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韓 시장 잡아라"...'커피계 에르메스'까지 한국 온다
글로벌 커피 브랜드, 연이어 한국 진출 나서
[커피 특집]
캐나다 국민 커피로 통하는 ‘팀홀튼’은 지난해 12월 서울 논현동에 첫 매장을 오픈하며 한국 진출을 알렸다. 이후 빠르게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4월 16일에는 서울 광화문점의 문을 열었다. 한국 시장 진출 약 4개월 만에 점포 수를 6개까지 늘리며 영토 확장에 여념이 없다. 공격적인 출점은 앞으로도 이어진다. 팀홀튼은 한국에서 4년 안에 총 150개 점포의 간판을 내걸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여름엔 모로코의 ‘바샤커피’가 한국에 온다. 롯데백화점은 바샤커피 본사(V3 고메그룹)와 국내 유통 계약을 맺고 오는 7월 서울 청담동에 1호점을 낼 계획이다. 바샤커피는 최고급 아라비카 원두로 만든 다양한 풍미의 커피를 판매하는 브랜드다. 좋은 원두를 사용하다 보니 가격도 비싸다. 싱가포르 현지 기준 커피 한 잔(싱글오리진) 가격은 우리 돈으로 약 8000원이 넘는다. 그래서 별명이 ‘커피계의 에르메스’다. 바샤커피 원두나 드립백의 경우 싱가포르 여행 시 반드시 구매해야 하는 ‘필수템’으로 불리기도 한다.
해외에 가야만 맛볼 수 있었던 유명 커피 브랜드들이 연이어 국내에 상륙하며 한국 커피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팀홀튼을 필두로 최근 여러 글로벌 커피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바샤커피처럼 조만간 ‘한국 소비자들과의 만남’을 예고한 브랜드들도 여럿 있어 ‘커피 마니아’들의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 이미 자리 잡은 커피 브랜드들도 이를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다. 이들에 맞서 새 전략과 제품 업그레이드 등을 진행하며 안방 시장 사수에 나섰다. ‘유별난 커피사랑’으로 소문난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국내외 브랜드들의 ‘커피 전쟁’이 시작됐다.
해외에서 잘나가는 수많은 커피 브랜드들이 연이어 한국 시장에 깃발을 꽂고 있는 이유는 명확하다.
여전히 매력적인 한국 시장
다른 나라에 진출하는 것보다 한국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에 진출을 결정한 해외 커피브랜드 관계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한국 커피 시장의 성장성이다. 주변만 살펴도 금방 이를 알아챌 수 있다. 수많은 직장인들에게 커피는 일상이 됐다. 출근길 혹은 식사 후에 습관처럼 커피를 마시는 이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수치로 봐도 한국의 커피 시장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엿볼 수 있는 지표들은 차고 넘친다. 대표적인 게 커피 수입량이다. 열대성 기후에서 자라는 커피 나무의 특성 때문에 한국은 커피를 전량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관세청의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작년 커피(생두와 원두) 수입량은 약 19만3000톤을 기록했다. 약 10년 사이 무려 1.5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 10년간 커피 시장의 규모도 커피 수입량과 비례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통계도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 조사 결과다. 이를 살펴보면 지난해 국내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405잔으로 집계됐다. 다른 국가들의 평균 연간 커피 소비량은 152잔이었다.
매년 한국인들이 마시는 커피가 다른 국가들보다 두 배 이상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유로모니터는 한국을 미국, 중국 등과 함께 ‘세계 3대 커피 시장’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둘째는 한국 소비자의 특성이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커피 시장이 점차 포화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해외 커피 브랜드들은 여전히 한국 커피 시장의 잠재력이 크다고 여기고 있다. 끊임없이 새로운 ‘맛’과 ‘경험’을 좇는 한국 소비자들의 성향 때문이다.
‘안방 사수’ 나선 토종 브랜드
한 해외 커피 브랜드 관계자는 “이런 특징 때문에 한국의 외식 시장의 트렌드 역시 다른 국가들보다 빠르게 변한다”며 “커피 시장도 마찬가지다. 한국인들은 커피를 좋아하지만 굳이 한 브랜드만 고집하지 않는다. 게다가 커피 애호가들이 계속 늘어나면서 점차 다양한 커피를 즐기려는 니즈도 강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즉 기존 브랜드들과 차별화된 커피 맛과 공간을 앞세운다면 충분히 후발주자로서의 약점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런 한국 커피 시장의 특징을 고려해 한국을 첫 해외 진출 국가로 택한 곳도 있을 정도다. 미국 ‘3대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로 꼽히며 현지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인텔리젠시아’가 주인공이다.
인텔리젠시아는 올해 2월 서울 종로구에 서촌점을 열며 첫 해외 진출의 포문을 열었다. 한국 커피 시장이 가진 매력을 높게 평가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출발은 성공적이다. 깊은 풍미의 ‘커피 맛’과 함께 한옥을 개조한 ‘독특한 공간’을 선보인 인텔리젠시는 연일 긴 대기줄이 늘어서며 단숨에 서촌의 명소로 떠올랐다.
향후 한국 시장 진출을 예고한 미국의 피츠커피, 바샤커피 등도 인텔리아젠시아와 비슷한 전략을 앞세워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한국의 문을 두드리는 글로벌 커피 브랜드들도 계속 나타날 전망이다.
한 커피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도 큰 규모를 자랑하는 한국 커피 시장에 글로벌 브랜드들이 눈독을 들이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해외 커피 브랜드들이 한국에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이들에 대한 전망이 마냥 밝은 것만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한국 시장을 만만하게 봤다간 큰코다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 커피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가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철수한 해외 커피 브랜드들도 수없이 많다.
기존에 한국 커피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강자들 또한 만만치 않은 저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커피 시장 흐름에 맞춰 매년 제품 업그레이드와 새로운 전략을 내세우며 시장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고 있다.
호주 최대의 커피체인 ‘글로리아진스’, 스위스 식품기업 네슬레의 커피전문점 ‘카페 네스카페’, 미국 시애틀을 대표하는 ‘시애틀즈 베스트’ 등이 과거 한국 커피 시장에 야심차게 진출했지만 초반에 ‘반짝 인기’를 누리다 지금은 자취를 감춘 대표 사례다.
일본의 유명 커피 브랜드 도토루도 한국 ‘홈 카페’ 시장을 노리고 즉석음료(RTD) 제품을 국내에서 선보였지만 판매 부진으로 결국 철수했다. 해외에서 큰 성공을 거둔 브랜드라고 해서 무조건적인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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