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서 못 받는 ‘본인부담상한제’, 저소득층 의료비 공백 우려

초과분 보험사 선지급, 후환급 필요

18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진료 순번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 이상섭 기자

본인부담상한제 초과액은 실손보험에서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의 판결로 의료비 공백 우려가 나온다.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은 일년에 한 번 정산돼 저소득층은 당장 치료할 돈이 없어질 수 있다. 금융당국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보험사가 선지급 해주는 방안을 논의중인데, 복지부는 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금융위원회는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 사후정산 TF’를 통해 보험회사가 실손보험금을 선지급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다음해 8월에 보험회사에 선지급액을 직접 정산하는 절차를 추진 중이다.

현재 건보에서는 환자의 경제적 부담 절감을 위해 개인 소득분위에 따라 본인부담금의 상한을 정하고 있다. 본인부담금이 상한을 초과한 부분에 대해서는 추후 환급해주는 형태다.

문제는 환급금을 일년에 한 번, 8월에 지급해 환급금을 받기 전까지 의료비 공백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보험사에서 실손보험으로 먼저 지급하고, 추후 건보공단에서 정산받게 해 의료비 공백을 방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회사가 사후환급금을 미리 공제하고 보험금을 지급하는 경우에는 실제로 사후환급금을 수령하기까지 의료비 보장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본인부담상한제는 주요 수혜 계층이 1~3분위 저소득층 대상이라는 점에서 문제 해결이 시급한 상황이다.

복지부는 TF 회의에서 건보법 개정 사항이라는 입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건보공단이 신용정보원을 통해 보험사로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데 시행령 개정으로는 어렵다는 것이다. 법 개정을 하려면 다음 국회에서나 논의할 수 있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저소득층 의료비 공백에 공감하면서도 법적인 근거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사후정산 프로세스 시스템으로 현재 발생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보험사로 건보 가입자의 소득분위에 따른 환급금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데, 개인정보를 다루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비슷한 사례였던 재난적의료비를 지원할 때 실손보험에서 관련 의료비에 대한 지원을 받는 경우에도 법률상에 근거를 마련해놨다”라며 “비슷한 제도의 타법을 봤을 때 만감한 사항인 만큼 신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소득층 의료비 공백 우려를 다 커버할 수는 없겠지만, 사전급여제도 등 약간의 보완책이 있다”라며 “개정안을 검토해서 다음 국회가 열리면 바로 진행할 예정이며, 내부 검토를 통해 의원발의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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