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내 목소리 훔치는 '보이스피싱 사기꾼' 왜 못 잡나 [視리즈]

이혁기 기자 2024. 4. 22.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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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딥보이스 보이스피싱의 덫➋
피해자 지인 목소리 모방하는 AI
천문학적 사기 피해 발생하기도
문제는 검거가 쉽지 않다는 점
대포폰 사용해 수사망 피하고
점조직 운영해 일망타진 어려워
보이스피싱 범죄가 갈수록 지능화하고 있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 우리는 視리즈 '딥보이스 보이스피싱의 덫' 1편에서 무섭게 진화한 보이스피싱의 기술력을 살펴봤습니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해 피해자 지인의 목소리를 모방 내는 방식을 쓰는 '딥보이스 보이스피싱'이 조금씩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 문제는 이런 보이스피싱에 한번 걸리면 돌이키기 힘든 피해를 겪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정부에서 여러 측면에서 대책을 내놓고 있긴 하지만, 보이스피싱 사기꾼들을 잡는 건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이들이 몇단계에 걸쳐 도망칠 궁리를 짜 놓은 탓이죠. 더스쿠프가 이들 사기꾼의 수법이 무엇인지 살펴봤습니다. 視'리즈 '딥보이스 보이스피싱의 덫' 두번째 편입니다.

전화로 피해자를 꾀어내 돈을 갈취하는 보이스피싱 수법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사기꾼들은 이제 인공지능(AI) 같은 최신기술까지 동원하면서 우리를 현혹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방법이 지난 1편에서 소개한 '딥보이스(Deep voice) 보이스피싱'입니다.

딥보이스는 AI가 특정인의 목소리를 학습해 재현하는 기술을 뜻합니다. 이 기술로 사기꾼은 피해자와 가까운 인물의 목소리를 그대로 모방할 수 있습니다. 그 수준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평소 보이스피싱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이라도 걸려들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포폰을 악용하는 보이스피싱 사기가 급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런 딥보이스 보이스피싱에 당해 천문학적인 피해가 발생한 사례도 있습니다. 미 경제지 포스브가 2021년 10월 공개한 한 법정 문서 내용을 보시죠. 2020년 초 아랍에미리트(UAE)의 한 은행 지점장은 평소 거래하던 대기업 임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목소리부터 말투가 평소 임원의 목소리와 똑같았기 때문에 지점장은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습니다. "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투자금이 필요하다"는 말에 3500만달러(약 487억원)를 송금했습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가짜'였습니다. 사기꾼이 딥보이스를 활용해 대기업 임원 목소리를 흉내 낸 것이었죠.

딥보이스 보이스피싱이 위험한 이유는 또 있습니다. 제3자를 사칭하는 보이스피싱은 피해자가 대처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이런 타입의 사기꾼은 주로 타인의 명의를 도용해 개통하는 '대포폰'을 이용합니다. 번호 구성이 일반적이지 않은 국제전화에는 수신자가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010'으로 시작하는 휴대전화번호엔 경계심이 덜하다는 점을 파고들기 위해서입니다.

사기꾼 입장에서도 대포폰을 사용하면 피해자를 속이는 게 훨씬 수월합니다. "휴대전화를 잃어버려서 빌려 전화했다"는 식으로 둘러댈 수 있기 때문이죠. 여기에 피해자 지인의 목소리를 모방할 수 있는 딥보이스 기술까지 갖추면 보이스피싱의 위험성은 훨씬 더 증가합니다.

그래서인지 대포폰 악용 횟수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대포폰 적발 횟수는 2017년 1만5910건에서 2022년 5만3104건으로 5년 새 2.3배 증가했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정부가 딥보이스 보이스피싱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경찰청은 2022년 10월 '내 딸인 줄 알았는데'라는 제목의 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바 있습니다. 어머니와 전화 통화하던 딸이 알고 보니 딸의 목소리를 흉내 낸 보이스피싱 사기범이었다는 게 주요 내용인데, 경찰이 제작한 영상임에도 조회수 22만회(4월 17일기준)를 기록할 정도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2월 세계 최초로 '보이스피싱 음성분석 모델'을 개발했습니다. 그해 3월부터 사기범 수사 과정에 활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성능도 나쁘지 않습니다. 당시 행정안전부는 "범죄자의 음성을 정확하게 판별해낼 확률이 기존 분석모델보다 77.0% 개선됐다"고 밝혔습니다.

딥보이스를 탐지하는 연구도 계속 진행 중입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2024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에 따르면, 법무부는 올해 18억원을 들여 '첨단기술 융합형 차세대 검찰 포렌식 기술개발 연구개발(R&D) 사업'에 착수했습니다. 딥보이스 보이스피싱처럼 점점 지능화하는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과학수사 역량을 높이는 게 이 사업의 골자입니다. 2027년까지 총 86억원을 투입할 예정입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입니다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정부 정책의 초점은 '예방'보단 '범인 검거'에 맞춰져 있어서입니다. 사후약방문식 대처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현재로선 '후후' '후스콜' 등의 스팸전화 차단 앱을 설치해 대포폰 전화를 차단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예방책입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완벽하진 않습니다. 먼저 대포폰 전화를 경험한 앱 이용자의 신고가 없으면 스팸전화로 등록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보이스피싱을 전문으로 하는 사기꾼은 검거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대포폰 번호의 주인을 찾아도 보이스피싱과 무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운 좋게 대포폰을 쓴 사기꾼을 잡았다 하더라도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조새한 변호사(법무법인 자산)의 설명을 들어볼까요?

"보이스피싱 조직은 일망타진이 어렵다. 지휘부인 총책 아래로 관리자, 대포폰 공급자, 전화 담당, 현금 인출 담당 등 여러 단계의 점조직으로 구성돼 있어서다. 그래서 각 조직의 구성원들은 서로가 서로를 잘 모른다. 피해자가 가장 빨리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은 인출책을 잡아 사기당한 돈을 돌려받는 것인데, 인출책은 자금이 풍부하지 않다. 대부분은 피해자로부터 돈을 받자마자 총책에 송금하기 때문이다. 피해 금액을 전부 돌려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포폰은 주인과 실제 사용자가 다르다. 그렇기에 범인 검거가 쉽지 않다. 최근 대포폰 적발 횟수가 급격히 늘어난 이유다.[사진=뉴시스]

여기까지가 딥보이스 보이스피싱의 현주소입니다. 보이스피싱 사기범은 갈수록 똑똑해지고 있습니다. 이젠 AI를 활용한 최신기술로 목소리까지 훔쳐 사람들을 속이고 있습니다. 정부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더 늦으면 더 많은 피해자가 쏟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렇게 생각하는 혹자가 있을지 모릅니다. "에이, AI가 따라해 봤자 얼마나 잘 따라 한다고. 어색할 게 분명해. 난 안 걸려들어."

정말 그럴까요? 지난 1편에서 직접 이용해 본 딥보이스의 기술력은 기자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정교했습니다. AI는 목소리뿐만 아니라 말의 높낮이와 톤 등을 조합해 감정까지도 능숙하게 모방했습니다. 그게 어느 정도냐고요? 視리즈 '딥보이스 보이스피싱의 덫' 3편에서 그 과정을 영상을 곁들여서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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