용 모터’를 돌려 도로를 달린다.
두 번째는 하이브리드 주행이다. 이 때 엔진이 가동되는데 엔진은 오로지 ‘발전용 모터’를 돌리는 구실만 한다. 엔진에 연결된 구동축은 클러치에서 끊어져 바퀴를 돌리는 데 관여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하이브리드는 이 단계에서 엔진이 구동축을 돌리기 시작한다.
세 번째는 엔진 주행이다. 이 경우에는 엔진이 구동축 사이의 클러치가 체결되면서 엔진이 직접 바퀴를 돌린다. 그런데 의외로 엔진의 회전력은 발전용 모터에 전혀 전달이 되지 않으며, 주행용 모터도 바퀴 구동에 관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엔진과 모터가 동시에 구동력을 전달하는 상황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얘기다.
이를 실제 도로 상황에 대비해 보면, 시가지에서의 저속 주행에서는 엔진이 멈추고 EV로만 주행한다. 그러다 오르막길처럼 고출력이 필요한 길을 만나면 엔진이 돌아가면서 발전용 모터를 돌린다. 동시에 주행용 모터는 높은 토크와 출력을 일으키며 시원하게 언덕길을 올라간다.
그러면 엔진이 구동에 직접 관여하는 때는 언제일까?
언덕길이 아닌, 고속 크루즈 상황이다. 일정한 속력으로 빠르게 달릴 때 엔진이 구동력을 전적으로 바퀴에 직접 전달(직결 클러치)한다. 이 구간은 모터보다 엔진의 구동 효율이 좋은 영역이기 때문에 전력 손실은 최소화하고 연비를 높일 수 있다. 발전용 모터와 주행용 모터가 협업해 엔진의 최고 효율 지점을 찾아 주는 셈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하이브리드 시스템과는 확실히 차이가 있다. 내연기관과 구동 모터가 모두 구동 될 때 최대 출력을 낸다고 알고 있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직-병렬식’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유성 기어를 이용해 엔진으로 직접 기계적인 동력을 전달하면서 동시에 주행용 모터에서도 동력을 전달한다. 이는 엔진이 주가 되고 주행용 모터가 보조하는 전통적인 개념의 하이브리드 범주에 속한다.
반면 혼다의 하이브리드는 ‘직병렬 전환식’이다. 결정적으로 내연기관과 구동 모터가 동시에 구동에 관여하는 지점은 사실상 없다. 최대 출력을 내는 지점이 ‘하이브리드 주행’인 건 맞는데, 이 때 엔진은 발전용 모터를 돌리는 데만 쓰인다.
여기까지가 혼다 2모터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특성이다.
현행 ‘11세대 어코드 하이브리드’와 ‘6세대 CR-V 하이브리드’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4세대 2모터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알아야 한다.
4세대 하이브리드는 이전 세대에서 지적됐던 아쉬움을 집중적으로 개선한 시스템이다. 모터를 키워 출력을 높였고, 기어비를 조정해 토크를 키웠다.
엔진 출력도 높아졌다. 엔진 스펙은 수치로 확인이 된다. 종전 145마력 17.8kg∙m이던 출력과 토크는 최고출력 147마력, 최대토크 18.4kg∙m로 높아졌다. 모터도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34kg∙m로 이전 모델 대비 업그레이드됐다.
여기에 감성도 건드렸다. 액티브 사운드 컨트롤(ASC)를 넣어 가속시 ‘스포츠 사운드’를 인위적으로 가미했다.
실제 스펙이 높아진 데다 엔진 사운드까지 무장한 ‘11세대 어코드 하이브리드’와 ‘6세대 CR-V 하이브리드’는 전혀 다른 차가 돼 있었다. 이전 세대에서 아쉬웠던 ‘운전하는 재미’가 현 세대에서 완벽하게 살아났다.
CR-V에는 고출력을 느낄 수 있는 기술이 하나 더 들어갔다. 전 세대에서는 발전 모터와 구동 모터를 같은 축에 배치시켰는데, 4세대에서는 구동 모터를 키우다 보니 같은 하우징에 넣을 수가 없었다. 별도의 축을 만들어 아래위로 쌓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랬더니 원래 구동모터가 있던 자리가 비었다. 혼다 엔지니어들은 옳다구나 이 자리에 록 업 클러치를 넣었다. 저단 클러치와 고단 클러치로 변환하는 록 업 클러치는 가속에서 훨씬 경쾌한 느낌을 줄 수 있었다.
‘혼다 하이브리드 테크 데이’는 두 차를 실제로 타 보는 프로그램으로 정점을 찍고 있었다.
혼다 2모터 하이브리드의 원리를 알고 나서 타보는 ‘11세대 어코드 하이브리드’와 ‘6세대 CR-V 하이브리드’는 한층 믿음직했다. 이전 세대 대비 주행감이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깨끗이 풀리고 있었다.
일개 브랜드 체험 공간의 개장이 주는 효과 치고는 꽤나 복합적이었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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