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돋보기] 공사비 급등의 원인 및 영향 그리고 가격
‘건설업 4월 위기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와 함께 시공사 부도가 늘어남에 따라 건설업 전반에 걸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도 이에 대응하여 3월 말 ‘건설 경기 회복 지원 방안’을 발표하면서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건설업 위기는 급격한 금리 인상 및 경기 침체가 주원인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그 근저에는 공사비 원가 상승이 자리 잡고 있다. 건설공사비지수가 최근 3년간 약 30% 상승한 가운데, 서울의 한 재건축 사업장에서는 시공사가 평당 약 40%의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고 있고, 삼성역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는 105층에서 55층 건립으로 설계를 변경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짧은 기간에 금리가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가격 급등락을 경험했기에, 단기간 발생한 공사비 급등 또한 부동산 공급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지역별, 상품별로 차등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공사비 급등의 원인
가장 큰 이유는 팬데믹 이후 발생한 공급망 교란과 급격한 인플레이션에 의한 자재· 인건비 상승이다. 여기에 지속되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탈세계화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불확실한 대외 환경도 한몫하고 있다. 대내 건설업 환경도 공사비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대표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상승,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 안전 기준 강화 및 주 52시간제로 인한 공사 기간 증가, 고층화 및 특화 설계에 따른 원가 상승 및 공사 기간 증가 등을 들 수 있다.
한 번 올라간 공사비는 떨어지지 않았다. 2000년 초반부터 발표된 건설공사비지수는 내리막 없이 오르막만 있었다. 원가는 금리와 달리 정책적으로 조정이 어려운 상수다. 이는 공급자 관점에서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에 참여를 어렵게 한다. 수익성이 악화하더라도 공사 중에 원가가 떨어져, 사업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공사비 급등의 지역별 영향
토지가 싼 지역, 다시 말해 지방으로 갈수록 신축이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준공 후 부동산 원가 중 공사비 비중이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30평대 아파트 한 채 공사비를 4억원이라고 본다면, 서울 아파트 분양가 10억원 중 공사비 비중은 40%, 지방 중소도시 아파트 분양가 5억원 중 공사비 비중은 80%다. 자칫 분양이 안 되면 토지 담보력이 약한 지방 사업장은 공사비 회수에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또한 고밀도 지역, 다시 말해 용적률이 높은 용도지역(상업지역·준주거지역)일수록 신축이 어려울 것이다. 고층화, 대형화할수록 안전 기준 강화에 따른 구조 보강, 자재, 설비 증가가 필요하고, 공사 기간도 늘어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대규모 분양에 따른 마케팅 비용도 부담이다. 도심지 상업지역 개발지의 경우, 예를 들어 주상복합이나 고층 상업용 빌딩 건축이 가능하더라도 섣불리 삽을 뜨기가 어려울 것이다.
공사비 급등의 상품별 영향
아파트 먼저 살펴보자. 주요 핵심 입지의 공급원인 재개발, 재건축은 사업 지연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치솟는 공사비에 조합원 분담금 상승으로 시공사 계약 해지가 빈번해지고, 시공사 역시 수주 단계부터 사업성이 양호한 사업지 위주로 옥석 가리기에 들어갈 것이다.
특히 리모델링에서 재건축으로 선회한 중층 재건축 단지의 경우에는 일반분양 물량 부족, 작은 대지 지분 등으로 공사비 급등의 타격을 실감할 것이다.
상업용 부동산은 어떨까. 고층 오피스 빌딩의 경우에는 원래도 신축 원가 중 공사비 비중이 높을 뿐만 아니라, 고층화 및 설계 기준 강화로 가파르게 증가하는 공사비로 인하여 신축보다는 리모델링 또는 대수선으로 유지·관리할 공산이 크다. 이에 반해, 상대적으로 공사비 비중이 작고 공사비 측면에서 리모델링이나 신축이나 큰 차이가 없는 꼬마빌딩의 경우에는 상권 경쟁력이 있는 지역 위주로 신축 흐름은 꾸준히 이어질 수 있다.
공급 감소보다 수요 회복에 초점을
공사비 급등은 지역별, 상품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전반적인 공급 감소를 야기할 것이다. 그렇다면 공급 감소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까. 혹자는 2~3년 후 공급 절벽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부동산 역시 경제재로서 수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겠지만, 현재 부동산 침체 사이클에서는 공급보다는 수요 회복이 더 중요하다. 공급 감소보다 수요가 더 많이 감소한다면 거래량만 줄 뿐 가격은 더 하락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아파트 시장을 예로 들면,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후 2010년대 초반까지 공급량은 장기 평균선에 미달했지만, 가격은 극심한 침체 구간이 상당 기간 지속됐었다. 더군다나 금융 위기 이후 급격한 금리 인하가 있었음에도 수요 회복은 요원했다. 결국 수요 회복 여부와 그 강도가 향후 부동산 가격 흐름을 결정할 것이다.
부동산은 장기 사이클 상품이다. 일반 재화와 다르게 즉각적인 공급이 어렵고, 시차를 두고 장기간 건설 후 공급되는 상품이다. 수요가 부족한 침체기에는 자연스레 공급이 줄게 되고, 수요가 회복되는 사이클에 미분양 등 적체된 재고 물량이 먼저 소화되고 신규 공급 물량이 뒤이어 점점 늘어난다.
현시점에서 시장 수요 회복과 함께 적체된 재고 물량이 얼마나 빠르게 해소되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서울 일부 지역은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가 상승했지만, 매물은 점점 늘어만 가고 있다. 일시적으로 급급매물이 소화되고 급매물이 연이어 거래되면서 단기간 가격 상승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가격 상승에 따른 매도 물량의 지속적인 출회는 가격을 짓누를 것이다. 일부 지방도 악성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가 먼저 소화되지 않으면 가격 회복은 요원할 것이다. 정부도 건설 경기 회복 지원을 위해 미분양 해소가 먼저임을 알고, 미분양 기업구조조정(CR)리츠 정책을 내놓는 것 아닐까. 그래야 신규 공급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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