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시세] "뛰뛰마마 서포터즈예요"… 스포츠로 경마 즐기는 MZ

정수현 기자 2024. 4. 22.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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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일본 게임 열풍 효과로 한국 경마에도 새바람
축제에 5만명 이상이 다녀가… 선순환적인 팬덤 문화 확산
[편집자주]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남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니S는 Z세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시각으로 취재한 기사로 꾸미는 코너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Z시세)을 마련했습니다.

MZ세대들이 렛츠런파크 서울(과천경마공원)의 새로운 고객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경주마(6번) '어마어마'가 예시장을 천천히 돌고 있는 모습. /사진=정수현 기자
"베팅도 좋지만 사실 말이 좋아서 옵니다."
"경마의 매력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경쾌함'이에요. 뛸 때 나는 말발굽 소리, 박진감 넘치는 경기 등을 온몸으로 느끼다 보면 묵혀왔던 감정이 해소되거든요."

경기 과천 렛츠런파크 서울(과천경마공원)에 20~30대가 모여들었다. 아이와 함께 온 가족부터 데이트를 즐기러 온 커플까지 다양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젊은 청년들. MZ세대로 구성된 한국 경마 팬클럽 '뛰뛰마마' 서포터즈다.

경마공원 렛츠런파크 서울의 새로운 고객층으로 MZ세대 떠오르고 있다. 그들이 경마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머니S가 일요일인 지난 14일 렛츠런파크 서울의 경마장을 찾았다.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 일본 게임 열풍 효과


영상은 경기도 과천시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열린 레이스 현장. /영상=정수현 기자
경마 시설공원 렛츠런파크 서울 입구에 위치한 '2040만의 놀라운 플레이 공간, 놀라운지'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놀라운지는 지난 2017년 한국마사회가 50~60대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형성된 경마 문화에 2030세대를 새로운 고객층으로 유입하기 위해 만든 공간이다. 20대부터 40대까지만 입장할 수 있으며 경마 초보 교육실과 함께 다양한 휴게 공간을 마련했다.

놀라운지에 있는 사람들은 경마장의 스크린을 쳐다보며 환호성을 지르거나 탄식을 내뱉었다. 이곳에서 '뛰뛰마마 서포터즈'의 단장인 양형석씨(31·남)를 만날 수 있었다.

양씨는 "일본 경마를 먼저 접했다"며 "직접 독학해가며 경마하는 법을 배웠고 말에 대한 관심이 커져 경마 팬클럽인 뛰뛰마마 서포터즈를 창립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11월 창립 당시 회원수가 10명이었는데 불과 몇달만에 70~80명이 지원할 만큼 경마의 인기를 체감한다"고 말했다. 현재 뛰뛰마마의 회원 수는 55명이다.

경마팬 중에는 일본 모바일 게임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를 통해 유입된 경우가 많다.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는 일본 경마에서 실존하는 경주마의 이름과 정체성을 이어받은 캐릭터를 육성해 레이스에서 승리하도록 경쟁하는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양씨는 "지난주에도 이곳에 우마무스메 캐릭터 코스프레를 한 사람들이 왔다"며 "한국 경마의 인기축으로서 우마무스메를 빼놓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게임을 하다가 실제 경주가 궁금해 찾아왔는데 게임보다 훨씬 재밌다며 경마팬이 된 사람이 많다"고 덧붙였다.



경마는 도박?… 2030 놀이문화 된 경마


사진은 마권 구매표에 우승할 경주마 번호를 마킹하는 모습. /사진=정수현 기자
기자도 경마 베팅을 경험해보기 위해 그를 따라갔다. 가장 먼저 예시장에서 경마주가 어떤 상태인지 확인했다. 예시장은 경주가 시작되기 20분 전쯤 출주 말들이 이곳을 천천히 돌며 준비운동을 하는 장소다. 이곳에서 약 10분동안 경기에 출전하는 말의 컨디션을 미리 체크할 수 있다.

