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고퇴직 버텼는데 팀 전체가 사라졌다”...불황에 ‘이 업계’ 칼바람
에넥스·코아스 등도 직원 30% 감원
불황 극복·체질 개선 위한 고육책
공정위, 31개 업체에 931억 과징금
업계 “구조조정 더 거세질 것” 우려
최근 부동산 시장 악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당수 국내 가구회사에서 대규모 감원 칼바람이 불고 있다. 올해도 경기 회복이 쉽지 않아 보이는 만큼 일부 회사에서 추가 감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가구 1위 업체 한샘은 지난해 말 기준 직원 수가 2188명으로, 2년 전인 2021년 2540명에 비해 13.8% 감소했다. 같은 기간 회사가 지급한 연간 급여총액은 1514억원에서 1127억원으로 25.5%나 줄었다.
이 때문에 가구 업계에서는 지난해 한샘이 19억원 영업흑자를 내며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데는 감원을 통한 인건비 감소가 큰 기여를 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한샘은 올해도 감원 움직임이 계속 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 상암동 사옥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그래비티자산운용을 선정하며 사옥 매각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매각가는 3000억원대로 알려졌다.
한샘 관계자는 “감원된 인원의 상당수가 계열사인 한샘개발과 한샘서비스로 이동한 인원이며, 채용 축소와 퇴사에 의한 자연 감소도 있다”며 “올해는 부동산 경기 회복 등 업황 변화에 따라 채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 가구 업계 관계자는 “한샘이 지난 2021년 사모펀드인 IMM PE에 인수된 이후 비용 절감은 예정된 수순이라 이 같은 기조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넥스의 직원 수는 2021년 283명에서 지난해 200명으로, 코아스는 같은 기간 273명에서 193명으로 각각 감소했다. 지난해 에넥스와 코아스는 각각 70억원과 3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코아스 관계자는 “사무가구 시장 확장에 한계가 있고, 양적 확장보다는 체질 개선을 위한 효율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관리·생산인원이 일부 변동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넥스는 감원과 관련해 묻는 매일경제의 질문에 특별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아파트와 오피스텔 빌트인 가구 공사에서 담합을 한 가구 업체를 대상으로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한 것도 추가적인 감원 바람을 부추길 수 있다는 염려가 나온다. 지난 7일 공정위는 관련 혐의로 한샘(212억원), 현대리바트(191억원), 에넥스(174억원), 넵스(98억원), 한샘넥서스(41억원)를 비롯한 31개 가구회사에 총 931억원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어 공정위는 지난 14일 대리점에 판매장려금을 지급하지 않고, 매출 페널티를 부과하는 등 ‘갑질’을 한 혐의로 한샘과 에넥스 등에 대리점법 위반 행위에 대한 시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지방과 중소 가구회사의 어려움은 훨씬 더 큰 상황이다. 지방에 생산공장을 갖고 있는 A가구업체 대표는 “가구 업계 전체가 힘든 상황이라 신입 직원을 채용하는 일도 별로 없지만, 지방의 경우 퇴직인원이 생겨 결원을 채우기 위해 인재 채용을 하려고 해도 사람이 오지 않아 자연 감소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B가구업체 관계자는 “고금리가 계속 되면서 자금 여력이 없는 중소업체의 경우 먼저 문을 닫는 곳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대형 가구회사 중 현대리바트와 퍼시스 등은 불황에도 직원 수를 유지하고 있다. 퍼시스 관계자는 “어려움 속에서도 단기적인 경영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글로벌 시장 경쟁력 확보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꾸준히 인재 채용 및 확보에 힘쓰고 있다”며 “현재까지 특별한 인원 변동 계획은 없고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 매트리스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지누스도 2021년 142명에서 지난해 163명으로 직원 수를 늘렸다. 지누스 관계자는 “국내 사업 확대 등으로 채용이 늘었고, 인력 조정 계획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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