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자율주행버스 타보니…"사람보다 운전 잘하네"

김인유 2024. 4. 22.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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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운행 첫날 11개 정거장 30여분간 '안전 운전'
탑승객 '10점 만점에 8~9점' 호평…돌발상황 없어 대응력 못봐

(안양=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자 출발합니다. 자율주행을 시작합니다."

시범운행에 나선 안양시 자율주행버스 '주야로' [안양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2일 오전 경기 안양시 동안구청 앞 버스정류장 앞에서 자율주행버스 '주야로'가 힘차게 출발했다.

경기도 내에서는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서 운행하는 '판다G버스'에 이어 두 번째 자율주행버스다.

'주야로'는 오는 8월 중순 이후 정식운행에 앞서 이날부터 시범운행에 들어갔다.

마을버스를 개조해 만든 주야로는 자율주행차용 라이다 4개와 레이다 1개, 카메라 5대를 장착해 높은 수준의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레벨 3'(운전자가 시스템의 요청이 있으면 개입하는 단계)에 해당한다.

18인승 전기차로 만들어졌는데 안전운행을 위해 운전기사 1명과 안전요원 1명을 비롯해 승객 16명이 탈 수 있다.

낮과 밤에 운행하는 차 이름처럼 낮시간대인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대중교통 사각지대인 범계역~비산체육공원(왕복 6.8㎞·11개 정류장) 구간을, 심야인 0시부터 새벽 2시까지는 지하철 인덕원역~평촌역~범계역~명학역~안양역(왕복 14.4㎞·22개 정류장) 구간을 운행한다.

운행 첫날인 이날은 사전에 신청한 시민과 기자, 시청 공무원 등이 탑승했다.

실내는 일반 버스의 좌석배치와 동일했다. 버스 중간과 뒤편에 모니터가 설치돼 버스운행 정보를 실시간으로 안내했다.

안양시 스마트도시통합센터 차고지에서 나온 주야로는 첫 번째 정류장인 동안구청 정류장에서부터 비산체육공원을 돌아 11개 정류장을 30여분간 운행했다.

버스가 첫 정류장을 출발하면서 자율주행상태에 돌입하자마자 운전사의 두 손은 운전대에서 떨어져 본인의 무릎 위에 놓였다.

"이거 정말로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는 거야?"라고 속으로 걱정하는 순간 범계역 사거리의 신호등이 녹색에서 적색으로 바뀌었다.

그러자 버스는 30여m 앞에서 이를 감지해 서서히 속도를 줄이더니 횡단보도 앞 정지선에 정확히 멈췄다.

이어 두 번째 동안보건소 정류장 방향으로 우회전하면서도 버스는 출렁거림 없이 완만한 곡선으로 부드럽게 회전했다.

안양시 자율주행버스 '주야로' 운행 모습 [안양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버스 왼쪽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에는 주야로의 속도, 차량이 감지한 도로변 차량, 주행 노선 등이 실시간으로 표시돼 승객 누구나 쉽게 볼 수 있었다.

모니터의 버스 색깔이 민트색이면 자율주행상태라는 의미다.

주야로가 서너 정거장을 직진과 우회전 등을 반복하며 아무 일 없이 주행을 이어가자 버스 뒷좌석에 앉아있던 시민 승객들 사이에서 "저보다 운전을 잘하는데요"라는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주야로 운행을 안내하던 스마트도시통합센터 홍보 담당 직원은 "3월부터 시민들이 참여하는 시범단을 꾸려 하루 9시간씩 시험운행을 하면서 안전 데이터를 축적했다"면서 "시민의 생명을 보장하기 위한 안전을 최우선으로 했다"고 말했다.

이 직원의 말처럼 버스가 운행되는 내내 사고가 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은 점차 사라졌다. 시속 40㎞로 맞춰진 주야로의 주행속도도 적당한 것처럼 느껴졌다.

운전기사의 성향과 버릇에 따라 급출발과 급제동을 하는 버스를 만나면 몸이 휘청거리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지만, 자율주행버스는 오히려 이런 면에서는 훨씬 더 부드럽고 일관성 있게 운행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신호등이 녹색에서 적색으로 바뀌면 순간적으로 급제동하기도 했고, 직진과 좌회전이 동시 신호일 경우 버스가 직진하더라도 왼편의 좌회전 차량에 대비해 자동으로 급정거하는 경우가 있었다.

안양시 자율주행버스 실내모습 [촬영 김인유]

몸이 휘청거릴 정도의 급정거는 아니었다.

30여분간 시범운행을 마친 주야로는 처음 출발한 스마트도시통합센터로 무사히 돌아왔다.

주야로가 자율주행을 하는 동안 운전기사는 승하차를 위해 문을 개폐하거나 도로 공사 현장을 회피할 때만 개입해 운전대를 잡았다.

나머지 운행시간의 대부분은 주야로가 혼자 차량 간 거리 및 차선 유지와 변경, 위험물 감지와 회피, 보행자 신호등 인식 등을 무난하게 수행했다.

그러나 이날은 아쉽게도 정류장에서 일반 승객이 한명도 탑승하지 않았고 보행자나 차량의 돌발상황도 발생하지 않아 이럴 경우 주야로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볼 수 없었다.

주야로 탑승 체험을 한 시민 손병학 씨는 "믿고 탈 수 있을 정도로 생각보다 안전했고 마을버스보다 주행감도 좋았다"고 호평하면서 "10점 만점에 9점을 줄 수 있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른 탑승 승객도 "자율주행버스를 처음 타봤는데 다시 탈 용의가 충분히 있다. 저는 10점 만점에 8점을 주겠다"면서도 "너무 안전에 초점을 맞춰서 그런지 승용차로 가면 5분, 10분 갈 거리를 시간이 좀 더 걸려 간 것 같다. 이런 부분은 아쉽다"고 말했다.

주야로는 이날부터 8월 14일까지 월요일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무료로 탑승할 수 있다. 6세 미만은 안전을 고려해 타지 못하고 14세 미만은 보호자가 동반해야 한다.

주야로의 운행노선 및 버스정류장, 배차시간 등 자세한 사항은 안양시 홈페이지 및 블로그, 버스정류장 안내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hedgeho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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