동물자원학과에 재학중인 지윤하씨(24·여)는 "너무 긴장한 말이 가끔씩 보인다"며 "뛰기 전부터 땀을 엄청 흘리거나 뻣뻣하게 걷는 모습 등을 보면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씨도 "말의 상태는 승리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라며 "그만큼 예시장에서 말 상태를 살피는 것은 경마를 즐기는 중요한 과정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오후 3시40분. 6층 관람석까지 가득 매운 관중의 함성소리와 함께 대상경주가 시작됐다. 대상경주는 이른바 베테랑 경주마들이 참가하는 대회다. 이날 대상경주에서는 부산경주마 출신인 '벌마'(12번)가 1등을 차지했다.

경마 한 게임당 1명이 걸 수 있는 금액은 최소 100원부터 최대 10만원까지다. 단승식, 복승식 등 베팅 방식도 다양하다. 단승은 우승마(1등)를, 복승은 순위에 관계없이 1, 2등 말을 모두 맞히면 된다.

사진은 20대~40대만 입장이 가능한 놀라운지 입구와 양형석 '뛰뛰마마' MZ 경마 서포터즈 단장(왼쪽)과 지윤하 서포터즈원의 모습. /사진=정수현 기자
지씨는 "축산 전공 학생으로서 말 복지에 관심이 많다"며 "베팅보다는 좋아하는 말이 있을 경우 응원하는 마음으로 100원씩 마권을 구매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박이라고 인식하는 사람이 많은데 경마장에 친구들을 데려오면 대부분 생각이 바뀐다"며 "재방문을 희망할 정도로 특별한 경험이었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0.01초 차이로 판가름나는 경쟁도 스릴이 넘치지만 1분여 남짓한 승리를 위해 어린 말이 성장하는 히스토리가 재밌다"며 "부단한 노력과 기다림을 통해 자라난 어린 말이 최선을 다해 질주한 뒤 은퇴하는 것을 보고 있자면 삶의 축소판 같아 뭉클하다"고 전했다.

그는 "경마장에 처음 방문하면 베팅하지 말고 우선 말 하나 하나를 눈에 담길 바란다. 그러면 새로운 시야가 열릴 것"이라며 "말의 이름과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경마는 더이상 도박이 아닌 하나의 문화이자 스포츠"라고 강조했다.



한국 경마… 스포츠 레저 문화로 거듭나다


사진은 출전할 경주마들이 레이스를 뛰기 전 예시장을 거니는 모습. /사진=정수현 기자
한국마사회에 따르면 지난 6일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열린 벚꽃축제에 5만명 이상이 방문했다. 박건우 한국마사회 홍보부 보도팀장은 "지난주에 열린 벚꽃축제 덕분인지 경마장에 많은 사람이 찾아왔다"며 "입구 앞에 사람이 바글바글해 지나다닐 수 없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말 사진을 찍으러 왔다가 경마팬이 됐다는 사진기자 최현성씨(28·남)도 "6월 말 전국으로 확대되는 온라인 베팅이 기대된다"며 "이때부터는 온라인으로도 경마에 참여할 수 있어 경마팬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6월 말부터 정식 운영에 들어가는 모바일 베팅은 전자카드를 통해 실명으로 가입해 참여한다. 박 팀장은 "현장에서 무기명으로 베팅하는 것은 한 경주당 10만원까지 할 수 있는데 모바일은 절반인 5만원으로 줄였다"며 "좀 더 건전하게 저변을 확대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는 9월8일 세계 여러 나라의 우수한 말들을 초청해 같이 뛰는 경기를 개최할 예정"이라며 "코리아컵·코리아스프린트라는 2개의 큰 경주가 경마팬들에게 월드컵과 같은 새로운 재미를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박 팀장은 "현재 외국의 경마 산업은 다른 사업에 비해 말 시설 등 비용이 계속 들기 때문에 경쟁력이 없어 사양산업으로 접어들었다"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그는 한국 경마 산업을 희망적으로 바라봤다.

그는 "선순환적인 좋은 팬덤 문화가 이식돼 건전한 레저 스포츠, 여가 생활로 즐기려는 문화가 확산된다면 한국 경마의 성장 가능성은 열려있다"며 "앞으로 대외적으로 한국 경마 수준이 올라 세계 경마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국민에게 많은 사랑을 받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정수현 기자 jy34jy3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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