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앙들도 외모지상주의...수컷, 필사적인 ‘자기 관리’한다

한겨레 2024. 4. 22. 10: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애니멀피플] 윤순영의 자연관찰 일기
화려하고 멋진 깃 뽐내며 암컷 유혹하는 수컷
수컷, 지난 가을부터 봄맞이 혼인 깃 준비해
원앙들의 짝짓기로 분주한 김포 장릉 저수지
수컷 원앙(오른쪽)은 암컷 원앙이 사랑스럽기만 하다. 뒤에서 흰뺨검둥오리가 부럽게 쳐다본다.

벚꽃이 만개하는 봄이 되면 화려한 깃털을 뽐내는 수컷 원앙이 암컷을 곁눈질하기 바쁘다. 짝짓기를 위해서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깃털로 암컷을 유혹해야 하기 때문이다. 필사적인 깃털 다듬기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벚꽃과 진달래가 만개했다.
암컷 원앙이 있는 곳엔 늘 수컷 원앙이 따른다.

경기 김포시 장릉 저수지는 천연기념물인 원앙이 봄·가을로 찾는 곳이다. 필자는 2009년 봄 장릉 저수지에서 원앙 6마리를 처음 만난 뒤 새들에게 먹이를 주기 시작했고, 이곳을 찾는 원앙이 점차 늘어 2018년부터는 300여 마리가 관찰되고 있다.

여유롭게 쉬고 있는 원앙 부부.
벚나무 위에서 암컷 원앙을 살피는 수컷 원앙.

올해도 이맘때가 되니 수컷의 깃털이 한결 화려해졌다. 원앙의 화려한 혼인색(번식시기에 몸에 화려한 색상이나 문양 등이 생기는 것)을 따라올 새는 별로 없다. 수컷 원앙은 지난 가을부터 혼인 깃을 준비한다. 차근히 준비한 깃털은 봄이 되면 더욱 아름답게 빛난다.

수컷 원앙은 짝을 지키 위해 바쁘다.
짝을 이룬 암컷 원앙을 넘보는 다른 수컷 원앙을 맹렬히 쫓아내는 원앙.
다급히 쫓겨나는 원앙.

화려한 깃털은 암컷을 유혹하는 최고의 수단이기도 하고, 암컷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암컷들은 화려한 깃털을 보고 짝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깃털 관리는 곧 경쟁력이다. 깃털이 덜 화려한 수컷은 뒷전에서 헛물만 켜는 신세가 되고 만다.

한가로운 원앙.
암컷 원앙 주위엔 수컷 원앙 서너 마리가 따른다. 짝을 지은 수컷 원앙은 불안하다.
깃털을 다듬는 수컷 원앙.

수컷 원앙은 겨우내 깃털을 살뜰히 관리하면서 암컷 원앙이 변심하지 않기를 바라며 부부관계를 유지한다. 수컷들이 아름다운 깃털을 뽐내며 암컷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무던히 애쓰는 이유다.

봄나들이 가는 원앙들.
꽃 눈을 맞으며 걷고 있는 원앙.

봄기운이 감돌면 공들여 가꿔온 깃털을 비장의 무기로 활용해야 할 결정적 순간이 다가온다. 수컷은 튼튼한 몸집을 이용해 경쟁자와 힘을 겨루기보다 깃털을 ‘힘의 상징’으로 내세운다. 가장 멋지고 화려한 깃털을 과시하기 위해 가슴을 마음껏 부풀린다.

다른 수컷을 쫓아내는 암컷 원앙. 원앙은 짝을 맺으면 서로의 신뢰를 쌓지만, 서로가 종족 번식을 위해 감쪽같이 바람을 피운다.
원앙 부부는 늘 함께한다.
암컷 원앙 곁에서 마음껏 과시하며 다른 수컷의 접근을 막는 원앙.

만개한 진달래, 벚꽃의 아름다움과 경쟁하듯 수컷 원앙도 화려한 빛을 뽐낸다. 수컷 원앙은 기회만 있으면 암컷 원앙을 유혹하려고 하기 때문에 짝을 맺은 수컷이라고 하더라도 언제 암컷을 뺏길지 몰라 철저히 경계한다. 암컷도 다른 수컷이 다가오면 잽싸게 내쫓는다. 서로가 만족하고 변함없는 사랑의 돈독함을 보여주는 모습이다.

원앙의 짝짓기.

그러나 양쪽의 속내는 다르다. 우수한 종의 번식을 위해 내심 ‘바람’을 피울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기 때문이다. 어찌 된 일인지 원앙 부부는 바람을 피워도 걸리는 법이 별로 없어, 부부 관계는 유지가 된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한때, 원앙의 사랑도 어지럽게 무르익는다.

원앙 수컷.
원앙 암컷.
■ 윤순영의 탐조 사전 : 원앙은?

원앙은 우리나라 텃새이기도 하고 겨울 철새기도 하다. 텃새는 겨울에 러시아에서 번식하고 우리나라를 찾는 월동 무리와 합류해 큰 무리를 이룬다. 철새들은 기온이 높은 경상도, 전라도, 제주도 등지에서 겨울을 나고 번식지로 간다. 우리나라에서는 경기도, 강원도, 충청도 등지에서 번식한다.

몸길이 43~51㎝, 몸무게 444~550g 정도로 산림을 낀 전국 저수지, 연못, 냇가가 인접한 숲속의 오래된 나무 구멍이나 바위틈에서 번식한다. 각종 식물의 열매나 작은 생물들을 먹이로 삼는다. 특히 도토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번식기엔 부부 이외에 무리를 형성하지 않지만, 짝짓기 전에는 무리를 형성한다. 알 품기와 새끼 기르기는 암컷이 주로 한다. 번식기에는 암수의 깃털 색이 서로 달라진다 . 수컷의 머리는 평평하고 꼭대기는 짙은 녹색이며 뒷머리 부위에는 길게 늘어진 적갈색 깃털이 있고 , 목뒤에 녹색 깃털이 있다. 목은 적갈색이며, 눈 주위 배는 흰색, 어깨를 포함한 옆구리의 넓은 황색, 다리와 발가락은 옅은 주홍색이며, 물갈기는 밤색을 띤다. 은행잎처럼 생긴 세 번째 깃이 위로 솟아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암컷은 전체적으로 어두운 회색 바탕에 눈 테두리를 따라 흰색 선이 선명하고 옆구리와 회색 배 부위에는 흰색의 얼룩점이 있다. 다리와 물갈기는 어두운 갈색이다. 번식 후 깃털은 암수가 매우 비슷하지만, 암컷은 검은색 부리로 수컷은 주홍색으로 구분된다.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동북쪽, 대만 등에 분포하며, 1982년 11월 4일 천연기념물 제327호로 지정되었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