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재보복에 자신감 얻은 네타냐후?…미국의 이스라엘군 제재 겨냥 “불합리의 극치”
네타냐후 “싸우겠다” 공개 비판
가자지구 라파 공격 의사 재확인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민간인 사살 등 인권 유린 의혹을 받는 이스라엘군 소속 ‘네차 예후다’ 대대에 대해 미국 정부가 제재 방침을 밝히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불합리의 극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제사회가 반대하는 가자지구 라파 지상군 투입을 강행할 의지도 재차 내비쳤다.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렸던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 재보복 작전을 계기로 자신감을 되찾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21일(현지시간) 유대교 최대 명절인 유월절 기념 연설에서 미국 정부가 네차 예후다 대대를 제재할 예정이라는 미 매체 악시오스 보도에 대해 “누군가 이스라엘군을 제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나는 모든 힘을 다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도 “불합리의 극치이자 도덕적 타락”이라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조처하겠다”고 강조했다.
악시오스는 전날 미 소식통을 인용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며칠 내로 네차 예후다 대대 제재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앞서 블링컨 장관은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상대로 인권 침해 행위를 저지른 단체에 대한 지원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대상을 밝히진 않았다. 미국이 이스라엘 군부대 제재 방침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네차 예후다 대대는 초정통파 유대교도로 구성된 특수부대로, 팔레스타인에 대한 과도한 적개심을 우려해 다른 부대에서 수용을 거부한 인원을 모아 25년 전 창설됐다. 이들은 주로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머물며 이스라엘 정착민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탄압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2022년 1월 불시 검문을 거부한 미국계 팔레스타인인 오마르 아사드에게 수갑을 채우고 재갈을 물린 뒤 밤새 방치하다가 결국 숨지게 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이스라엘군은 사령관 3명을 징계했지만, 이들이 형사 처벌을 받진 않았다. 메라브 미첼리 이스라엘 노동당 대표는 알자지라에 “네차 예후다 대대는 진짜 아무 이유 없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살해해왔다”며 “미국의 제재는 이러한 현실을 인정한 결정”이라고 반겼다.
네타냐후 총리와 극우 내각이 미국의 제재 계획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독자 행보를 이어가겠다고 한 것에 대해 네타냐후 총리가 지난 19일 이란군 방공망을 무력화하며 자신감을 얻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폭격을 제어하기 더 힘들어졌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정부를 겨냥한 네타냐후 총리의 맹렬한 비난은 미 의회가 이스라엘에 대한 대규모 원조를 승인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나왔다”며 “이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 관계의 긴장과 모순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유월절 기념 연설에서 “불행히도 하마스는 모든 인질 석방 제안을 거절했다”며 “우리는 하마스를 고통스럽게 타격할 계획이다. 곧 그렇게 될 것”이라라고 밝혔다. 이어 “며칠 안에 우리는 하마스를 군사적, 정치적으로 압박할 것”이라며 “인질 구출과 승리 쟁취를 이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외신들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 발언이 사실상 라파에 지상군을 투입하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날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이 남부사령부의 전투 계획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는데, 라파에 대한 공격 강행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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