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6월 금리인하에 대체로 '의견일치'…이후 행보엔 '제각각'
(서울=연합뉴스) 임상수 기자 = 유럽중앙은행(ECB) 인사들은 6월에 첫 금리인하를 단행하는 것에 대해 대체로 합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그 이후 금리 인하 속도와 폭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주 미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춘계회의에 참석한 ECB 인사들이 이러한 입장을 보였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회의에는 ECB 통화 정책회의 멤버 26명 중 4명만 불참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차입비용이 "합리적으로 단기간에" 낮아질 것이며 이후 상황은 경제지표에 좌우될 것이라는 기존 공식 입장을 고수했다.
다른 ECB 인사들도 모두 6월 금리 인하에 수긍하는 분위기이지만 확신 수준에서는 다소 차이가 났다.
올해 금리인하 반대를 줄곧 주장해온 로베르트 홀츠만 오스트리아 중앙은행 총재는 "완전히" 확신하지는 않지만, 그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고 말했으며 요아힘 나겔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 총재와 보스트얀 바슬 슬로베니아 중앙은행 총재는 "그러한 조치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페터 카지미르 슬로바키아 중앙은행 총재도 (금리 인하의) 문이 열릴 것으로 봤고 파비오 파네타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도 "6월에는 어떤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리 렌 핀란드 중앙은행 총재는 "때가 무르익을 것"이라고 전했으며 프랑수아 빌르루아 드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이변이 없는 한" 6월에 차입비용 인하가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 보다 강한 확신을 보였다.
향후 금리 인상 폭이나 속도에서는 명확한 의견 차이를 보였다.
마르틴스 카작스 라트비아 중앙은행 총재 등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너무 이르며, 수요억제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차입비용을 서둘러 낮출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마디스 뮐러 에스토니아 중앙은행 총재도 6월 첫 금리인하 이후 ECB가 추가 금리인하를 서둘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비해 게디미나스 심쿠스 리투아니아 중앙은행 총재는 올해 3차례, 야니스 스투르나라스 그리스 중앙은행 총재는 4차례 금리인하를 원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에드워드 시클루나 몰타 중앙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 예측이 2% 이하로 떨어지면 지체 없이 0.5%씩 금리인하를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가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로존에 미치는 영향과 최근 유가 충격에 대해서도 엇갈린 의견을 드러냈다.
홀츠만 총재는 연준이 올해 금리인하를 하지 않을 경우 ECB가 "너무 멀리 갈 수 있다"고 확신하지 않으며, 3∼4차례 금리인하에 주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슬 총재도 ECB가 미국의 상황을 완전히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나겔 총재와 클라스 노트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는 글로벌 맥락에서 통화정책을 결정하지만 궁극적으로 자체 전망에 근거해 결정한다고 말했으며 마리오 센테노 포르투갈 중앙은행 총재는 ECB가 "미국을 바라보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유가 충격과 관련해서는 피에로 시폴로네 ECB 집행 이사는 "주요 우려 사항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노트 총재는 "오일쇼크가 발생한다면 다른 요소들에서 전반적인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을 일으킬 것"이라면서 보다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빌르루아 총재는 이날 발행된 프랑스 경제전문매체 레제코와의 인터뷰에서 유가 불확실성으로 6월 첫 금리인하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율 변동과 관련해 라가르드 총재는 유럽에서 통화 완화 정책이 장기화되고 미국이 같은 정도의 조처를 하지 않으면 유로화가 약세를 보일 수 있다고 전망하고, "매우 신중하게"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가안정이 일차적인 목표이지만 환율 변동이 인플레이션에 미칠 수 있는 영향도 고려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nadoo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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